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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91.ST07.01. Gibson의 시각적 불변성: 프롤로그

사람들은 흔히 기술의 발전이 더 매력적이고 더 화려한 인터페이스나 더 빠른 처리 속도의 하드웨어에 있다고 믿곤 한다. 그러나 인류의 경험을 근본적으로 뒤바꾼 가장 위대한 혁신들은 역설적이게도 사람들 눈앞에서 기꺼이 사라지는 길을 택해 왔다. 연필이 손의 한 부분처럼 같이 동작하여 사람이 쓰고자 하는 본래의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때, 신발이 발바닥이 느끼는 감각과 하나가 되어 험한 길을 가더라도 바닥의 울퉁불퉁한 것을 잊게 할 때, 도구는 비로소 사람들이 가지는 경험 속에서 ‘불변성(Invariant)’의 요소로써 사람의 배경을 구성하게 된다.

이 글은 바로 그 사라진다는 것(1)이 사람들의 삶에 주는 영향에 관한 탐구이다. 이런 연구는 심리학자 James J. Gibson(2)이 발견한 ‘시각적 불변성(Visual Invariant)(3)(4)’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하여, Mark Weiser 박사가 꿈꿨던 Ubicomp의 비전을 거쳐, 마침내 미래의 살아있는 디지털 공간이 될 MASERINTS의 비전까지 나아간다. Herbert의 ‘컴파일링(Compiling), Michael Polanyi의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 등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이 불변성(Invariant)이라는 개념은 특히 매우 중요한데,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의 차분한 삶(Calm Living)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을 빼앗아 가는 그런 도구로 설계되어서는 안되고, 사람들의 내면이 흔들릴 때조차 그 공간만큼은 변함없이 견고하게 느껴지도록 지탱해 주는 지각적인 가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James Gibson은 그의 글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3)에서 재미있는 표현을 사용한다. 즉 사람들이 살면서 보이지 않지만, 볼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이제 전체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개념을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너무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세상을 살아가는 순간들이 있다. 마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넘어지거나, 주저하거나, 길을 잃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컵의 위치를 정확하게 ​​계산하지 않고도 손을 뻗어 컵을 잡을 수 있으며, 발 아래 바닥의 깊이를 재지 않고도 발을 내딛으며, 문 모양을 의식적으로 깊이 살펴보지 않고도 문의 존재를 감지한다.

사실 완벽한 시각적 안내를 받으면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는 이 묘하게 역설적인 경험이 바로 James Gibson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이지 않지만 보는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James Gibson과 같은 심리학자들이 깊이 탐구했던 지각 방식, 특히 그의 시각 시스템이 의도적인 해석 없이 어떻게 세상의 구조를 파악하는지에 대한 연구를 담고 있다. 언급했듯이 그의 저서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3)에서 이 개념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밤에 익숙한 방을 가로지르는 사람은 복도에서 새어 들어오는 희미한 불빛만으로도 가구를 피해 걸어갈 수 있다. 방을 자세히 살펴보는 것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검사를 해 보거나 무엇인가를 분석해서 나온 결과에 초점을 두는 것도 아니다. 시각 시스템은 가장자리, 명암, 형태, 안정적인 표면과 같은 필수적인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하고, 이러한 본래의 모습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위치만 옮기는 그런 구조물의 조용한 흐름만으로도 움직임을 안내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보고는 있지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주의를 기울인다고 생각하는 의도적인 어떤 노력을 해서 보는 것이 아니다. 지각은 어떤 도전해야 할 과제가 아니라 마치 동반자가 되고, 의식을 요구하지 않고 행동을 뒷받침하는 부드러운 흐름이 된다.

이 현상이 흥미로운 이유는 시각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눈이 수집하는 정보 중 극히 일부만이 의식에 자리잡게 된다. 대부분의 것들은 주의력과 인지의 주변부에서 조용히 이루어진다. 익숙한 거리를 걸으며 내일 계획을 생각하면서도 전봇대, 연석, 다른 보행자를 피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도 바깥의 구름이 움직여 미세하게 변하는 조명에 무심코 눈을 맞출 수 있다. 이러한 순간순간마다 눈은 계속해서 정보를 수집하지만, 의식은 개입하지 않는다. 세상은 움직임이나 각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패턴, 즉 James Gibson이 말하는 불변성(Invariants)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변성 덕분에 주변 환경을 적극적으로 살피지 않고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사람들은 보고 있지만, 의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표현은 MASERINTS와 같은 시스템이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기술 환경을 만들려고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Mark Weiser 박사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은 미래의 시스템은 시각 시스템의 눈에 띄지 않는 활동처럼, 배경 속으로 스며드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할 수 있다.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 조명이 미묘하게 변하고, 눈부심을 완화하기 위해 표면의 색조가 변하며, 정보는 맥락상 필요할 때만 나타나 주의를 요구하거나 사고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기술이 부재한 상태가 아니라, 기술이 사용자의 지각 능력처럼 부드럽고 눈에 띄지 않게 작동하는 상태이다. 시스템은 사용자가 그 존재를 인지하도록 강요하지 않고 사용자를 대신하여 사물을 인식한다. 마치 사용자의 눈이 모든 세부 사항을 의식적으로 처리할 필요 없이 구조를 파악하는 것과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보는 것”이란 눈과 마음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어 더 이상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의 모든 것이 쉽게 이해되고, 마치 지각이 배경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면서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것처럼, 나는 아무런 노력 없이 세상을 살아간다.

마치 조용히 나를 보살펴주는 곳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정돈되어 있어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주변 환경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어 주기 때문에, 마음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몸은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무지하거나 부주의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확신에 가깝다. 주변 세상이 안정적이고 친숙하며 안전하게 느껴질 것이라는 믿음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감각이 모든 세부 사항을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길을 안내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만약 미래의 기술 시스템이 이러한 환경에서 도움을 준다면, 그 시스템이 생각을 방해하거나 주의를 요구하지 않고 조용히 백그라운드에서 사소한 일들을 처리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매끄럽게 작동하는 상태가 되고, 끊임없이 확인하거나 감시할 필요 없이 주변 환경의 부드러운 안내를 따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2) James J. Gibson, https://monoskop.org/James_J._Gibson

(3) The Ecological Approach to Visual Perception, James Gibson, 1979, Ch9. “The Theory of Information Pickup” and Ch10. “The Detection of Invariants”, https://books.google.co.kr/books?id=yv_9hU_26KEC

(4) The Senses Considered as Perceptual Systems, James Gibson, 1966, https://monoskop.org/images/d/df/Gibson_James_J_The_Sense_Considered_as_Perceptual_Systems_1966.pdf

■ Optic Flow: Perceiving and Acting in a 3-D World, B Rogers, 202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869175 

■ Optic Flow: A History,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521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