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 Weiser는 1999년 4월 27일 저녁 8시 31분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10여년의 Ubicomp에 대한 글을 가지고 그 깊은 이해를 위해 풀어야 할 많은 문제가 남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음해 2000년 2월 《IEEE Personal Communications》지에 Roy Wants는 “Remembering Weiser(1)”라는 글을 올린다. Mark Weiser를 가까이서 본 그가 Mark Weiser가 남긴 그의 철학과 업적에 대해 어떤 글을 남겼는지 궁금해져서 읽게 되었다.
비록 시간이 지난 글이라 오래되었다고 여겨질 수도 있으나, Ubicomp 개념을 창시한 Mark Weiser가 세상을 떠난 바로 직후에 쓰인 글이라는 점에서, Mark Weiser에 대해 생생한 기억에 글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Mark Weiser나 Ubicomp에 대해 조금의 이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래의 디지털 공간인 MASERINTS도 뜬금없이 탄생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관심, 즉 그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을 빼앗지 않고, 또 사로잡지도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거의 눈에 띄지 않게 그러한 기술들이 사람들의 삶에 녹아 드는 공간을 꿈꿨던 사람들의 오랜 역사와 그 동안 고안되었던 많은 개념적 디자인에서 비롯되어 MASERINTS도 태어난 것이다. 그러한 꿈을 꾸는 사람들 중에서도 Ubicomp의 아버지로 불리는 Mark Weiser는 나에게 단연 돋보이는 존재가 된 것이다.
물론 Mark Weiser의 글은 20세기 후반에 쓰인 것이고, Roy Want의 “Remembering Weiser”(IEEE Personal Communications, 2000년 2월(1))라는 글도 이미 언급한 것처럼 아주 오래 전에 작성된 것이다. 미래의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에 대한 Storytelling의 재료로 쓰기에는 마치 더 느리고, 초기 디지털 시대의 목소리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먼지 쌓인 과거라고 생각되기 보다는 그냥 마음 속의 나침반처럼 나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저 내가 걸어가야 할 본래의 방향을 일깨워 주는 나침반처럼, 망망대해에서 바로 차분하고, 조용하고, 서로 연결된 진정한 인간 중심적인 컴퓨팅 세상으로 가는 방향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한 글이었다.

나와 같이 평생을 동행하는 MASERINTS와의 디지털 동반자 관계, 나의 흔적에 대한 관찰, 수도 없이 생성된 나를 예측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식창고인 ‘간접경험’, 그리고 살아있는 디지털 공간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Vision을 더 자세히 설명하기 전에, 잠시 멈춰 그 나침반에 조심스럽게 다시 들여 다 보는 것도 좋은 순간이 될 수 있다.
Roy Want가 Mark Weiser를 회상하는 모습은 Ubicomp의 본래 의미뿐 아니라, MASERINTS가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온화함과 품위를 담아 도움을 주는 서비스를 하기 위해 어떤 모습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역시 Roy Want도 Mark Weiser를 생각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Mark Weiser의 선구적인 저서에서는 ‘Calm Technology’라는 개념이 Ubicomp의 대체 용어로 제시된다. 이 용어는 Ubicomp이라는 원래의 개념이 대중에게 오해되어 전달되어 온 점을 고려하여, 그 본질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도입된 표현이다. MASERINTS의 개념적 디자인을 만들어 갈 때 이 Calm Technology가 알려 주려고 하는 의미가 더 와 닿은 것 같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려했던 오해는 오늘날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주로 특정 산업이 Ubicomp의 Vision을 왜곡하여 자신의 이익에 맞게 선택적으로 해석하고, 기술을 일상생활에 더욱 깊숙이 강압적으로 밀어 넣기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Ubicomp이 추구한 본래의 기술적 진보는, 사람들의 일상에 기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과정을 상업적 유행으로 치환하려는 산업의 의도 속에서 흐려졌고, 이에 따른 인식의 왜곡은 아직도 바로잡히지 않고 살짝 굳어진 신념처럼 변해 있는 듯하다. 심지어는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Ubicomp 환경에 대해, “Ubicomp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식의 주장까지 등장하여, 대중의 관심을 새로운 기술적 산출물의 트렌드로 돌리려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은 Ubicomp은 갔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아마 이들은 이전에도 그런 주장을 비슷하게 해 왔을 것이다. 즉, ‘메인프레임 컴퓨터’ 시대는 갔고, ‘퍼스널 컴퓨터’ 시대도 갔고, 웨어러블 컴퓨터 시대가 왔다고 주장해 왔을 것이다.
