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ST12. MASERINTS, Weiser가 상상한 세상

미래에는 사람들 주변에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컴퓨팅 디바이스가 존재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 더 많을 것이다. ‘많다’라는 표현은 추상적이거나 상대적인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많다’는 것은 실제로는 방대하고 거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컴퓨팅 디바이스의 존재를 의미한다.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예상하는 것보다 수십 배, 심지어 수백 배나 더 많은 컴퓨팅 디바이스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그 압도적인 양의 엄청나게 많은 컴퓨팅 디바이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보이거나, 무엇을 듣거나, 그 존재를 의식하지도 못한다. 이러한 컴퓨팅 디바이스들은 너무 작아서 눈에 띄지 않거나, 일상 속 대상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어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들, 벽, 가전제품, 옷, 차량, 가구, 심지어 보도와 포장재에 숨겨져 조용히 숨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어떤 컴퓨터 디바이스들은 사람들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물건들 속에 쏙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컴퓨터 디바이스들은 잠잠히 사람들 삶의 리듬에 동참하게 될 것이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일과, 식사, 출퇴근처럼 필요에 의해 하는 일이 있고, 또는 친구와 소통하거나 음악을 즐기거나 취미를 즐기는 것처럼 하고 싶은 욕구에 의해 하는 일이 있다. 사람들이 이러한 행동을 반복하면서, 익숙한 흐름, 즉 별다른 생각 없이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대상과 상호작용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러한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잘 사용되는 도구는 점차 사람들의 의식에서 사라져 도구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수행하는 일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Ubicomp의 아버지인 Mark Weiser는 숙련된 음악가들은 악기나 악보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의 관심은 연주 그 자체에 쏠려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삶에서도 컴퓨터 디바이스는 생각의 중심에서 주변부로, 조용히 자리 잡은 곳으로 유연하게 이동한다.

오늘날의 컴퓨터 디바이스는 작고, 내장되어 있으며, 어디에나 존재하는데, 이러한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의 일부이다. 컴퓨터 디바이스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지도 않고, 심지어 사람들에게 그 존재 자체를 상기시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컴퓨터 디바이스는 세상을 구성하고 삶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다만 사람들은 컴퓨터 디바이스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그런데, 눈에도 잘 보이지 않는 그 많은 컴퓨터 디바이스 중 하나가 고장 나면 어떻게 될까? 그야 물론 이러한 보이지 않는 시스템 중 하나라도 아주 작은 장애를 일으키면 그 영향은 너무 커서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물체 깊숙이 묻힌 작은 컴퓨터 디바이스, 그 존재조차 전혀 알지도 못했던 그 컴퓨터 디바이스가 갑자기 사람들의 하루, 계획, 심지어 행복까지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기에 대해 생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미적인 이유로 전등 스위치를 어디에 설치해야 할지, 케이블을 어떻게 숨길지는 생각할지 몰라도, 전기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에 전기가 마법처럼, 새롭게 등장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은 이웃집에 처음으로 불이 켜지는 전구에 매료되었고, 전기가 자신들의 삶에 찾아오는 그 날을 꿈꾸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고, 그 존재는 당연하게 여겨졌으며, 그 역할은 의식 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예를 들어 예상치 못하게 정전이 된다면, 혼란이 뒤따를 것이다. 휴대전화, 전등, 엘리베이터, 냉장고, 통신 수단 모두 전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기의 부재는 사람들의 일상의 흐름 자체를 뒤흔든다.

또 다른 예로 교통카드가 있다. 이 교통카드는 아침에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아무 생각 없이 터치하는 작은 카드이다. 너무나 쉽고, 너무나 습관적이다. 하지만 카드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단말기가 카드를 읽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갑자기 카드를 스캔하는 데 5초가 걸린다면 어떻게 될까? 한때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귀찮은 존재가 되어 짜증으로 변한다. 좌절감이 쌓여서 고조되고, 이런 욕구불만의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한때 의식 속에서 사라졌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으로부터 사라져 주변부에 묻혀 있던 이 작은 시스템에 사소한 장애가 발생하면 놀라운 힘으로 외부로 퍼져 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주 작은 컴퓨터의 역설이다. 즉, 고장이 나기 전까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더 큰 진실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더 이상 고립된 도구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의 백그라운드에 존재하는 거대한 컴퓨팅을 내뿜는 지능 생태계와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생태계를 안전하고 안정적이며 진정으로 인간의 삶을 지탱하는 생태계로 만들려면, 사람들은 실패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맥락, 즉 사람들의 결정을 조용히 형성하는 장소, 시간, 감정, 그리고 의도에 대한 감각을 이해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이 등장한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단순한 스마트 디바이스들의 모음도, IoT 제어 시스템도 아니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의 삶 속의 주의가 집중되는 것, 습관, 그리고 흐름의 구조를 인지하는 인간 중심적인 컴퓨팅 철학이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MASERINTS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Person to be served)가 항상 존중의 중심이며, 주변의 스마트 환경은 조용하고 지능적인 주변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즉, 필요와 요구를 예측하고, 복잡성을 흡수하며, 방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에서 컴퓨팅은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배경에 부드럽게 녹아 들어 간섭 없이 미묘하게 영향을 미치고 지원하는 VCC(Virtual Created Context)나 VAFF(Virtual Affordance)와 같은 터미널 시스템을 형성하도록 디자인된다. 작은 컴퓨터 디바이스에 장애가 발생하면 MASERINTS는 단순히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PTS의 삶의 흐름을 보존하기 위해 환경을 재정비하고, 경로를 변경하고, 재구성하게 된다. 방대한 컴퓨터 네트워크는 단순히 기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 돌봄, 그리고 이해의 공간으로서 서로 협력한다.

오늘날의 컴퓨팅이 여전히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좌절을 시키는 방식으로 실패할 수 있지만, MASERINTS는 그러한 혼란이 최소화되는 미래를 꿈꾼다. 컴퓨터 디바이스가 절대 실패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이 그러한 실패에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디자인되었으며, 항상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기계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작은 컴퓨터조차도 고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자비롭고 지적인 환경, 즉 진정으로 사람을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에 조용히 기여하는 세상으로 초대받고 있다.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