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Weiser 박사가 Ubicomp을 제안했던 XEROX PARC는 대단한 곳이었다.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 ‘알토(Alto)’가 있었고, 이더넷 통신, 비트맵 그래픽, 마우스, 그리고 스몰토크(Smalltalk) 프로그래밍 언어에 이르기까지, 현대 퍼스널 컴퓨터 산업의 근간이 된 수많은 기술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1970년 설립 당시 이 연구소의 미션은 단순히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목표 덕분에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지는 학제 간 연구가 가능했고, 그 토양 위에서 ‘Ubicomp’이라는 거대한 아이디어가 싹을 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뼈아픈 역사적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XEROX는 수많은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도 정작 그것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Ubicomp 역시 XEROX의 다른 발명품들처럼 기술적 승리에만 그치고 말 것인지, 당시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Mark Weiser 박사는 단순히 컴퓨터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컴퓨팅에 대한 철학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것은 컴퓨터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대신 일상 생활의 백그라운드로 조용히 녹아 들어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기술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오직 사람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Ubicomp은 컴퓨터를 더 강력하게 만들거나, 화려하게 만들거나, 또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컴퓨터를 더 겸손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컴퓨터나 컴퓨터 디바이스 등을 이렇게 구현하고 있지 않다면, 그 제품은 Ubicomp에 관련된 결과물이 될 수 없다고 여겨야 한다.
기술이 자신을 낮추고 배경으로 물러날 때 비로소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는 Mark Weiser 박사의 비전, 그 ‘겸손한 기술’에 대한 철학은 기술 만능주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가장 인간적이고 사려 깊은 통찰로 다가온다.
참고가 될 만한 자료
▪ Mark Weiser’s Quest for Calm Computing, Hans Sandberg, 2025, https://medium.com/%40h4sweden/mark-weisers-quest-for-calm-computing-9d21a40fcbb8
▪ Was Weiser Right?, Gsentak, 2020, https://medium.com/digitalshroud/was-weiser-right-774f3fd239fb
▪ Ubiquitous Computing, Jacob Teodoro, 2020, https://medium.com/%40jacob.teodoro1/ubiquitous-computing-3763bd100347
▪ Mark Weiser, the father of ubiquitous computing, Calm Technology, 2007, https://calmtechnology.wordpress.com/2007/02/04/mark-weiser-the-father-of-ubiquitous-compu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