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불변성’(3)(4)이라는 표현의 핵심은, 사람들이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는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Mark Weiser 박사는 그의 글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에서 심리학자 James J. Gibson(2)의 개념을 빌려와 사람들이 어떤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되어 의식의 배경 속으로 사라져 버릴 때, 그 지각이 얼마나 깊이 사람들의 경험의 일부가 되는지 설명했다. Mark Weiser 박사에게 있어 가장 심오한 기술이란,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사람들의 의식 밖으로 사라져 발 밑의 바닥처럼 자연스럽게 되어 눈치채지 못하게 되는 기술(1)이다.
James Gibson은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로 어떻게 보는지 진지하게 연구한 최초의 심리학자 중 한 명으로, 이를 설명하기 위해 ‘불변성’(3)(4)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그의 주장은 지각이란 두뇌가 미세한 감각 정보 조각들을 짜깁기하여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세상에는 이미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패턴, 즉 사람들이 움직이거나 다른 각도에서 보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며, 사람들의 눈은 이러한 안정적인 특징들을 자연스럽게 포착한다고 믿었다. 그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마음속에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이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이러한 신뢰할 수 있는 구조들을 인지함으로써 사람들이 보는 것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불변성’이란 사람들이 보는 것 중에서 다른 많은 것들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부분을 말한다. 이는 사람들이 눈을 움직이거나, 위치를 바꾸거나, 장면 속을 걸어 다닐 때에도 안정적으로 남아 있는 시각적 단서들이다. 예를 들어, 표면이 멀어질수록 질감이 더 섬세하고 촘촘해지는 방식, 시점이 바뀌어도 직선 모서리가 전체적인 방향을 유지하는 방식, 특정 영역이 일관된 패턴으로 밝거나 어둡게 표시되어 사물과 배경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식 등이 있다. 이러한 안정적인 특징들은 사람들이 움직인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왜곡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 눈이 의지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공하여 세상을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요소들은 시야각이나 움직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정하게 유지되며, 시각 시스템은 이러한 안정적인 패턴을 포착하여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든 정보를 두뇌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정리하여, 혼란스러운 색, 모양, 움직임의 흐름이 아닌 안정적인 세상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다시 말해, 시각 시스템은 장면에서 안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특징들을 기준점으로 삼아 사물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서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직화 능력이 없다면, 사람들이 보는 모든 것은 흩어지고 혼란스러워 보일 것이며, 마치 세상이 무작위로 조각나는 것처럼 느껴질 것(5)(6)이다.
James Gibson의 주장, 즉 일부 패턴은 사람들의 지각 속에 꾸준히 남아 있다는 생각과, Mark Weiser 박사의 주장, 즉 진정으로 성숙한 기술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주변 백그라운드로 사라진다는 생각을 연결하면 유용한 그림을 얻을 수 있는데, 바로 ‘시각적 불변성’이란 개념을 통해 특정 사물들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되면 어떻게 사람들의 능동적인 주의에서 사라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Mark Weiser 박사가 말한 기술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은 기술이 생리학적으로 시력이 마비되어서 문자 그대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술이 사람들 일상에 너무나 익숙해지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나 매끄럽게 녹아 들고, 통합되어 더 이상 그것을 사용하기 위해 굳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필요조차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사람들의 눈 앞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는 심리적 마법의 실체이다.
일상적 행위의 보이지 않는 것들
출근길에 길거리 표지판을 읽는다고 했을 때, 만일 처음 글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라면, 글자 하나하나를 읽는데 온 신경을 쏟아야 했을 것이다. 글자 모양을 소리로, 소리를 단어로, 다시 단어를 의미로 해독하는 일련의 의식적인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읽기는 물 흐르듯 너무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이제 ‘읽기’라는 읽는 과정을 생각하지 않고 그저 메시지를 즉시 이해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게 된다.
Mark Weiser 박사는 이러한 변화를 컴퓨터 사이언스의 ‘컴파일링’ 과정에 비유(1)했다.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가 최적화되어 프로그래머의 개입 없이도 자동으로 실행되는 상태와 같다는 것이다. Herbert Simon은 이를 ‘컴파일링’으로, Michael Polanyi는 ‘암묵적 지식’으로 표현하며 각기 다른 관점에서 의식의 사라짐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James Gibson이 기여한 개념이 바로 ‘시각적 불변성’으로 명명되었다.
길거리 표지판 예는 시각적 불변성을 심리적 경험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표지판 자체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지각이 불변의 상태에 도달하면서 표지판은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표지판을 보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표지판이 전달하는 의미 있는 정보, 즉 방향이나 어떤 지시일 뿐이다. 방 안의 익숙한 가구가 시간이 지나면서 방 안에서 눈에 띄지 않게 되는 것처럼, 표지판의 텍스트도 환경에 대한 사람들 지각 속에서 ‘불변하는 배경’의 일부가 된 것이다.
