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은 Mark Weiser 박사의 1995년도 글인 “Designing Calm Technology(1)”와 1996년도 글인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2)”라는 글을 중심으로 그 내용을 읽고 정리하여 기록한 것이다.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은 지금껏 이전 이야기에서 많이 거론되었던 표현이다. 참으로 미묘한 의미를 담고 있는 표현이다. 이 글에서는 이 Calm Technology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이 표현은 Ubicomp(유비쿼터스 컴퓨팅), 그리고 Mark Weiser라는 사람과 같이 등장하는 중요한 표현 중의 하나이다. 이후의 글들은 이미 앞에서 설명되었거나, 혹은 거론된 적이 있는 표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반복적인 설명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놓치지 말고 정확한 이해를 위해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1990년대 초, Ubicomp의 아버지로 불리는 Mark Weiser 박사는 대담하면서도 예언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도구가 더 이상 화면과 키보드라는 눈에 보이는 경계 안에 갇히지 않고, 일상의 배경 속으로 조용히 녹아 드는 시대를 예견했다. 그가 Ubicomp이라고 명명한 이 아이디어는 컴퓨팅이 어디에나 존재하면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는 미래를 나타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벽, 가구, 옷, 그리고 수많은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물에 컴퓨터가 내장되어 있다.
Mark Weiser 박사는 자신의 비전을 끊임없이 다듬어 나가면서 단순히 컴퓨팅을 모든 곳에 확산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이 끊임없는 경고나 방해가 되는 인터페이스, 또는 압도적인 복잡성으로 사람들에게 관심과 주의력을 강압적으로 요구한다면, 이 자체가 그 안에 살고 있는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의 삶에 인지적인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Mark Weiser 박사는 기술이 그 디지털 공간 안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어떻게 동작해야 하겠는가 그것을 고민해야 했다. 즉,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과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중요한 차이점을 포착하기 위해 그는 Calm Technology라는 또 다른 표현을 도입했다. 다시 말해서, Ubicomp은 Mark Weiser 박사가 “컴퓨터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사람들 주변의 모든 사물에 내장될 것”이라고 처음 사용한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컴퓨터를 곳곳에 흩뿌린다고 해서 삶이 자동적으로 더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모든 컴퓨터가 시끄럽게 소리치고, 거추장스럽고 방해가 되고, 부담스럽다면, 어차피 컴퓨터와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삶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하드웨어보다는 사람들이 그 모든 컴퓨팅 파워를 실제로 어떻게 경험하고 상호작용하는지에 더 중점을 둔 개념이다.
이런 생각의 전환은 MASERINTS와 MASERINTS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Person to be served)와의 관계에도 나타나는데, MASERINTS는 단순히 디바이스를 어디에나 두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디바이스들이 사람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지에 더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컴퓨팅을 자연스럽고, PTS의 주변 맥락에 맞춰, 그리고 방해받지 않는 방식으로, 항상 존재하면서도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Mark Weiser 박사가 Ubicomp이라는 초기 개념에서 가장 부족한 요소는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과의 상호작용이 항상 ‘차분함(Calmness)’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과 매우 일맥상통한다.
Mark Weiser 박사가 Ubicomp에서 Calm Technology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 Mark Weiser 박사가 연구에서 얻은 경험이 아니었을까? 제록스 PARC연구소에서 탭, 패드, 보드로 가득 찬 방(Ubicomp의 초기 비전)과 같은 실험적인 환경에서 수년간 작업한 후, Mark Weiser 박사는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은 디바이스를 사용할수록 경험은 더욱 쪼개지고, 단편화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무엇인가 번잡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기술이 배경으로 사라지는 대신, 오히려 방해가 될 위험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때 Mark Weiser 박사는 진정한 도전과제는 컴퓨팅을 모든 곳에 확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에서 사라지면서 일상 속으로 사라지게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 깨달음이 바로 Calm Technology가 된 것이 아닐까? Mark Weiser 박사의 1995년 논문 “Designing Calm Technology(1)”와 1996년 논문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2)”를 참조하면 이런 전환에 대해 더 상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두 논문 모두 그가 단순히 Ubicomp을 구상하는 것에서 상호작용의 평온함, 차분함, 혹은 고요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Calm Technology는 사람과 컴퓨터 사이의 새로운 관계를 의미했다. 즉 디지털 시스템이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주변부에서 조용히 작동하며, 진정으로 필요할 때만 드러나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이 삶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것, 예를 들어 완수해야 하는 일들, 사람과의 관계, 사람들의 창의성과 성찰, 그리고 일상을 지내면서 가지는 삶의 리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관계를 의미한다.
