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MW05.02. Mark Weiser와 Alan Kay가 준 딜레마

다음은 “Mark Weiser’s Quest for Calm Computing(1)”라는 글을 읽고 정리해 본 것인데, John Tinnell의 책, “The Philosopher of Palo Alto(2)”와 함께 설명이 이어진다.

이 글에서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은 Mark Weiser가 인터뷰에서 말했던 부분으로 John Tinnell의 “The Philosopher of Palo Alto”라는 책의 156쪽에 나오는 글이다.

Mark Weiser와 Alan Kay의 의견 충돌은 MASERINTS에 딜레마로 다가올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깊게 그리고 찬찬히 들여 다 볼 필요가 있었다.

Alan Kay는 컴퓨터가 사람의 자유와 책임감, 성찰 그리고 도덕적 선택이 존재하는 내면 생활과 점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주장해 왔다. Alan Kay의 Vision은 개인적이고 친밀한 컴퓨팅이 되는 것이었고, 그는 컴퓨터가 강력한 개인의 동반자, 거의 마음이 확장된 존재가 되기를 원했다. 이는 그 당시 점차 확산되고 있던 ‘퍼스널 컴퓨터’에 대한 Vision과 맥을 같이하며, 이후 사람들이 “항상 접속되어 있고, 항상 함께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심지어 인공지능 비서까지 예견하는 개념의 컴퓨팅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Mark Weiser는 컴퓨터가 전기나 가구처럼 백그라운드로 사라지기를 원했다. 그는 최고의 기술은 차분하고, 도움을 주어야 하며, 눈에 띄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사용자의 관심과 주의력을 요구하거나 신체나 정체성에 너무 밀접하게 융합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Mark Weiser가 “속이 불편했다”고 말했을 때, 그는 아무 이유 없이 과장하여 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컴퓨터가 친밀한 존재, 즉 너무 가깝고 개인적이어서 사적인 자아와 얽히게 된다는 생각에 강하게 반발했던 것이다. 그에게 그것은 건강하지 못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맞지만, Mark Weiser는 그 관계가 어떻게 규정되는지에 대해 우려했던 것이다. Alan Kay가 “친밀한”이라는 단어를 썼을 때, Alan Kay는 컴퓨터가 마치 내 내면의 삶의 일부처럼 아주 개인적인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Alan Kay는 친밀함, 즉 컴퓨터가 나의 습관, 감정, 그리고 사적인 생각을 아는 것을 의미했다. 마치 컴퓨터가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친구나 심지어 생각의 동반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부분은 MASERINTS의 Vision과도 매우 유사하다.

Mark Weiser는 그런 말을 들으면 속이 메스꺼운 것은 그런 생각이 선을 넘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컴퓨터는 가구 같아야 한다고 믿었다. 즉,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만, 사용자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되고,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약 컴퓨터가 “친밀한” 존재가 된다면, 더 이상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아주 깊은 수준에서 바꿔 놓기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Mark Weiser에게 그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컴퓨터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친구, 연인, 혹은 마음의 일부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Alan Kay가 미래의 컴퓨팅을 묘사할 때 ‘친밀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Alan Kay는 문자 그대로의 감정적 친밀감이나 심리적 융합을 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Alan Kay는 컴퓨터가 사람의 일상적인 행동에 너무나 가까워져서, 너무나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녹아 들어 사용자가 마치 컴퓨터가 자신의 사고방식에 딱 들어 맞는 것처럼 느낄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했던 것 같다. 작고 휴대하기 쉽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디바이스들이, 마치 그림 그리는 법을 잘 아는 달인의 손에 든 연필처럼, 항상 곁에 있고, 언제든 사용할 수 있으며, 숙련된 사람들의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친밀한 존재가 될 것이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Mark Weiser는 이러한 Vision을 높이 평가했지만, 동시에 그 방향에 내재된 위험성도 간파했다고 볼 수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초, ‘퍼스널 컴퓨터’가 지위, 정체성, 그리고 컴퓨팅을 중심으로 독특한 가치관, 습관, 언어,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문화의 상징이 되어가던 시대를 지켜보면서, Mark Weiser는 ‘친밀함’이라는 개념이 쉽게 자신이 우려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컴퓨터가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현상이었다.

