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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15. Ubicomp의 두가지 본질적 이해

Ubicomp은 두 가지 핵심 사상을 지닌 철학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컴퓨팅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차분함, 즉 조용히 이루어지는 서비스로 인해 ‘Ubicomp 환경 속에서 누리게 되는 여유로움’이라 할 수 있다.

컴퓨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미를 넘어서, 사람들의 의식이 컴퓨터 디바이스들에 의해 집중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컴퓨팅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기술이 중심이 되는 순간을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술이 중심 무대에서 물러나기 위해, 컴퓨터 디바이스들은 사람들의 시선과 주의를 피한 채 조용히 주변 환경 속으로 스며든다. 즉, 매일 마주치는 사물에 내장되거나,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이동하여 배경처럼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컴퓨팅, 보이지 않는 서비스, 그리고 전혀 인지되지 않은 채로 이루어지는 섬세한 도움으로 요약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서비스들이 나로 하여금 그것이 제공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Calmness’, 즉 조용한 서비스로 인해 가질 수 있는 ‘Ubicomp 환경 속의 여유로움’은 Mark Weiser의 Vision 속에서 특히 강조된다. 일상 속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조용히 내재됨으로써, 그 사물 본연의 목적과 사람과의 상호작용 기능이 향상되고,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더욱 수월하게 이뤄갈 수 있게 된다. 이는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조되는 경험을 통해, 결과적으로 마음의 평온과 만족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에서 생성되는 흔적들은 MASERINTS의 터미널 시스템과 컴퓨터 디바이스들을 통해 수집되고 축적되며, 이로써 MASERINTS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해당 PTS(Person to be served)를 정교하게 포함하는 디지털 트윈인 VPTS(Virtual PTS)를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또한, 이 정보들은 특정 상황에 맞춘 VCC(Virtual Created Context)의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여, PTS의 다음 행동과 선택에 유익한 방향성을 제시하게 된다.

Mark Weiser는 이렇게 컴퓨팅과 인간이 “친근하다”, 또는 “동반자”의 역할에 대해 반대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싫어했던 것은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도록 만드는 사람들의 속성과 그 결과 만들어진 기술의 사람들에 대한 통제였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채워진 족쇄를 풀기에는 그 족쇄를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에는 너무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하나의 비유를 들어 보겠습니다. 왕의 곁에는 늘 다양한 역할을 맡은 하인들이 존재한다. 각자의 임무에 따라 왕의 곁을 지키며, 왕의 명확한 명령이 없어도, 눈빛 하나, 손짓 하나, 왕의 얼굴 표정의 변화만으로도 왕의 뜻을 알아차리고 행동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왕은 하인들의 존재가 눈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아무리 훌륭한 섬김이라고 해도,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불편하게 느껴지게 된 것이다. 왕은 이제, 하인들이 눈에 띄지 않게 있다가 꼭 필요할 때에만 나타나기를 바란다.

이 비유에서의 하인들은 기존의 기술을 상징한다. 그러나 미래의 기술은 이제 벽 속으로, 가전 속으로, 옷 속으로, 거울 속으로, 천장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더 이상 그냥 벽이 아니고, 그냥 가전제품이 아니고, 그냥 옷이 아니라는 것이다. 왕은 더 이상 그들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섬세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는 곧, PTS 주변의 기술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으로 스며들어 배경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의미이다.

또한, 기술을 찾아 움직이던 PTS의 행위는 점차 기술이 먼저 다가오는 양상으로 바뀌게 된다. 이는 MASERINTS의 기본 철학과도 맞닿아 있으며, PTS가 이동하지 않아도 지원과 도움이 스스로 찾아오고, 조용히 그를 보살피는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기술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으면서도 도움을 받고, 그 결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 듯한 만족감을 얻게 된다. 인식된 지원과 도움보다 훨씬 많은 양의 지원과 도움가 조용히 제공된다면, 그 작은 여유들이 모여 사람들의 삶에 깊은 평온과 안정을 불러올 수 있다. 그것이 바로 Mark Weiser가 말한 ‘큰 여유’, 즉 ‘Calmness’가 궁극적으로 될 수 있다.

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에게 기술을 강요하고, 철갑 같은 시스템 속으로 사람들의 삶을 끌어들이려 하며, 일상을 통제하려는 기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결코 칭송받을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거꾸로 가는 기술’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진정한 기술은 사람을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곁에서 조용히 보조하며, 자율성과 여유를 지켜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Mark Weiser가 말한 연결성의 필요성은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Scientific American, Vol. 265, No. 3, Sep. 1991, pp. 94~104)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무선 기술과 적외선(IR)을 통해 다양한 크기와 기능을 지닌 디바이스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협력하는지를 설명하며, 고밀도 연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된 보다 세부적인 내용은 Poor의 「High Density Network(2)」를 참고할 수 있다. Poor의 「High Density Network」에 대해서는 그 개념적인 부분을 한번 다루려고 한다.

이러한 글들이 20년 이상 전에 쓰였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지금의 기술은 당시에 비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지만, Ubicomp이 지향하는 진정한 삶의 방식은 아직 완전히 실현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초기 개념들 속에 담긴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며, MASERINTS가 지향하는 디지털 공간의 구성에도 깊은 통찰을 제공해 준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은 사람들의 인지 바깥에서, 조용히 그러나 정교하게 존재하게 될 것이다. 마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이다.

