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Weiser가 1991년 논문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에서 ‘Embodied Virtuality’라는 용어를 소개했을 때, 그는 이 용어를 Ubicomp과 별개의 개념이 아니라 동일한 개념적 흐름의 두 측면으로 제시했다. Mark Weiser는 컴퓨터 사용이 더 이상 별개의 작업처럼 느껴지지 않는 미래를 묘사하고 싶었다.
Ubicomp이라는 용어는 환경 곳곳에 퍼져 있어 어디에서 존재하지만 거의 눈에 띄지 않는 컴퓨팅을 지칭했다. 그러나 이 용어 자체만으로는 디바이스의 분포만을 설명할 뿐, 그가 강조하고자 했던 더 심오한 변화를 설명하지 못했다. ‘Embodied Virtuality’는 그가 그 세상의 내적 논리를 명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다. 즉, 한때 화면 뒤와 컴퓨터 안에 갇혀 있던 디지털 정보가 사람들 주변 환경에서 일종의 물리적 존재를 갖게 된다는 생각이다(1)(2).
당시 지배적인 이상적인 기술은 ‘Virtual’한 것들이 가득한 세상 안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VR(Virtual Reality)이었다. 하지만 Mark Weiser는 그 방향이 정반대여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세상을 디지털 환상 속으로 옮기는 대신, 그는 컴퓨팅이 실제 세상 속으로 녹아 들어 사라지기를 원했다. ‘Embodied Virtuality’가 그 생각을 가능하게 했다. Ubicomp이 디바이스들이 세상에 어떻게 확산되는지를 설명하는 반면, ‘Embodied Virtuality’는 정보가 일상생활의 일부가 되는 정보 자체의 변혁을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Mark Weiser가 제시한 Tab, Pad, Board들은 단순한 디바이스가 아니라 ‘Virtual’한 정보가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생명력을 얻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다시 말해서, 디지털 정보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바로 그곳에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를 ‘Embodied Virtuality’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적 연관성은 1995년 Mark Weiser의 Calm Technology에 대한 연구(3)를 통해 더욱 명확하게 된다. Calm Technology는 컴퓨팅이 사람들을 둘러싸고 있지만 압도적이지 않고 조용하고 유용하게 백그라운드에서 주의를 끌거나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도 지원과 도움을 주는 컴퓨터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지 설명했다. 그러한 세상에서 정보는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과 주변부 사이를 부드럽게 오간다.
이러한 경험은 컴퓨팅이 이미 편재하게 있지 않으면 불가능 했을 것이며, 사람들이 정보에 끊임없이 집중하지 않아도 정보가 실제 세상에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을 때만 의미가 있다. 따라서 Calm Technology는 Ubicomp에 의해 가능해진, ‘Embodied Virtuality’의 살아 있는 경험으로 이해될 수 있다.
Mark Weiser는 ‘Embodied Virtuality’를 Ubicomp와 같이 사용
Weiser는 ‘Embodied Virtuality’를 Ubicomp과 함께 사용했는데,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Ubicomp은 단순히 수많은 컴퓨터로 가득 찬 세상을 설명하는 반면, ‘Embodied Virtuality’는 그러한 컴퓨터들이 더 이상 컴퓨터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Ubicomp은 하드웨어를 분산시키고, ‘Embodied Virtuality’는 정보와 환경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뜨린다. 이 두 개념은 Mark Weiser의 미래의 컴퓨팅은 사람들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놓은 세상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을 빼앗길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명확하게 표현한다. 즉, 컴퓨팅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실제 세상에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지원과 도움을 줄 것이다.
‘Virtual’과 실제 세상 간의 무너진 경계
Mark Weiser가 ‘Embodied Virtuality’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는 디지털 세계가 인간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고, 삶의 구조 속에 조용히 스며들어 무엇이 ‘Virtual’이고, 무엇이 실제 세상인지 그 사이의 기존에 존재했던 경계를 허무는 미래를 묘사하고자 했다.
Ubicomp과 Calm Technology에 대한 저서에서, Mark Weiser는 컴퓨팅이 화면과 디바이스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의 배경으로 이동하여 나무 탁자의 나뭇결이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한 것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Embodied Virtuality’는 사람들이 컴퓨터가 만든 세계 속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지능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몸짓과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Virtual’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고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것으로, 그리고 사람들의 삶과 결을 같이 하는 인간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심리학적, 인류학적, 사회적 관점에서 그의 생각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Embodied Virtuality’가 사람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미래 기술의 모습이나 발전 방향과 같은 기술적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의미를 지닌다.
