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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13. 컴퓨팅이 이렇게 불려졌던 시대

1991년도 Mark Weiser의 글인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는 다음과 같은 글로 시작이 된다.

Mark Weiser가 말한 이 논문의 첫 문장으로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Mark Weiser는 단순히 컴퓨터의 수적 증가에 대한 예측을 제시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팅의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 형태, 즉 하나의 독립적인 형태의 사용자 중심 컴퓨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컴퓨터 중심으로 형성된 컴퓨팅 환경에서, 주변 환경 여기 저기에 내장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개의 작고 목적에 맞게 디자인된 별난 컴퓨팅 디바이스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1991년 당시 컴퓨팅은 데스크탑과 워크스테이션 모델이 지배적이었다. 키보드, 화면, 마우스를 갖춘 강력한 범용 컴퓨터였다. 사용자들은 조금 더 큰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중앙에 있는 메인프레임 컴퓨터에 집중해야 했다. Mark Weiser는 이러한 모델이 기술적인 한계뿐 아니라 인지적, 사회적인 한계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언급한 것처럼, 사용자 중심의 컴퓨터라고 하지만, 실지로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사용자가 맞춰야 하는 그런 컴퓨팅 환경이기 때문에, 컴퓨팅이 일상생활의 리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기보다는 인간이 컴퓨터에 적응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Mark Weiser는 우선 구성되어야 하는 환경은 컴퓨터가 사용자의 눈에서 보이지 않는 환경이어야 했다. Mark Weiser가 말하는 특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것이 아무나 손 댈 수 없는 특수 디바이스가 붙어 있는 금고와 같은 상자 안에 숨겨진 컴퓨터라는 것이 아니라(실제로 컴퓨터가 귀해서 그렇게 보관하는 사람도 있었다), 특정 상황의 맥락적 역할을 위해 디자인된 디바이스와 프로그램을 의미했다. 어떻게 보면, 중앙에 멋있게 군림하고 있던 왕과 같은 컴퓨터를 눈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기능적으로 분리하여, 특정 행동이나 맥락들을 차분하고 눈에 띄지 않게 지원하도록 사방에 퍼져 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2).

이러한 것들이 그 당시 모든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속으로 빨려 들어갈 정도로 컴퓨터에 집중해야 했는데, 특별 했던 것은 계속해서 사람의 관심이나 주의력이나 눈 앞에 군림한 컴퓨터 화면과의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지 않고, 세상의 특정 작업이나 상황으로 이루어진 맥락에 맞춰 디자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은 그 당시로서는 매우 특별했다고 볼 수 있다.

Mark Weiser는 Xerox PARC에서 이러한 개념을 구체화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그것이 Mark Weiser 글에 등장하던, ‘Tab’, ‘Pad’, ‘Board’, 형태의 컴퓨터 디바이스인 것이다. 이런 디바이스들은 1991년 당시 알려진 기존의 범용 컴퓨터와는 모양새도 달랐고, 이동성과 휴대성도 많이 달랐다. 그 당시 이런 시도는 특정 규모와 환경 내에서의 상호작용을 위해 디자인된 특수 컴퓨팅 디바이스였다고 볼 수 있었다.

1980년경에 시작된 ‘퍼스널 컴퓨터’ 붐을 타고 데스크탑 컴퓨터가 인기가 시작되어 이 기사가 발표될 당시 1991년에는 컴퓨터는 대부분 범용적이었고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있었다. ‘퍼스널 컴퓨터’와 워크스테이션은 여전히 ​​비교적 새로운 기술이었고, 사람들의 특별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는 사전과 같이 두꺼운 노트북 컴퓨터를 자랑 삼아 들고 다니기도 했던 때이다. 1990년 중반에 나온 휴대용 전화기를 자랑삼아 옆구리에 차고 다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 당시 컴퓨터를 사용하려면 컴퓨터 앞으로 가야 했다. 이 말은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당시 컴퓨터라고 하면 책상에 올려져 있는 그런 데스크탑 컴퓨터를 주로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 환경이나 공간에 여기 저기 퍼져서 내장된 여러 개의 개별 디바이스라는 개념은 여전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불과했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네트워크는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고, LAN은 존재했지만, 특히 저전력 무선 통신과 같은 무선 네트워킹의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다. Mark Weiser는 이 글에서 유선, 무선, 적외선을 분명하게 언급함으로써 네트워크 연결이 컴퓨팅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는 미래를 예고했다고 볼 수 있다.