James Gibson의 [지각이론]에서 이러한 불변의 정보는 단순히 표지판의 글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사람들의 시각 시스템, 즉 사람들의 눈과 두뇌가 항상 앞에 보이는 장면에서 변하지 않는 안정적인 패턴을 어떻게 감지하는 지, 그 변하지 않는 부분을 이용하여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 지에 관한 판단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공간을 이동할 때 시야 속의 표면들이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방식은 깊이와 움직임에 대한 불변의 정보를 제공한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패턴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주변 환경의 구조와 배치를 규정하는 핵심적인 관계, 즉 안정적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다. 지각 기관은 이러한 불변성을 가지고 있는 정보를 직접 포착하기 때문에, 매 순간 모든 세부 사항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하지 않고도 거침없이 움직일 수 있는 것(6)이다.
일상으로 녹아 든 기술
Mark Weiser 박사가 Ubicomp을 논하며 James Gibson의 ‘시각적 불변성’이라는 용어를 끌어온 것은, 미래의 기술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대담한 주장을 보여주었다. 기술은 상호작용을 갈구하며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컴퓨터 화면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는 디바이스처럼 주의력을 요구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일상 생활의 ‘주변 공간지능’의 일부가 되어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기술은 사람들 삶의 결 속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매끄럽고, 정교하게 엮어져 들어가, 기술 그 자체가 아닌 그 기술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효과, 즉 모든 것이 더 편안해지고, 매끄러워지고, 더 긴밀하게 연결되는 지원과 도움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기술은 더 이상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게 되고, 사람들의 경험의 ‘불변적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눈에 보이는 인터페이스는 없지만 중심이 되는 사람의 취향을 학습해 늘 쾌적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온도 조절기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온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고, 디바이스는 그저 묵묵히 자동으로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Mark Weiser 박사의 관점에서 이 온도 조절기는 이제 주거 환경의 ‘불변성’을 확보한 ‘불변적 요소’가 되는 것이다. 더 이상 의식적으로 관심과 주의력을 기울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생활이 순조롭게 흘러가도록 돕는 매끄러운 배경의 일부가 된 것이다. 마치 숲 속의 잘 닦인 익숙한 길을 걸을 때 발걸음 하나하나를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기술은 배경 뒤로 물러나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치를 두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에 집중할 수 있게(1) 해준다.
지각에서 설계로 이어지는 생각
시각적 불변성의 진정한 힘은 사람들의 지각과 사물의 설계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 사람들이 안정적인 패턴을 자연스럽게 보고 알아차리는 방식을 이해하면, 그러한 패턴에 매끄럽게 어우러지고 사용하기 편한 도구와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지각과 설계 사이의 이러한 상호작용이야말로 ‘시각적 불변성’이 가진 진정한 힘이라는 것이다.
James Gibson의 생태학적 접근 방식에서 보는 것, 즉 지각과 행동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 사람들이 주변 환경에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지각하는 것은, 그것이 사람들의 행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의 행동은 사람들이 인지한 것을 바탕으로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Mark Weiser 박사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기술이 진정으로 인간 중심적이 되려면, 이와 같이 매끄럽게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술은 사람들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마치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서 보고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은 지원과 도움을 주되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사람들 삶의 주변부에 녹아 들어서 사람들 삶의 일부로 존재하고, 능동적으로 작동하며 이로움을 주되 결코 방해가 되는 애물단지가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심리학의 시각적 불변성을 이해하고 이것이 설계와 기술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면, 사람들은 비로소 무엇인가가 사라진다는 것의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다. 여기서 사라진다는 것은 부재가 아니라 숙달을 의미한다. 도구의 기능이나 작동 원리를 내면화하여 더 이상 그 작동 방식 같은 것을 의식하지 않게 될 때, 기술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본래의 목적을 실현하는 지원과 도움을 주는 조력자의 수준으로 도달하게 된다.
언급된 각주의 내용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2) James J. Gibson, https://monoskop.org/James_J._Gibson
(3)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 James Gibson, 1979, Ch9. “The Theory of Information Pickup” and Ch10. “The Detection of Invariants”, https://books.google.co.kr/books?id=yv_9hU_26KEC
(4) The Senses Considered as Perceptual Systems, James Gibson, 1966, https://monoskop.org/images/d/df/Gibson_James_J_The_Sense_Considered_as_Perceptual_Systems_1966.pdf
(5) Visual Perception Theory In Psychology, Saul McLeod, 2023, https://www.simplypsychology.org/perception-theories.html
(6) Ambient optic array, https://en.wikipedia.org/wiki/Ambient_optic_array
참고가 될 만한 자료
■ The Theory of Affordance, James J. Gibson, 1979, https://monoskop.org/images/c/c6/Gibson_James_J_1977_1979_The_Theory_of_Affordances.pdf
■ Optic Flow: Perceiving and Acting in a 3-D World, B Rogers, 202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869175
■ Optic Flow: A History,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52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