이러한 미묘한 판단을 흐려 놓는 눈속임이 설득력을 얻은 데에는, 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산업계가 제공하는 기술과 그 결과물에 몸과 마음을 맞추며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트렌드는 눈에 띄지 않게, 거의 예고없이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나는 집과 직장, 심지어 주머니 속에서 굴러다니는 기술의 결과물과 그들이 주는 편리함에 점점 익숙해져 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 편리함 아래에서, 이미 만연된 속이 검은 상업적인 디지털 환경 속에서, 미묘한 무엇인가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기술이 그저 자신들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의 자신감은 줄어들기 시작했고, 의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이다. 만약 이러한 도구들이 나를 돕기 위해 나의 흔적을 관찰하고,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나를 조종하기 위해 사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수도 없이 밀려드는 상업적인 광고와 홍보, 감시와 추적, 개인정보의 유출 등, 그런 의심을 가질 만한 여러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인간 중심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용하기 위한 ‘사기 전략’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론 새로운 기술적인 결과물이 나오면 내가 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생각하기도 전에 조금씩 나를 거꾸로 그 기술에 맞춰가던 나에게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눈에 보이는 뻔한 ‘배신’은 아니었지만, 조금씩 무너진 신뢰는 더 이상 되돌리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세상의 돌출구가 Mark Weiser의 Calm Technology의 최종적인 목표를 다시 생각나게 하고, 망망대해에서 나침반을 다시 보며 MASERINTS와 같은 도움을 주는 살아있는 나 만의 디지털 공간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Mark Weiser가 진정으로 바라보았던 것은 기술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백그라운드 속에 녹아 들어 일상에, 내 삶에 잘 엮어져,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Calm Technology’의 구현이었다. Mark Weiser는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에 주변 공간 곳곳에서 서로 연결되고 반응하는, 보이지 않는 디지털 도구들을 통해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방해하지 않고 도와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보되기를 바랬던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한 Ubicomp으로 나아가는 진정한 혁신의 길이었다. Mark Weiser가 기본적으로 원했던 것은 컴퓨터 디바이스들은 사람으로부터 점점 멀어져도 필요한 컴퓨팅은 얻게 하자는 것이었다.
MASERINTS에는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Person to be served)가 존재하게 된다. MASERINTS가 PTS에게 제공하려는 것은 이에 더해 UCA(Ubiquitous Computational Access)가 제공된다. MASERINTS에서는 PTS의 경험과 현실을 동기화한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개인화된 연산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Ubicomp의 든든한 개념 위에 시대에 맞도록 그리고 진정한 서비스가 되도록 Alan Kay의 “친밀한 컴퓨터” 개념을 살짝 얹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기본은 Mark Weiser의 Ubicomp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기서 ‘Calm’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조용하고 평온한 상태’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이 평온하다고 느끼는 그 순간에는, 의식하지 못한 채 누릴 수 있는 짧지만 소중한 여유가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비록 서비스를 받고 있다지만, 조용히 다가오기 때문에 사람들의 삶의 흐름에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당연히 거스르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질 수 있는 그런 여유라는 의미를 ‘Calm’은 포함한다.
사람들은 흔히 그 여유가 사라졌기에,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 세상에서의 삶이란, 오히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느끼는 그 감정 자체를 일으키는 조건들을 품고 있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아주 잠시라도 여유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면, 그 순간만큼은 더 이상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느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미 다른 디지털 세상에 발을 들여 놓고 있는 것이 아닐까?