‘퍼스널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프로그래머, 해커, 얼리어답터, 게이머 등 특정 집단들은 컴퓨터와 관련된 자신들만의 규범, 전문 용어, 의례, 세계관을 발전시켰다. 그들은 코드에 대한 농담을 공유하고, 하드웨어 선택에 대해 토론하고, 운영체제를 비교하며, 컴퓨팅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삶의 방식으로 여겼다.

이러한 의미에서 컴퓨팅은 단순한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것은 하나의 문화 속의 또 다른 문화가 된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 중 하나에 소속된다는 것은 기술에 의해 형성된 특정한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Alan Kay와 달리, Mark Weiser는 디바이스가 자기표현의 도구로 변질되는 것에 따른 심리적, 문화적 결과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기술이 사람들을 규정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목격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맥 사용자야.”, “나는 프로그래머라서 X를 사용해.”, “내 디바이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줘.”, “내 디지털 세상은 곧 진짜 나의 모습이야”와 같은 것을 목격했는데, Mark Weiser가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이러한 정체성의 형성 과정이었다. 사람과 컴퓨터의 융합이 아니라, 디바이스, 브랜드, 또는 디지털 존재를 중심으로 자아의식이 점진적으로 재구성되는 현상이 보였던 것이었다.

따라서 Mark Weiser는 Alan Kay의 ‘친밀한 컴퓨팅’ 개념에 반응했을 때, Mark Weiser는 ‘디바이스와의 친밀함’이라는 주제에서 벗어나 차분함, 백그라운드에서 지원, 그리고 정체성 형성을 유발하지 않는 도구로 돌리려고 했다. 그래서 컴퓨터는 “좋은 가구와 같아야 한다”는 말은 이러한 Mark Weiser의 의도를 담고 있다. 즉, 컴퓨터는 삶을 지원하는 도구여야 하며,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구는 사람들의 행동, 편안함, 활동에 영향을 미치치만, 아무도 “이 의자는 내 정체성의 일부야”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Mark Weiser는 컴퓨팅 또한 그러한 특성, 즉 필수적이지만 정체성을 잠식하지 않는 특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Mark Weiser가 Alan Kay의 ‘친밀함’을 정체성과 연결한 이유는 Mark Weiser는 Alan Kay의 용어 “친밀한 컴퓨팅”을 언어적 차원보다는 철학적 관점에서 해석의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Alan Kay는 “친밀함”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사고방식에 밀접하게 연결되는 기술, 즉 자연스럽고 즉각적이며 깊은 도움을 주는 도구를 설명했다. 그러나 Mark Weiser는 사회에서 이러한 친밀함이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는 점을 간파했다. 그는 컴퓨터가 일상생활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표식이 되어가고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1990년대 초에 이르러 컴퓨터는 지위의 상징이자 패션 액세서리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은 마치 옷이나 라이프스타일처럼 취향, 직업, 사회적 정체성을 나타냈다. 동시에 Mac 애호가, PC 마니아, 해커 집단, 초기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특정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커뮤니티와 새롭게 생긴 그룹의 문화가 형성되었다.

Mark Weiser는 디지털 정체성 자체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사람들은 온라인 프로필을 구축하고, 디지털 공간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며, 컴퓨팅에 새로운 심리적 무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하기 시작했다. 디바이스와 인터페이스는 더 이상 배경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존재가 아니라, 관심을 요구하고 사람들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형성하게 되었다.

Mark Weiser의 관점에서 이러한 추세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요소로 여겨진 것이다. Alan Kay가 구상했던 친밀함, 즉 가깝고 도움이 되는 파트너십은 Mark Weiser가 ‘자아 확장 컴퓨팅’이라고 부를 만한 것으로 변질될 위험이 있었다. 여기서 ‘자아 확장 컴퓨팅’이란 디바이스가 단순히 사용자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를 대변하기 시작하는 것을 의미한다. 컴퓨터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개성, 선호도, 정체성을 상징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Mark Weiser는 정반대의 방향을 주장했다. 조용하고, 겸손하며,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기술로 말이다. 그는 인간의 정체성을 흡수하지 않고 인간의 삶을 지원하는 시스템, 즉 의식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존재하는 컴퓨터를 상상했다. Mark Weiser에게 진정한 기술 발전이란 침해 없는 통합, 상징성 없는 친밀함, 그리고 기계를 자아의 거울로 만들지 않는 실용성을 의미했다.

