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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91.ST06.01. Michael Polanyi의 암묵적 영역: 프롤로그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인공지능 비서가 집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훨씬 이전, 철학자 Michael Polanyi는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매우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바로 “지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1966년 저서 「The Tacit Dimension」에서 Michael Polanyi는 사람들의 보편적 경험의 습득에 대해 그것이 어떻게 형성되었는 지에 대한 다음과 같은 관찰에 의한 결과를 남겼다. 바로 “사람들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1)”는 사실이다. 이것은 누구든지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무엇인가 말로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어려운 것들, 즉 그 노하우는 내면에 있지만, 명확하게 드러내기가 쉽지 않은 것들, 숨겨져 있고, 실행 속에 몸에 익어 체화 되어 있다고 할까? 그 영역 안에 있는 것이 바로 ‘암묵적 지식’이다.

Michael Polanyi는 사람의 심리적 현상인 ‘사라지는 것’을 ‘암묵적 영역(Tacit Dimension)’(1)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어떤 것들은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오래 된 습관과 문화를 통해 습득된 지식 같은 것이 있는데, 그러한 습관과 문화를 통해서 습득된 지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게 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개인적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대화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명시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암묵적으로 알게 된 지식에서 명시적인 지식으로 전환하려면 다른 것으로 체계화되거나 명확하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Michael Polanyi가 공유하려면 명시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한 것은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 즉 자신과 같은 습관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그 ‘암묵적 지식’을 전달하려면, 그 보이지 않는 지식을 단어나 도표, 또는 예시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외국인에게 특정 상황에서 왜 절을 하거나 특정한 말을 하는지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냥 “당연한 거야!”라고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그렇게 ‘암묵적 지식’이 ‘명시적 지식(Explicit Knowledge)’으로 바뀌는 것이다.

Michael Polanyi의 요점은 사람들 이해의 상당 부분이 말로 표현되지 않는 개인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그런 영역 안의 지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알고 있게 된 것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Michael Polanyi는 철학자, 과학자, 그리고 설계자들이 지식이라는 것이 단순히 책이나 규칙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랬다. 지식은 감정, 움직임, 인식, 즉 시간에 의해 형성된 심오한 것들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어떻게 타는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어떻게 친구의 얼굴을 단번에 알아보는 지, 혹은 대화 중 흐르는 미묘한 분위기를 어떻게 감지할 수 있는지, 이 모든 순간에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 분명히 목적에 맞게 행동하고 의미를 포착해내지만, “정확히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잠시 망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은 밑바탕에 깔린 지식을 말로 조목조목 설명하기란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냥 그렇게 한다. 그렇게 글이나 문서처럼 머리 속에 생각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어나 공식, 규칙으로는 온전히 담아낼 수 없는, 그런 설명 너머의 지식의 영역을 Michael Polanyi는 지식의 암묵적 영역(Tacit Dimension)(1)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지식이지만,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지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설명서가 아니라 경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인 것이기 때문이다.

Michael Polanyi는 이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을 단순히 있으면 좋은 ‘부록’이나 어쩌다 생겨난 부산물로 보지 않았다. 그는 모든 가치 있는 지식, 심지어 아무리 명확한 과학적 지식이라 할지라도 어떤 수준에서는 ‘암묵적 지식’에 의존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단순히 걷거나 또는 음악을 연주하는 어떤 실용적인 노하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추상적인 사고, 창의성, 직관, 판단력, 그리고 통찰력조차도 명시적인 문장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는 일련의 암묵적 과정의 거대한 그물망에서 피어나는 것들(2)이기 때문이다.

근육 기억이나, 직관, 인식, 문화, 습관 같은 것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친구 집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지, 언제 신발을 벗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 아무도 그런 규칙이 적힌 매뉴얼을 건네 준 적이 없다. 그것이 바로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이다. 문화와 오랜 관행을 통해 형성되고, 너무 자연스러워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 지식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그런데 그냥 지식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Michael Polanyi의 관점에서 ‘안다는 것’은 ‘부수적 자각’과 ‘주요 자각’ 사이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포함한다. ‘부수적 자각’은 사람들이 감지하지만, 굳이 집중하지 않는 배경의 세부 사항이고, ‘주요 자각’은 사람들 주의력의 한복판에 놓인 핵심 대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누군가의 얼굴을 볼 때 사람들은 얼굴 전체를 하나의 형체로 인식한다. 이것이 ‘주요 자각’인 것이다. 이때 표정의 미세한 굴곡이나 빛의 아주 작은 변화 같은 수많은 세부 요소들은 의식의 배경으로 물러나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을 지원하는 부수적인 것이 된다. 이것이 ‘부수적 자각’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들 삶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모습이다.