바로 그 여유를 가능하게 하는 공간이 MASERINTS가 제공하는 디지털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념적 디자인을 해 가고 있다. MASERINTS는 Mark Weiser의 ‘Calm Technology’를 실제로 구현하여 디지털 공간을 주변에 제공하려는 것이다. 물론 MASERINTS가 미래의 디지털 세상으로 가는 마지막 디딤돌은 아닐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것을 디디고 서 있으며 미래의 디지털 세상의 맛이라도 볼 수 있기를 바래 본다.
Ubicomp이 논의될 때 자주 동반되는 표현들, 예컨대 “일상생활”, “작다”, “보이지 않는 것”, “거슬리지 않음”, “거추장스럽지 않음” 등은 이 개념이 지향하는 기술적 방향성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들만 살펴보더라도, 미래의 기술과 그 산출물들은 점점 더 인간의 일상 생활에 밀접하게 스며들며, 매우 작고 눈에 띄지 않아도 사방에 존재함을 느낄 수 있고, 기술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더욱이, 이러한 기술은 사람들의 삶에 방해가 되지 않으며,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서 집중력을 빼앗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기술이 일상과 정교하게 엮여 있음은, 주변 사물 속에 기술이 은밀히 내장되어 있거나, 일상의 흐름이 담긴 공간 자체가 디지털 공간으로 전환되는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이와 같은 디지털 공간이 온전히 PTS를 위해 구성되고, PTS의 모든 흔적이 MASERINTS에 의해 세심하게 관리된다면, 사람들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중대할 것이다.
Mark Weiser는 기술의 방향성을 단지 눈에 띄는 기능의 확장이 아닌, 어느새, 어딘 가에 스며들어 조용히 배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이지 않는 기술’로 본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사람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도 없으며, 오히려 사람들이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의 연결을 더욱 공고히 만들어 주며, 이전의 불편함과 부담을 자연스럽게 덜어냄으로써, 삶의 흐름을 한층 부드럽고 안정감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상상력을 올곧이 이해하고, 머릿속에 그려본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여러 표현들로 나타나는 기술적 변화와 도약은, 지금 내 주변에서 제공되고 있는 기술 전반에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기술이 지향하는 전체적인 방향 또한 점차 변화하고 있으나, 아직은 그 변화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훨씬 더 근원적인 전환이 요청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이에 관하여 Mark Weiser는 IEEE-PCS에 기고하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1999년 4월 27일, 암으로 생을 마감함에 따라 끝내 완성하지 못한 원고에서 ‘Calm Technology’와 ‘Pervasive Connectivity’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서술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며 기술 혁명은 일상 속으로, 더 작고, 더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스며들 것이다. 기술이 일상 생활의 구조 속에 깊이 내장됨에 따라, 그 영향력은 지금보다 열 배는 더 커질 것이다. 기술이 더욱더 깊숙이 자리하고, 눈에 띄지 않게 될수록, 우리는 삶에서 불편함을 덜어내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 들과의 연결을 유지하며 평온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기술의 내재화, 그 투명함, 그리고 극도의 사용 용이성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연결 인프라에 대한 혁신을 요구한다. 이 글은, 삶을 조용히 평온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기술’과 새로운 ‘편재적 연결성’ 기반 구조 사이의 상호작용과 상호 의존성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21세기에는 기술 혁명이 일상적이고 작고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런 곳으로 파고들 것이다. 기술이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면서 그 영향력은 수십배로 커질 것이다. 기술이 더욱 깊이 스며들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서, 기술은 사람들의 삶에 불편함을 없애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과의 연결을 유지함으로써 삶을 안정시켜 준다. 기술이 더욱 깊이 스며들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삶과 같은 결로 엮어져 직물처럼 짜여 있기 때문에 어디가 기술의 시작이고 끝인지 사람들은 의식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인 변화는 연결 인프라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이 글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게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Calm Technology’와 새롭게 널리 보급된 연결 인프라 간의 상호작용과 의존성을 설명한다.
언급한 각주의 내용
(1) Remembering Mark Weiser: Chief Technologist, Xerox Parc, 2000.3.1,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344086_Remembering_Mark_Weiser_Chief_Technologist_Xerox_Par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