컴퓨팅 하드웨어는 일반적이었던 데스크탑 컴퓨터 형태에서 벗어나 특정 용도에 맞게 디자인된 소형, 휴대용 등 컴퓨터가 내장된 다양한 물리적인 새로운 형태로 전환되고 있었던 시기였다. 그 당시 저전력 마이크로프로세서, 평면 디스플레이, 초기 무선 기술이 등장하면서, Mark Weiser의 분산형 저전력 컴퓨팅이라는 Vision이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실현 가능 했다고 볼 수 있었다.

Mark Weiser가 주장하는 것은 협의의 단순한 기술을 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저 획일적인 컴퓨팅 방식에서 벗어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본다. 모든 것을 한 곳에서 처리하려고 애쓰는 하나의 강력하고 거대한 컴퓨터 대신, Mark Weiser는 목적에 맞게 상황들로 이루어진 맥락에 맞춰 작동하는 여러 컴퓨팅 디바이스들이 함께 컴퓨팅 생태계를 형성하는 세상을 구상했던 것이다. 즉, 컴퓨팅 구조가 눈에 보이는 커다란 상자 위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이나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세상을 꿈꿨다.

여기서 두 가지의 주제를 별도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Mark Weiser의 Vision은 두 가지의 매우 다른 계층으로 이루어 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오늘날 비교적 익숙한 개념으로, 컴퓨팅 디바이스가 사람들의 일상 속 물리적 환경 속으로 사라져 벽, 테이블, 문, 옷, 그리고 일상 용품의 일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Mark Weiser가 1991년 논문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에서 소개한 Ubicomp의 기본 주장이다.

하지만 두 번째는 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 컴퓨팅이 인간의 삶 속에 엮어져 녹아 들어,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요구하거나, 상호작용을 강요하지 않고, 사람들이 그저 일상 동안 하는 생각이나 일상 활동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사람들을 지원하는 컴퓨팅을 상상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쉽게 한마디로 설명하기가 어렵지만, 대신 차분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고 표현하곤 한다. 이것은 Mark Weiser와 John Seely Brown의 1995년도 글인 “Designing Calm Technology(3)”와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4)”에서 설명했다.