돌이켜보면, 20세기 말에 쓰인 글들이 MASERINTS의 미래를 꿈꾸는 나에게 여전히 의미 있게 울려 퍼질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시적인 표현에 가깝다. 세상은 변했다. 네트워크는 더 빨라졌고, 디바이스는 더 작아졌으며, 인공지능은 더 강력해 졌다. 하지만 Roy Want의 기억 속에 담긴 Mark Weiser의 비전의 핵심은 결코 시들지 않았다.

미래의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에 대한 Storytelling을 엮어 나가는 나에게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미래는 단순히 뛰어난 기술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삶의 배경의 일부처럼, 즉, 나에게 도움을 주어야 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차분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생각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의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에 대한 글을 쓰면서 “Remembering Weiser”를 읽는 것은 마치 책상 위에 오래된 사진을 놓아두는 것과 같다. 사진은 바랬을지 모르지만, 그 표현은 시간을 초월하며, 나의 여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왜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따라서 나의 흔적, 그리고 VCC(Virtual Created Context)와 VEB(Virtually Expanded Brain), 그리고 VAFF(Virtual Affordance)등과 같은 것이 완전히 새로운 삶의 방식을 형성하는 디지털 공간을 기대하는 지금,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과거와 단절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은 나에게 오히려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이는 같은 Storytelling의 한 장을 펼쳐내는 것이다. 인간과 기술, 그리고 언젠가 컴퓨팅이 기계가 아닌 조용한 동반자가 되기를 바라는 희망에 대한 Storytelling이다.

Mark Weiser의 Ubicomp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아이디어로 틈새 마켓을 겨냥한 새로운 응용분야가 아닌 매우 근본적이고 개념적인 부분들을 다루었다. 이러한 기본 개념은 Ubicomp 개념을 기본으로 한 MASERINTS의 세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우선 당연한 것이겠지만, 대상을 잘 알기 위해서는 대상의 뿌리를 알아봐야 한다. 겉도는 외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생겨났는지, 그래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 근본적인 뿌리를 알아보는 것이 보다 빠르게 대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것이다. 물론 그렇게 시도를 해봐도 미래에 이루어질 Ubicomp 세상을 전부 안다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은 미래의 Ubicomp 세상을 위해 방향을 틀어 그 곳을 바라보고는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속을 훑어보지 않고 겉으로 된 내용만으로 Ubicomp을 이해하기란 알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Ubicomp의 근본적인 개념부터 이해하려고 하는 이유는 미래에 올 기술의 새로운 개념의 흐름을 반복적으로 파악하다 보면 생각하는 머리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든 대상에 대한 생각의 방식, 구상해야 하는 디자인의 개념이 이전과 다른 자신을 느끼게 된다. 컴퓨터과학도 이제껏 해 오던 모든 근본적인 개발형식을 바꾸어 새롭게 방향전환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현재 산업체에서 제시하는 Ubicomp의 실현과 관련되어 제시한 제품들을 보면 과연 앞으로 올 세상에 관련된 Ubicomp 환경을 구성할 수 있는 제품인지 아닌지 스스로의 판단이 생길 수 있다. 즉, 개념적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소통하는 언어와 생각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

 MASERINTS도 마찬가지겠지만, Ubicomp과 관련된 산업은 소프트웨어가 그 성패를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삶은 단순하지 않을뿐더러 매우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하드웨어 적인 접근만으로는 사람들의 삶에 적용하기에 매우 제한적이 된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하드웨어 적인 접근만으로는 Ubicomp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대단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주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사람들의 삶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연결하는 스마트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Mark Weiser의 ‘Calm Technology’만 보더라도 그런 하드웨어로 Ubicomp 세상을 이루려는 것을 유도한 것이 아니다. Ubicomp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된다. 확장과 축소,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의 이동성 등 수많은 문제를 끄집어내어 풀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단 한번의 해결책으로 풀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삶이 복잡하기도 하지만, 변화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Ubicomp 환경의 최종적인 구축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들여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환경 속에 있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MASERINTS의 세상에서는 PTS로 인정된 사람이 디지털 공간에서 오랜 시간을 지낼수록 IoV(Internet of Vestige)에 의한 VPTS가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세상의 모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시스템은 제 삼자가 만들지만, 서비스를 받는 주체는 ‘나’라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를 위한 서비스는 ‘나’만을 위한 서비스이어야 하고, 그러한 서비스는 ‘나’라는 존재가 언제 어디에 있든지 동일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제 삼자가 되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연구 개발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 혹은 그 환경 안에서 서비스를 받을 주체 사이에는 어쩔 수 없는 간격이 드러나게 된다. 그 간격을 사용자나 서비스 받은 주인공이 다가와 주었으면 하고 강제적으로 그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간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이 사라지는 기술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는 ‘나’에 의해 인식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야 하고, ‘나’는 살아가면서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이것이 진정한 Ubicomp 환경인 것이다. MASERINTS는 이러한 개념 위에 세워졌다.

(1) The Computer for the Twenty-Fir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pp. 94-10, Sep.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2) High-Density Networks(HYPHOS), Robert D. Poor, 1997, MIT Media Laboratory, https://www.media.mit.edu/pia/Pubs/HyphosSlideShow/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