언뜻 보기에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은 거의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다. 일상에서 기술은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휴대폰은 알림으로 시끄럽고, 컴퓨터는 업데이트를 요구하는 소리로 깜빡이며,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도구들은 나의 관심을 얻기 위해 소리와 빛으로 끊임없이 경쟁한다.
Mark Weiser 박사는 이 문제를 수십 년 전에 미리 인식하고, 기술의 가장 큰 성취는 더 크게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더 우아하게 사라지는 것이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즉, 사람들을 지원하고, 사람들의 삶의 맥락에 맞춰야 하고, 그리고 진정으로 인간 중심적으로 변하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인간 중심적으로 변하게 되면 그 디지털 공간은 단순 ‘서비스’가 아닌 사람에게 제공되는 ‘지원과 도움’으로 표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의지할 수 있고 삶을 같이 동행하는 사랑하는 동반자가 나를 위해 도움을 주려고 하듯이 말이다. 그래서 MASERINTS에서는 ‘서비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지원과 도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왜냐하면, 그 지원과 도움은 소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의 요구와 필요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Mark Weiser 박사는 “Designing Calm Technology(1)”에서 Calm Technology는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을 끌기 위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더 많은 정보가 오히려 마음을 진정시킨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처럼 생각될 수 있다. 더 많은 정보에 적응하는 방법이 오히려 정보에 덜 집중하는 것이라는 말은 거의 터무니없게 들릴지도 모른다. … 하지만 Calm Technology을 설계하는 법을 배우면서, 사람들은 단순히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의 공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 Calm Technology은 인간 중심적인 21세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서 Mark Weiser 박사는 기술이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사람들의 삶의 흐름에 거추장스럽거나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Calm Technology의 핵심 원칙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Mark Weiser 박사는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2)”에서 기술이 사람들의 삶과 결을 같이하기 위해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변화를 명확하게 제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 컴퓨터가 여기저기에 있다면,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즉,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평온함을 유지하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컴퓨터가 사람들 주변 어디에나 존재하게 되어, 다른 일을 하면서도 컴퓨터를 이용하고 싶어 하고,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한다면, 컴퓨터뿐 아니라 삶에 밀려드는 모든 기술의 목표와 상황들로 이루어진 주변 맥락, 그리고 기술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고해야 한다. 차분함은 향후 50년간 모든 기술 설계의 핵심 과제이다.”
이는 기술이 사람들의 삶의 백그라운드로 물러나 사람들이 살면서 이루어가는 활동을 거추장스럽게 방해하기보다는 지원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Mark Weiser 박사의 생각을 나타낸다.
그리고 1991년 논문인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3)”에서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지는 기술이다. 일상생활의 일부로 스며들어 구별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MASERINTS와 Calm Technology
MASERINTS에서도 핵심적인 비전으로 삼고 있는 것이 Mark Weiser 박사가 이야기한 “기술을 사라지게 하는 기술”을 성취하는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꼼꼼한 개념설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퍼베이시브 컴퓨팅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Calm Technology에 대한 요구는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것 같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에게는 디지털 공간의 정복을 위한 새로운 개념설계의 베이스캠프가 되고 있는 MASERINTS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MASERINTS는 Mark Weiser 박사의 비전 정신을 실현하려는 현대적인 시도를 품고 있는 개념설계를 보여준다. 사람들을 화면이나 디바이스 속으로 깊이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구를 감지하고, 해석하며 부드럽게 반응하는 주변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Mark Weiser 박사의 Calm Technology처럼 MASERINTS는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고,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풍성하게 제공하며, 삶의 배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를 추구한다. 그래서 MASERINTS는 ‘사용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PTS(Person to be served)라고 해서 알아차리든 알아차리지 못하든지 서비스를 받는 중심에 있는 주인공을 나타내며, MASERINTS는 과거와 달리 점점 PTS의 입장으로 그 안에 내가 존재할 확률이 많아진다.