컴퓨터가 문자 그대로 사람의 정체성과 융합될 수는 없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에 스며들 수 있다. 이는 생물학적인 방식이 아니라 은유, 심리학, 그리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 진다. Mark Weiser가 ‘친밀한 기술’에 대해 우려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미묘한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술이 더욱 만연하고, 끊임없이 반응하며, 끊임없이 관심을 요구하게 된다면, 개인의 정체성은 컴퓨팅을 중심으로 서서히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세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첫째, 정체성은 기술과 습관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사람들이 계획하고, 생각하고, 소통하고, 기억하는 등 거의 모든 것에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기 시작할 수 있다. 기술은 개인의 역량과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한때 자신을 위해 사용되던 도구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핵심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정체성은 사회적 위치를 통해 형성된다. 컴퓨팅이 도처에 존재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기술과의 관계에 따라 스스로를 구분 짓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얼리어답터로서 남들보다 먼저 최신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은 정체성을 나타내는 작은 표식과 같이 사용된다. 이처럼 기술은 사람들이 더 넓은 문화적 환경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정체성의 표식이 된다.

세 번째이자 가장 미묘한 메커니즘은 심리적 의존성이다. Mark Weiser는 이를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간주했다. 디바이스가 항상 가까이 있고, 항상 듣고 있고, 항상 반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 마음은 점차 그 존재에 맞춰 패턴을 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외부의 저장소가 마치 자신의 기억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온라인 활동과 디지털 행위가 자신의 존재의 핵심처럼 느껴지게 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기술은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Mark Weiser는 이를 막으려 했던 것이다. Mark Weiser는 기술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되, 삶의 흐름을 가리지 않는 세상을 꿈꿨다. 그의 ‘Calm Technology’라는 개념은 깊은 윤리적 고민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는 컴퓨터가 압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Mark Weiser는 디바이스가 사람들의 관심의 중심이 되거나 정체성의 상징이 되면, 인간관계, 존재감, 그리고 삶의 목적과 같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에서 시선을 돌리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Calm Technology은 의도적으로 자아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배경으로 물러나도록 고안된 것이다. Mark Weiser는 최고의 기술은 일상생활의 일부로 녹아 들어 전기나 가구처럼 눈에 띄지 않고 믿음직스러워지는 기술이라고 믿었다. 컴퓨터 시스템이 의식의 주변부에서 조용히 작동할 때, 주의력은 자연스럽게 디바이스가 아닌 사람에게 향하게 된다.

Mark Weiser의 철학에서 기술은 개인적인 표현 수단이 아니라 인프라로서 기능해야 한다. 컴퓨팅 시스템은 결코 사용자의 존재를 드러내거나 사용자의 개성을 반영하는 도구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하인처럼 지원적이고 효율적이며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Mark Weiser에게 있어 사용자의 정체성의 일부가 되는 시스템은 도덕적 실패를 의미한다. 컴퓨터가 사람들의 자아 인식 방식을 형성하기 시작하거나,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면, 그 기술은 선을 넘은 것이다. 그것은 도구의 역할을 넘어 인간의 자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된 것이다.

Alan Kay는 컴퓨터를 유연한 정신적 도구, 즉 학습과 창의성의 동반자로 여겼기 때문에 친밀감을 중시했다. 그러나 Mark Weiser는 이러한 친밀감이 기술이 심리적 닻이나 사회적 상징이 되어 정체성 얽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Mark Weiser의 관심사는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것이었다. 컴퓨터가 문자 그대로 개인의 정체성 일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도구를 자아 개념에 흡수하여 디지털 습관, 능력, 그리고 존재감을 통해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다. Mark Weiser의 대응은 다른 길을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강력하면서도 조용하고, 지원적이면서도 숨겨져 있으며, 도움이 되면서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컴퓨터, 즉 인간의 정체성을 뒷받침하지만 결코 그 일부가 되지 않는 도구 말이다.

(1) Mark Weiser’s Quest for Calm Computing, Hans Sandberg, Jan 3, 2025, https://open.substack.com/pub/nordiclink/p/mark-weisers-quest-for-calm-computing

(2) The Philosopher of Palo Alto: Mark Weiser, Xerox PARC, and the Original Internet of Things 022675720X, 9780226757209, https://ebin.pub/the-philosopher-of-palo-alto-mark-weiser-xerox-parc-and-the-original-internet-of-things-022675720x-97802267572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