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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01. Riding on a Sea of Calm의 프롤로그

“Riding on a Sea of Calm(1)”은 Mark Weiser가 1998년에 작성한 글이다. 1991년에 작성한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라는 글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를 확장하면서 컴퓨팅의 심리적, 사회적 측면을 더욱 깊게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ark Weiser가 언급했던 ‘Calm Technology’의 ‘Calm’은 귀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고요함’이라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의 사이에서 정신적, 감정적 마찰을 줄인 결과로 생기는 ‘차분함’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래서 Mark Weiser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Mark Weiser는 어떤 도구의 진정한 중요성은 도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가지는 어떤 느낌 같은 것, 즉 기술을 사용하거나 기술에 둘러싸여 경험하는 질적인 측면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술이 있어서 삶을 더 쉽게 만드는지, 아니면 어렵게 만드는지,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방해가 되는지, 조용히 있는지 아니면 성가시게 하는지,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지 아니면 끊임없이 거추장스럽게 되는지 등을 의미한다.

기술이란 것이 강력하고, 세련되고, 인상적일 수 있지만, 만약 그것이 사람에게 불안감과 혼란을 주거나, 끊임없이 그 존재를 자각하게 만든다면, 기술은 본질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조용하고 자연스러운 조화, 즉 환경이 삶을 방해하지 않고 지탱해 준다는 그런 것들을 잃어버리게 한다는 것이다.

Mark Weiser는 기술이 강압적인 힘이 아니라 조용한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진실을 담고 있다. 기술이 진정으로 인간적이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야 하며, 사람들의 삶이 기술에 맞춰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Mark Weiser는 사람들이 기술에 맞춰 자신을 조정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기술이 사람들의 삶의 리듬, 감정, 그리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이 사람의 주의력을 끌려고 애쓰거나, 사람이 살아가려는 삶보다 기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면, 그 관계는 어색 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술이 조용히 진정으로 사람을 돕게 된다면, 그 관계에는 부드러움이 생겨난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도움을 주는 척하는 이웃과는 어색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되는 것과 같다.

기술이 조용히 진정으로 사람을 돕게 된다면, 기술은 더 이상 기계처럼 느껴지지 않고, 마치 주변 환경의 일부처럼, 언제 물러서고 언제 나서야 할지 아는 차분한 그런 동반자라는 존재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하드웨어나 알고리즘이 아니라 바로 이러한 관계가 사용자의 경험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MASERINTS에 적용하면 더욱 명확 해진다. MASERINTS는 MASERINTS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Person to be served)와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PTS 주변이 상황들로 이루어진 맥락을 자각하고 이해하며 부드럽게 반응하는 지능적인 공간으로 둘러싸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하지만 MASERINTS가 지나치게 지능적임을 강조하거나, 끊임없이 분석하고, 계산하며, 개입하고 있음을 PTS에게 상기시킨다면, 편안함 대신 압박감을 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공간은 마치 집이 아닌 간섭이 심한 훈련소에 사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Mark Weiser의 말은 정반대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MASERINTS가 자연스럽고 따뜻하며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관계를 PTS와 구축하도록 그렇게 시스템은 디자인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MASERINTS는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 지 보여주려 하기보다는 PTS의 삶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진정한 목표는 기술을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PTS가 기술의 존재조차 잊을 만큼 안전함을 느끼는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다. MASERINTS는 복잡성을 드러낼 때가 아니라, 조용히 귀 기울이고, 부드럽게 알아차리며, 방해가 아닌 편안함을 줄 때에만 개입하는, 맥락을 부드럽게 보살피는 존재가 될 때 가장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Mark Weiser가 이글에 적은 말은 MASERINTS가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준다. 즉, 사람들의 마음을 존중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보호하며, PTS가 감시를 받거나 통제를 받는다는 느낌 없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Mark Weiser가 궁극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기술이 일상생활의 일부로 녹아들고, 사람과 시스템 간의 관계가 조용하고, 익숙하고, 그래서 편안하고 익숙한 방처럼 평온할 때 비로소 최고의 가치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축된 MASERINTS는 관리해야 할 시스템이 아니라, 부드럽게 이해하는 공간이자, 방해하지 않는 조력자이며, 제공하는 평화 속에서 그 존재감이 가장 분명하게 느껴지는 동반자가 된다.

