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MW07. Calm Computing 속의 여유

Calm Technology(1)의 ‘Calm’ 또는 ‘Calmness’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나타내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Calmness’, 차분함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삶의 흐름에 거추장스럽지 않게 조용하게 다가오는, 그리고 다가와서는 나에게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지만, 나의 삶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강력하다”는 의미가 주는 그 분위기와 “차분하다” 또는 “조용하다”라는 분위기가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 것 같은데, 실제로 그렇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속의 장면을 보면 뒤에서 하인들은 땀을 흘리면서 정신없이 온갖 힘들 다해 일을 하지만, 정작 왕은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 있는 것처럼 말이다.

전체적으로 “강력한” 컴퓨팅을 제공하지만, 사람들의 삶의 흐름 속에는 절대 거추장스럽지 않게 제공된다는 것이다. 그런 ‘Calm Computing’은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을 순조롭게 완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로 인해 나는 작은 여유들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조그만 여유들이 모여 나에게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커다란 여유가 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여유는 내가 살아가면서 가지는 만족감으로 나타난다.

Mark Weiser의 논문에서 볼 수 있듯이 좋은 기술은 보이지 말아야 한다. 즉, 보이지 않는 기술이란 나의 의식을 잡고 있지 않도록 일상의 백그라운드로 사라지게 된다는 그런 의미도 되지만, 달성해야 하는 업무 과정에 끼어들어서 사람들이 정작 해야 하는 일 외의 신경 써야 하는 또 다른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들어 있다.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좋지 않은 기술이란 사람들이 사용할 때 원래 하려던 일 외에 다른 일에 더 신경 쓰이게 만드는 그런 기술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직도 컴퓨터 디바이스들은 대부분이 눈에 띄고 내가 자신들에게 강하게 집중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관심을 지나치에 받고 싶어 하는 ‘관심종자(關心種子)’ 혹은 줄여서 ‘관종(關種)’과 같은 것이다. 나에게 유익하고, 좋은 기술이라는 것은 의식적으로 집중하기를 요구하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들의 머리를 식혀 줄 수 있는 그런 여유를 제공하고, 현재 해야 하는 일의 만족스러운 달성으로 또 다른 새로운 목표에 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람들의 실제 삶과 엮어져 매끄럽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도구들은 사람들의 움직임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되어 내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도구에 의해 내가 이끌려 가는 모양새를 만든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을 제쳐 두고 그 도구들과 씨름하다 보면 가끔 혼자 중얼거리게 된다. “내가 왜 이것을 하고 있었지? 원래 내가 하려던 일이 무엇이었지?”

‘Calm Technology’는 사람들의 삶을 컴퓨터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대신 어떤 기능을 가진 컴퓨터를 세상 속에 심어 넣어 컴퓨터가 사람들에게 맞춰지는 그런 세상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이라면 Ubicomp이 VR(Virtual Reality)이라는 디지털화되어 생성된 환경과는 반대가 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Ubicomp은 일상적인 대상을 디지털화 하기 위해 컴퓨터 디바이스를 내장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즉, 일상 속에 항상 접하게 되는 실제 대상 속에 컴퓨터 디바이스를 심어서 그 대상의 성격에 맞는 기능들을 가지게 함으로써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에게 향상된 도구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결국 좋은 도구로써 컴퓨터 디바이스는 나의 의식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으면서 내가 하는 일에 방해를 주거나 거스르지 않게 필요할 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Calm Technology’라는 것이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지금의 컴퓨팅은 많은 부분이 사람들이 어떤 작업을 하면서 컴퓨터 디바이스를 사용하게 될 때 일을 하는 사람이 본래의 일보다는 컴퓨터 디바이스의 조작에 더 몰두해야 하는 성가심을 가지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업적인 디지털 공간들이 주장하는 사람을 이용하기 위해 중심에 두는 “인간 중심”이 아닌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의 인간 중심의 컴퓨팅 기술로서 Ubicomp이 나아가야 할 목표로 주장하면서 보이지 않는 컴퓨터, 보이지 않는 컴퓨팅, ‘Calm Technology’ 혹은 ‘Silent Technology’등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가장 ‘좋은 도구’는 사용자가 그 도구를 사용할 때, 그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리지 못하고 현재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도구이다. ‘좋은 도구’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을 가지며 습관이 되어버리면 ‘좋은 도구’로 변할 수도 있다.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에서 사라지게 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그래서 ‘달인’이란 남들보다 빨리, 그리고 전문적으로, 또한 정확하게 그 일을 잘 한다는 것은 그 일에 오랜 시간을 들인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즉, 연주자들이 음악을 연주하는 동안 악보와 악기의 정신을 빼앗기는 것보다 음악의 완성도에만 몰두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것이 진정한 프로들의 모습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가치 있는 정보가 어려움 없이 무한정으로 더해지고 추가되면서 사람들의 의식의 주변에 있다가 필요할 때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이 ‘Calm Technology’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Mark Weiser가 사용한 ‘사용자’라는 용어는 Ubicomp 환경에서는 사용이 제한되어야 하는 표현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용자’의 입장이라면 많은 것을 의식의 중심에 두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컴퓨터 시스템이나 컴퓨터 디바이스는 ‘사용자’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Ubicomp 환경이라면 많은 부분에서 그저 ‘사용자’가 알아차리지 못해도 지원과 도움을 받게 되는 그런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컴퓨터 시스템이나 컴퓨터 디바이스의 사용에 대한 의지와는 관계없이 말이다. 그래서 MASERINTS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공간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 PTS(Person to be served)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그래서 ‘서비스’라는 표현 대신에 “지원과 도움”이라는 표현만을 사용한다.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1991, https://calmtech.com/papers/computer-for-the-21st-century  