이러한 생각은 ‘안다는 것’이 단순히 개별적인 사실이나 어떤 규칙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고정관념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이해력과 판단력, 창의성, 그리고 숙련된 행동에는 언제나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엇’, 즉 ‘암묵적 영역(Tacit Dimension)’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Michael Polanyi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바로 이것이다. 인간의 지식은 단순히 형식적이고 명시적인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앎’이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사람들의 몸에 체화되고, 주어진 맥락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역동적인 과정(3)이다.

1991년 Mark Weiser 박사는 [Scientific American]에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4)라는 기념비적인 에세이를 발표했다. 당시 XEROX PARC의 연구원이었던 Mark Weiser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더 빠른 컴퓨터나 더 강력한 프로세서를 만드는 데 빠져들지 않았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히려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컴퓨터’ 혹은 ‘눈에 띄지 않는 컴퓨터’에 있었다. Mark Weiser 박사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전기나 글자처럼 일상의 배경 속으로 완전히 녹아 들어 사라지는 기술(4)”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Mark Weiser 박사는 기술이 진정으로 도움이 되기 위해서 사라져야 하는 이유에 대한 심리학적 근거로, Michael Polanyi의 ‘암묵적 영역(Tacit Dimension)’이라는 개념을 직접 인용(5)했다.

Mark Weiser 박사의 비전 속에서 컴퓨팅은 단 하나의 디바이스나 화면에 갇혀 국한되지 않았다. 오히려 컴퓨팅은 벽, 가구, 사물, 도시 등 환경에 녹아 들어 사람들의 활동을 지원하면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주의력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암묵적 지식’이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행동을 뒷받침해 주듯, 이 주변 공간에 퍼져 있게 되는 ‘일상적 기술(Ambient Technology)’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증폭시킨다.

Mark Weiser 박사가 꿈꾼 것은 단순한 디바이스의 소형화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기술을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의식의 주변부로 밀어내는 설계의 혁신이었다. 이는 사람들이 숙련된 기술을 발휘할 때 그 과정 하나하나를 단계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Michael Polanyi의 설명과 정확히 일치한다.

(1) The Tacit Dimension, Michael Polanyi, 1966, https://monoskop.org/images/1/11/Polanyi_Michael_The_Tacit_Dimension.pdf

> https://press.uchicago.edu/ucp/books/book/chicago/T/bo6035368.html

>> Tacit knowledge, https://en.wikipedia.org/wiki/Tacit_knowledge

> https://www.sciencedirect.com/topics/psychology/tacit-knowledge

(2) The tacit dimension and behavioural public policy: insights from Hayek and Polanyi,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4, https://www.cambridge.org/core/journals/behavioural-public-policy/article/tacit-dimension-and-behavioural-public-policy-insights-from-hayek-and-polanyi/9DFE10112635F3302B1D482D271168E7

(3) Michael Polanyi, https://en.wikipedia.org/wiki/Michael_Polanyi

(4)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 https://webpages.charlotte.edu/richter/classes/2006/6010/readings/WeiserSciAm.htm

(5)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king technology disappear into everyday life, Mark Weiser, 1991, Big Idea Initiative, https://www.bigideainitiative.org/ideas/the-computer-for-the-21st-century

참고가 될 만한 자료

■ University of Chicago Press: https://press.uchicago.edu/ucp/books/book/chicago/T/bo6035368.html

■ Tacit Knowledge Revisited – We Can Still Learn from Polanyi, Kenneth A. Grant, 2007,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15439276_Tacit_Knowledge_Revisited_-_We_Can_Still_Learn_from_Polanyi

■ Tacit Knowledge/Knowing and the Problem of Articulation, Y Zhenhua, https://www.polanyisociety.org/TAD%20WEB%20ARCHIVE/TAD30-2/TAD30-2-pg11-23-pdf.pdf

■ What Documents Cannot Do: Revisiting Michael Polanyi and the Tacit Knowledge Dilemma, CS Burns, https://uknowledge.uky.edu/cgi/viewcontent.cgi?article=1078&context=slis_facpub

■ Michael Polanyi and Tacit Knowledge, Michael Polanyi, https://mx.nthu.edu.tw/~cshwang/all-my-teaching/austrian-economics/AE06-Knowledge/Tacit%20Knowledge/Wiki%3DMichael%20Polanyi%20and%20Tacit%20Knowledge.htm

■ Calm Tech, Then and Now, John Seely Brown, https://medium.com/re-form/calm-tech-then-and-now-deddb05697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