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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001.01.01. 디지털 공간은 정신적 단절을 가져온다

사람들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다양한 디지털 공간들에 빽빽하게 둘러싸여 살고 있다. 휴대폰을 확인하거나, 동영상 앱을 보거나, WiFi를 이용해 일정을 확인하는 등의 일은 매우 흔한 일이지만, 바로 이 조금의 틈도 없이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는 디지털 공간들 속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일이다.

게다가 이 디지털 공간들은 매우 다양하기까지 하다. 무심코 앱을 열거나, 동영상을 스트리밍할 때마다, 사실은 조금씩 다른 디지털 공간 속에 발을 들여 놓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서비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사람들이 어떤 앱을 사용한다면, 그 앱과 그 사람은 그 순간에 하나의 디지털 공간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영상 앱을 볼 때면, 사람들은 동영상 앱의 디지털 공간 안에 있는 셈이고, 영화 앱으로 전환하면 영화 앱의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그래서 동영상 앱을 보다가 영화 앱으로 전환되는 순간에는 하나의 디지털 공간에서 다른 디지털 공간으로 이동하는 셈이 된다.

전환이니 이동이니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꿈쩍하지 않아도 전환과 이동은 일어날 수 있다. 손가락으로 몇 번 누르기만 하든가, 아니면 눈짓만 주기만해도 전환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이 전환의 순간에 사람들은 정신적인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가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물리적인 단절도 경험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정신적인 단절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느낌도 별로 없는 이러한 단절이 왜 문제가 되는 것일까?

디지털 공간 간의 전환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YouTube나 Netflix 시청은 그 자체가 죄악도 아니고, 부도덕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해로운 것도 아니다. 문제는 다른 곳에서 비롯되는데, 바로 정신적으로 다른 곳으로 훌쩍 넘어가게 되는 소위 Mental Jump가 발생하는 것이다.

Mental Jump란 단순히 한 맥락에서 다른 맥락으로 넘어갈 때 마음이 경험하는 작은 끊어짐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전화가 와서 전화를 받았다든가, 조용한 YouTube 강의를 보다가 갑자기 시끄러운 Netflix 영화로 넘어간다든가, 성경 구절을 읽다가 갑자기 Instagram으로 넘어간다든가, 공부하다가 갑자기 게임을 하다가 다시 공부로 넘어간다면 Mental Jump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동일한 상태의 정신적 분위기에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하나의 작은 세상에서 다른 작은 세상으로 훌쩍 넘어가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면 이런 것들이 왜 문제가 될까?

문제는 Mental Jump가 일어날 때,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두뇌가 그 순간에 받는 실재하는 고통 때문이다. 비록 특정 조건 하에서 수행된 실험(1)이었지만, 작더라도 이러한 잦은 Mental Jump는 기억력의 저하와, 또 기억을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의 저하로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또한 정신적인 반응 속도에도 영향을 주며 오류가 증가하게 되어 소위 전환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라고 하는 전환비용이 발생(2)하게 된다. 또한 어떤 일을 하고 있었다면,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며, 이 때 그 흐름이 바뀌어 버리는 맥락의 전환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때는 인지적인 부담감도 상당히 증가되고, 작업 성과의 저하(3)도 겪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서 보면, Mental Jump가 두뇌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인데, 물론 모든 맥락의 전환이 심각한 불편함이나 지속적인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은 빈도수, 복잡성, 그리고 정신적으로 얼마나 집중하기를 요구하는 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 Mental Jump가 자주 발생하게 되면, 아마도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하겠지만, 두뇌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잠깐만,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 거지? 도대체 어떤 상태에 있는 거지?” Mental Jump가 1초도 걸리지 않더라도 두뇌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약간의 Reset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Mental Jump가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단지 Mental Jump가 너무 자주 발생하거나 갑작스럽다고 여겨질 때만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이럴 때는 차분했던 기분이 갑자기 무엇인가에 과부화가 걸린 것 같거나, 또 자극을 받는 경우에 기분이 갑자기 흐트러지면서 감정적 불일치가 일어날 수도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잠시 잊어버리게 되는 생각의 흐름이 끊어지는 인지적인 방해가 일어날 수 있으며, 잠시 동안이라도 방금 전과 동일한 삶의 흐름에 있지 않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마치 순간적으로 다른 분위기로 들어간 것 같아 정체성의 혼란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냥 기분이나, 생각이나 내면의 어떤 연속되던 것이 갑자기 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불편함은 기분을 나쁘게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누가 재미있는 동영상이라고 추천을 받아, 그 동영상을 보고 있는데, 그 동영상이 기분을 망쳐 방금 전에 내가 가졌던 차분한 감정이 짜증스러운 감정으로 변해 막 밀려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앱 안에는 Dynamic Algorithm이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그것이 내가 앱을 사용하려던 본래의 의도에서 나를 벗어나게 만들어버려, 내 자신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앱에 빠져 있게 만들고, 그런 사실을 알아차리게 순간 다른 것으로 내가 원하는 시간의 흐름을 잃었다는 불쾌한 감정이 확! 밀려올 때가 있다.

또 너무 자주 이 앱에서 저 앱으로 전환을 하다 보니 내 스스로가 산만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러다 보니 하나의 주제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지고, 아무런 이유 없이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 기분이 나빠지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의도적으로 전환한 것이라면, 그래서 편안하고 즐겁다면, 나쁠 것이야 없다고 생각되겠지만, 그래도 자신도 모르게 두뇌는 고통으로 소리치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 YouTube나 Netflix와 같은 앱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앱들은 서로 다른 디지털 공간 속에 있기 때문에 내가 옮겨 다닐 때마다 두뇌는 Mental Jump를 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1) Working memory costs of task switching, Baptist Liefooghe, Pierre Barrouillet, André Vandierendonck, Valérie Camos, 2008, https://pubmed.ncbi.nlm.nih.gov/18444750/

(2) Insights into control over cognitive flexibility from studies of task-switching, Tobias Egner, Audrey Siqi-Liu, 2024, Current Opinion in Behavioral Sciences,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2352154623000967

(3) Interruption Cost Evaluation by Cognitive Workload and Task Performance in Interruption Coordination Modes for Human–Computer Interaction Tasks, Byung Cheol Lee, Kwanghun Chung, Sung-Hee Kim, 2018, Applied Sciences, https://www.mdpi.com/2076-3417/8/10/1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