■ Calm technology, 2025.8.7, https://en.wikipedia.org/wiki/Calm_technology

■ Calm technologies in a multimedia world, March 2004, https://ubiquity.acm.org/article.cfm?id=985617

■ Calm Technology Helps People Work Better with Machines, https://kwworks.com/about/calm-technology

Mark Weiser와 John Seely Brown은 기술을 사랑했고 그 잠재력을 잘 알고 있었다. 인간 중심 컴퓨팅, 사용성 실무, 그리고 HCI에 대한 공식적인 연구는 Mark Weiser와 John Seely Brown의 연구에서 비롯되었다.

■ Calm technology and the future of augmented reality, Aug 18, 2023, https://www.weforum.org/stories/2023/08/calm-technology-future-of-augmented-reality

‘Calm Technology’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사용 가능하며, 방해받지 않고 필요할 때 나타나는 기술을 의미한다. AR(Augmented Reality)과 같은 공간컴퓨팅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원활하게 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이다. AR이 현실을 대체하거나 인간의 상상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해 준다.

■ Calm Tech, Then and Now, John Seely Brown, 2014, https://medium.com/re-form/calm-tech-then-and-now-deddb05697cf

21세기에는 기술 혁명이 일상적이고 작고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으로 파고들 것이다. 기술이 일상생활에 깊이 스며들면서 그 영향력은 10배로 커질 것이다. 기술이 더욱 깊이 스며들고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서, 기술은 사람들의 삶에 불편함을 없애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과 연결되도록 해 주며 삶의 평화를 준다. 이러한 깊이, 이러한 투명성, 그리고 이러한 획기적인 사용 편의성은 연결 인프라의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한다.

■ A Project Report On Ubiquitous Computing, https://www.academia.edu/6814484/A_Project_Report_On_Ubiquitous_Computing

■ The Philosopher of Palo Alto, Mark Weiser, Xerox PARC, and the Original Internet of Things, John Tinnell, Univ. of Chicago Press, https://press.uchicago.edu/ucp/books/book/chicago/P/bo194495767.html  

■ The Philosopher of Palo Alto – DSHR’s Blog, Jun 27, 2023, https://blog.dshr.org/2023/06/the-philosopher-of-palo-alto.html

John Tinnell이 저서 『The Philosopher of Palo Alto』에서 Mark Weiser의 모험담을 들려주는데, 그 이야기는 참신하고 기이하다. 밤에는 Mark Weiser가 록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했고, 낮에는 르네 데카르트의 해로운 영향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퍼스널 컴퓨터’가 정신과 육체, 그리고 사람과 세상 사이에 데카르트적 이원론적 경계를 굳히고 있다고 생각했다. 정지된 채 홀로 화면에 갇힌 사람들은 자신과 서로에게서 점점 더 멀어진다고 Mark Weiser는 믿었다.

■ The Philosopher of Palo Alto: Mark Weiser, Xerox PARC, and the Original Internet of Things, https://dokumen.pub/the-philosopher-of-palo-alto-mark-weiser-xerox-parc-and-the-original-internet-of-things-022675720x-9780226757209.html

■ The Philosopher of Palo Alto, Sep 25, 2023, John Tinnell, https://www.gschroeder.com/blog/2023/9/25/the-philosopher-of-palo-al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