Mark Weiser 박사가 1990년대 초 일상적 대상 속에 숨겨진 컴퓨터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MASERINTS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주변 공간의 지능부여, 상황들로 이루어진 맥락을 자각하는 능력,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를 예측하여 반응하는 능력을 살아있는 일상 생활 환경에 접목한다.
여기서 “살아있는 일상 생활”이란 표현이 매우 중요한데, 나의 일상 생활이 살아있다는 것은 내가 원래 하고자 했던 일들을 끊임없이 나의 주의력을 빼앗기지 않고도 지원과 도움을 받아가며 일을 완수하는 그냥 내가 살아가는 삶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세계와 공존하는 세상에서 별도로 가져야 하는 인지적 부담이나, 도구의 사용에 있어서 거추장스러움, 도구를 사용하기 위한 필요한 별도의 지식 습득, 원래 하려던 일에서 빠져나와 도구에 빼앗기는 시간 등이 “살아있는 일상 생활”을 영위해 나가는데 방해요소로 등장하게 된다. 그래서 원래의 “살아있는 일상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MASERINTS가 주변 공간의 지능을 부여, 상황들로 이루어진 맥락을 자각하는 능력을 강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필요와 요구를 예측 등을 통해 MASERINTS는 Calm Technology의 본질을 구현하려는 것이다. 핵심적인 매력을 가진 화려한 기술이 아닌, 필요할 때는 준비되어 있다가 도움을 주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보이지 않는 조용한 삶을 같이 동행하는 동반자인 기술이다.
이 글에서는 MASERINTS가 Calm Technology의 약속과 어떻게 연결되고, 확장되고, 어쩌면 실현될 수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디바이스들이 끊임없이 나의 관심과 주의력을 요구하는 세상에서 기술이 나의 삶 속에서 진정으로 가지는 관심거리를 존중해 주는 그런 세상으로 어떻게 하면 전환할 수 있을까? 디지털 시스템은 어떻게 하면 인간의 삶을 분열시키거나 단편화 하여 수많은 ‘멘탈점프’를 만드는 것을 이제 그만하고, 사람들을 지원하고 도울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MASERINTS가 Mark Weiser 박사의 Calm Technology라는 꿈을 현 시대에 현실로 가져오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과연 MASERINTS가 미래의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이미 이전 글 속에서 표현한 바가 있고 앞으로도 계속 이것을 근본으로 하여 개념설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렇게 Mark Weiser 박사는 Ubicomp을 Calm Technology라는 다른 표현을 사용하여 그 의미를 더욱 확실히 했다. Mark Weiser 박사는 눈에 보이는 디지털 도구들이 일상에 접하는 대상 속에 심어지고 보이지 않는 디지털 도구로 변하게 되는 미래를 묘사하기 위해 1990년경에 Ubicomp이란 전문용어를 만들어내고, 그 후에 이러한 새로운 디지털 환경은 사람들을 곤란하고 귀찮게 하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그러한 디지털 도구들이 이루는 Calm Technology 시대로 이끈다고 믿었다.
‘Ubiquitous’ + ‘Computing’이나 ‘Calm’ + ‘Technology’를 문자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단어 구성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두 개의 단어가 합쳐진 표현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나타내는 표현이 되고,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미래의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할 때 이들이 같이 거론되는 것이다.
언급된 각주의 내용
(1) Designing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December 1995, https://calmtech.com/papers/designing-calm-technology
(2)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October 1996, https://calmtech.com/papers/coming-age-calm-technology
(3)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pp. 94-10, Sep.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