심리학적으로, 그것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이 흐르는 모양새를 변화시킨다.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끊임없는 주의력을 요구하는 기술들로 인해 오랫동안 압박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Mark Weiser는 그 반대로 기술이 겸손하게 행동하며, 필요한 만큼의 주의력만 요구하고, 사소한 인지적 부담을 처리하여 사람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팅 시스템 말이다. 그런 세상에서는 거추장스럽거나 거슬리는 흐름 대신 의식 속에 존재하지도 않는 섬세하고 미묘한 도움이 제공되고, 사람들을 지치게 하는 수많은 미세한 마찰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 결과는 ‘Virtual’ 영역 안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Virtual’한 것들이 실제 세상으로 나온 것이며, 디지털 환경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평온함과 차분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볼 때, ‘Embodied Virtuality’는 인간과 도구 사이의 관계를 재정립한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도구는 사람들이 직접 만지고 다루는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방식과 도구가 유도하는 행동 방식을 형성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망치는 두드리는 것이 사용하는 방식이라 두드리는 행동을 유도하고, 펜은 쓰는 것이 사용하는 방식이라 쓰는 행동을 유도하고, 문 손잡이는 당기는 것이 사용하는 방식이라 당기는 행동을 유도한다. 이것을 실제 대상이 주는 ‘어포던스(Affordance)’라고 하는데 사물의 모양이나 디자인이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방법이다.
도구가 유도하는 행동 방식은 조금 다른 개념인데, 도구가 단순히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 그로 인해서 행동 패턴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필을 깎거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하거나, 신발끈을 묶거나, 손목시계를 조정하는 것 모두가 도구 자체와 관련된 작고 반복적인 행동이다. 이러한 행동들이 바로 도구가 유도하는 행동 방식이다. 즉,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일부로서 도구와 상호작용하는 규칙적인 방식이다.
Mark Weiser의 Vision은 사람들의 손 끝을 주변 환경까지 확장하고 변화시킨다. 컴퓨팅 기술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에 스며들면, 환경 자체가 도구, 동반자, 심지어 협력자처럼 기능하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용 명령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둠 속에서 익숙한 집을 걷는 것처럼 일상을 이끄는 암묵적 지식에 그것들을 통합함으로써 그러한 환경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류학적으로 이러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 도구가 유도하는 행동 방식, 즉 환경과 소통하면서도 사용한다는 느낌을 전혀 가지지 않는 몸짓, 시선, 움직임 등을 포함하도록 확장되는 새로운 문화를 예상한다.
사회적으로, ‘Embodied Virtuality’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 방식을 변화시킨다. 기술은 더 이상 눈에 보이는 매개체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얼굴 가까이에 스마트폰이 놓여 있는 것도, 식탁 위에 노트북 컴퓨터가 작은 섬처럼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대신, 컴퓨팅 기술은 주변부에서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지원하며, 조용히 맥락을 유지하고, 오해를 해소하고, 지식이나 협력이 필요한 작은 격차를 메워줄 것이다.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또 다른 의미를 지닌다. 기술이 일상 속으로 녹아들면, 더 이상 과시하거나 경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지위나 전문성을 나타내는 수단도 아니다. 오히려 언어나 도로처럼 누구나 굳이 설명하거나 보여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공유된 사회적 기반이 된다.
Ubicomp, Calm Technology, 그리고 ‘Embodied Virtuality’의 융합
Mark Weiser의 상상 속에서 Ubicomp, Calm Technology, 그리고 ‘Embodied Virtuality’의 융합은 결코, 화려한 미래를 건설하자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 인간적인 미래에 관한 것이었다. Mark Weiser는 기술이 사람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좋은 모습을 흩뜨리고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돋보이게 해야 한다고 믿었다. ‘Embodied Virtuality’가 이러한 방식으로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기술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필요할 때 외에는 기술을 인지할 필요가 없고, 간섭 받는 것이 아니라 지원을 받고, 압도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존중을 받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Virtual’이 현실 세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현실 세계를 깊이 있게 만들어 사람들의 삶과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부드러운 동반자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5).
언급된 각주의 내용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2)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calmtech.com/papers/computer-for-the-21st-century
(3) Designing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1995, https://calmtech.com/papers/designing-calm-technology
(4)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1996, https://calmtech.com/papers/coming-age-calm-technology
(5) Creating the Invisible Interface, Mark Weiser, 1994, https://dl.acm.org/doi/pdf/10.1145/192426.192428
참고자료
■ Distributed Garbage Collection in Distributed Systems, 2025, https://www.geeksforgeeks.org/system-design/distributed-garbage-collection-in-distributed-systems/
■ A Survey of Distributed Garbage Collection Techniques, David Plainfosse, Marc Shapiro, 1995, https://inria.hal.science/inria-00444635v1/file/Plainfosse1995.pdf
■ The Mundane Computer: Non-Technical Design Challenges Facing Ubiquitous Computing and Ambient Intelligence, Allan Parsons, Tangentium, 2005, https://personalpages.manchester.ac.uk/staff/drew.whitworth/tangentium/may05/feature1.html , https://personalpages.manchester.ac.uk/staff/drew.whitworth/tangentium/may05/feature1print.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