이 두 가지 측면은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동일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첫 번째 측면처럼 컴퓨터를 환경에 통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기술적인 과제이다. 즉, 디바이스를 더 작고, 더 저전력이 되고, 더 저렴하고, 더 분산되고, 더 네트워크화 되고, 덜 거추장스럽게, 그리고 덜 거슬리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측면처럼 컴퓨터를 사람들의 삶과 결을 같이하여 엮어져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녹아 들게 하여 사용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그런 존재로 만드는 것은 심리적, 철학적 대단하고 심오한 전환을 요구한다. 이는 사람들의 주의력, 집중력,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과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그런 리듬을 이해하고, 사람의 관심과 집중해서 하고 있는 일과의 상호작용을 존중하며, 결코 컴퓨팅을 주는 공간으로 사람들 압도하지 않는 그런 기술을 디자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Mark Weiser는 후기 저서에서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Ubicomp을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그리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Calm Technology’ 혹은 ‘Calm Computing’에 관련된 많은 부분의 이해가 개념적 디자인 단계에서 충분히 습득되고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을 이해하기 위해 이 글의 전면부에서는 1990년대 초반, 컴퓨팅 환경에 대해 설명이 된 것이다. 그러나 Mark Weiser는 단순히 컴퓨터를 주변 환경에서 눈에 띄지 않게 만들었다고 해서 사람들의 삶과 저절로 잘 융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은 눈에 띄지 않게 숨겨져 있어도 여전히 성가시거나 스트레스를 주거나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기술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의 주의력을 뚫고 들어와 주의를 산만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번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더욱 미묘한 접근 방식이 필요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즉,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을 가질 수 있는지 이해하고, 기술이 그 자연스러운 구조에 어떻게 녹아 들어가 들어맞을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Mark Weiser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두 개의 층을 가지고 살아간다.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는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집중하는 영역으로, 읽기, 말하기, 문제 해결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주변부는 사람들이 의식적인 집중 없이 감지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 들려오는 창밖의 차량 소음, 에어컨 작동 소리, 햇빛의 변화,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 등이 그 예이다. 1995년 글에서 Mark Weiser와 John Seely Brown은 진정으로 인간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의 삶과 엮어져 녹아 들어간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주변부에 조용히 머무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끊임없이 중심부로 밀려들지 않고 조용히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3). 그렇게 조용히 존재하다가 기술은 필요할 때만 부드럽게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로 이동해야 하며, 임무가 완료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주변부로 돌아가야 한다. 물론 주변부라는 것이 상황으로 이루어진 맥락 속에서 달라지게 되어 있다.

1995년 글에서 Mark Weiser와 John Seely Brown은 “Dangling String(3)”이라는 디바이스로 소개가 된다. 이 글이 주는 의미는 “Dangling String”의 감지는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을 빼앗지 않아도 “Dangling String”이 전하는 메시지는 사람들의 의식의 가장자리에서 감지가 된다는 것이다. 기술과 상황에 대한 소통이 이루어졌지만, 차분하게 이루어 진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Mark Weiser는 그의 글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4)”에서 개념을 더욱 확장하여, 기술의 진정한 힘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보여줄 수 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의력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다루는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Mark Weiser는 두 번째 목표, 즉 기술을 인간의 삶에 원활하게 엮어져 녹아 들에 하는 기술은 디바이스 자체보다는 디자인 원칙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는 세 가지 핵심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첫째, 정보는 화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 속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명, 색상, 움직임, 소리, 그리고 미세한 환경 변화만으로도 사용자가 화면을 멈춰서 바라볼 필요 없이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술은 주변 환경을 통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끄럽고 성가신 알림이나 팝업 메시지 대신, 부드러운 소리, 주변 시각적 변화, 또는 조용한 질감의 변화와 같은 미묘한 단서를 통해 방해 없이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기술은 겸손해야 한다. Mark Weiser는 가장 위대한 기술은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되어 사라지는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마치 전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지배하지는 않지만,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식처럼 말이다.

이러한 원칙들을 통해 Mark Weiser의 생각은 보이지 않는 디바이스들로 가득 찬 세상에서 차분한 상호작용으로 가득 찬 세상으로 전환된다. 환경은 단순히 컴퓨터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참여하면서도 강요하지 않는다. 바로 이 때문에 첫 번째 아이디어는 주로 Ubicomp에 해당하고, 두 번째 아이디어는 Calm Technology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Mark Weiser의 가장 심오한 공헌은 단순히 컴퓨터가 어디에나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다. 현명하고 겸손하게 디자인된 컴퓨터는 오히려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사람들이 온전하게 살아가고, 명확하게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공간은 사람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사람들의 삶은 더욱 평온해진다. 그리고 기술은 Mark Weiser가 항상 바라왔던 것처럼, 조용히 사라지는 무엇인가가 된다. 그것은 단순히 사라지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기 때문이다.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2) )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calmtech.com/papers/computer-for-the-21st-century

(3) Designing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1995, https://calmtech.com/papers/designing-calm-technology

(4)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1996, https://calmtech.com/papers/coming-age-calm-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