“좋은 도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사람들 주변에 빽빽하게 사각도 없이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 디지털 공간들처럼 끊임없이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 즉 사람들의 주의력, 관심, 집중력을 빼앗기 위해 거추장스럽고 신경 쓰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자각의 주변부에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디지털 공간은 더 이상 악의적이거나 냉혹하거나 착취적인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미래의 디지털 공간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단순한 소비 자원으로 이용하려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속이 검은 상업적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을 소비 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람들을 그 공간의 중심에 두게 된다. 진정으로 인간 중심적인 디지털 공간이라면 악의적이거나, 불분명하거나, 교묘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디자인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MASERINTS와 같은 미래 디지털 공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효율성이나 기능적 역량의 초월적 달성만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목표는 훨씬 더 고차원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MASERINTS와 같은 미래의 디지털 공간은 그의 궁극적인 존재의 목적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사는 MASERINTS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Person to be served)와 디지털 공간의 지성 사이의 평화로운 공존 관계를 키우는 데 노력하는 디지털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 “평화로운 공존”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사람들은 그들의 의지와 의도에 따라 삶을 살아가며, 그리고 필요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사람들은 일상 속 대상들과 물리적 또는 정신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그렇게 삶의 흐름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모든 경험을 통해,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차분함과 시공간적인 여유와 휴식을 추구하며 더 넓은 삶의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삶의 흐름 속에 무엇인가가 개입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사람들의 삶의 흐름이 더 잘 흐르도록 방향도 잡아주고, 부딪힐지도 모르는 바위도 미리 알려주고, 우연히 마주칠 돌뿌리도 알려주어 넘어지지 않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오히려 장애물처럼 더 거추장스럽게 만들고, 심지어 그것이 사람들의 삶의 흐름에 거스르는 것으로 남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이 사람들의 삶의 흐름에 결을 맞추며 존재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디지털 공간인 MASERINTS는 필연적으로 이러한 사람들의 삶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의 삶의 흐름에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되고, 또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흐름에 거슬러서도, 또 걸림돌도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삶의 흐름이라는 프레임 안으로 흡수되고 동화되고, 조절되고, 통합되어 들어가 있어야 한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으로 인해 삶의 흐름이 끊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도 안되고, 또 잡음이나 필름의 흠집처럼 보여서도 안되고, 갑자기 속도가 늦어져 슬로우 모션처럼 보여져서도 안된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내 삶이라는 영화 필름 속에 흡수되고 동화되고, 조절되고, 통합된 자연스러운 프레임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과 사람들은 친밀하면서도, 그렇다고 그 디지털 공간의 존재를 뚜렷하게 의식하지도 않고, 경계를 뚜렷하게 구별할 수 없는 관계 속에 함께 살아가고, MASERINTS의 지성은 삶의 흐름을 형성하는 프레임을 대체하거나 더함으로써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는 공존관계가 된다.

더 나아가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에 의해, 사람들을 위해 통제되는 사람들만의 디지털 공간이기에, 그 디지털 공간은 영원히 사람들을 도와줄 보이지 않는 동반자와 같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동반자가 될 수 있지만, 모든 디지털 공간은 개인화가 이루어지므로 모든 디지털 공간은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을 각 사람에게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항상 사람들이 의식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삶의 흐름 속에서 무엇인가가 필요하거나 또는 필요하다고 보여 질 때마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에 오고 가며, 그 흐름이 끊기거나, 잡음이 있거나, 느려지지 않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삶의 흐름에 필요하게 될 때까지 MASERINTS는 사람들의 아주 가까운 곳에 주변에서 조용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좋은 도구”는 사람들이 가지는 습관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좋은 도구”란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사람들의 두뇌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에 오고 가면서 이동한다고 해도 그것을 그렇게 깊게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방 안의 온도가 내가 안정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 각자를 위해 그 사람에게 맞는 온도가 맞춰졌겠다는 생각은 전혀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그 디지털 공간 안에서 압도당하지 않고 미묘하고 섬세한 단서를 가지고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디지털 공간은 바로 그런 느낌을 받아야 한다. 미래의 MASERINTS와 같은 디지털 공간은 인간 사고의 연장선이 되며,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주변에 꽉 찬 컴퓨터 디바이스를 더 이상 사용해야 하는 특별한 공간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저 살아가고 있으며, 디지털 공간은 마치 고요의 바다를 떠 가듯 조심스럽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이러한 차분함은 무엇인가 없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묵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의미가 있는 존재에 대한 것이다.

(1) Riding on a Sea of Calm,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World Link, 1998, pp. 4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