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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005.07.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의 명확한 의미

MASERINTS와 같은 디지털 공간이 인간의 삶과 완벽하게 통합되기를 바라는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표현의 정확성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할 때 잘못 번역되거나, 어려운 한자로 번역되어 원래 가져야 할 표현은 온데간데없고, 영 다른 표현이 자리잡고 있거나, 비슷한 의미를 가진 것으로 생각되는 단어로 대체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는 대로 정확한 의미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표현에 대해서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선택하는 표현이 의미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을 이해할 때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또 디지털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형성하는 미묘한 함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이 단순히 사물을 묘사하는 것 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사물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과 같이 사람들의 복잡한 삶의 흐름과 엮어져 있고 그 안에 녹아 들어가 있으면서 그 중심에 있는 MASERINTS의 지원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주인공인 PTS(Person to be served)와 평생에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 역할을 하는 그런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표면적으로는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의미를 지닌 용어들에 대해 모호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단어와 표현 들이 많겠지만, 그 중에 몇 가지만 예를 들면, 우선 맥락(Context)과 상황(Situation)과 같은 단어의 사용이다. 이것은 단어에 대한 번역을 달리하면 그에 따른 의미를 달리 생각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상황’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번역된 표현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 ‘맥락’이라는 번역된 표현을 사용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문에서는 ‘Context’와 ‘Situation’을 분명히 구분해서 표현하는데, 왜 한글로 번역이 될 때는 모두 ‘상황’이란 하나의 단어가 되는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물론 ‘맥락’이 ‘상황’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맥락’과 ‘상황’은 엄연히 다르다. 그런데 무심코 사용하는 잘못된 번역으로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길을 잘 가다가 갑자기 낭떠러지가 나와 조심스럽게 걸어가야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MASERINTS와 같은 디지털 공간의 개념적 디자인을 하는 과정에서 이런 모호함이 존재한다면, 작은 멈칫거림과 혼동이 나중에 큰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들 간에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사용할 용어를 통일하는 것이다. 용어가 통일이 되면 나누는 대화가 동상이몽(同牀異夢)과 같이 서로 대화는 되는 것 같은데, 다른 생각으로 이해되는 위험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용할 용어의 통일은 매우 중요하고, 정확한 정의를 다시 내리고, 그 정의대로, 어색하고 입에 잘 붙지 않아도 그 표현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Context-awareness’와 ‘Situation-awareness’는 모두 ‘상황인식’으로 번역되어 혼용하여 사용된다. 보는 것처럼 두 개의 표현 ‘Context-awareness’와 ‘Situation-awareness’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뜻도 달라야 하고, 그리고 번역도 다르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럴 경우는 원어를 그냥 쓰는 것이 뜻이 더 잘 전달될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Awareness’는 자각(自覺)이라는 좋은 번역이 있다. 자각은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을 인식하게 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위의 표현의 번역을 ‘Context-awareness’은 ‘맥락자각’ 혹은 ‘맥락 자각’ 혹은 ‘상황들로 이루어진 맥락에 대한 자각’ 또는 ‘맥락적인 부분에 자각’ 등으로 번역되어야 하고, ‘Situation-awareness’은 ‘상황자각’ 혹은 ‘상황 자각’ 혹은 ‘상황적 자각’이나 ‘상황에 대한 자각’ 등으로 번역되어 표현되어야 한다. 생소하고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명확한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맥락과 상황은 구별해서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그럼 ‘Context-aware Environment’는 어떻게 번역되어야 하는 것일까?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에 대한 Storytelling을 이어가면서 위의 표현들은 원어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두 개의 다른 번역으로 시도해 보려고 한다.

이런 혼동을 주는 것 중에는 ‘자각(Awareness)’외에도 ‘인지(Cognition)’, ‘인식(Recognition)’, ‘지각(Perception)’, ‘깨달음(Realization)’과 같은 표현들이 있다. 또 다른 예로는 ‘Emotion’과 ‘Feeling’의 차이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직관(intuition)과 이해(Comprehension)도 번역에 따라 약간씩 달라질 수가 있다.

위에 나열한 표현들은 대충 ‘인식’이나 ‘감정’ 등으로 뭉뚱그리며 표현되는 단어들이다. 모두들 ‘앎’ 또는 ‘알아차림’을 암시하는 유사한 의미를 담고는 있지만, 엄격히 이야기하면 다른 표현들인 것이다. 이런 단어들을 하나의 번역으로 뭉뚱그리며 사용하게 된다는 것은, 복잡한 PTS의 삶에 녹아 들어와 PTS의 삶의 흐름에 적절한 때에, 적절한 방법으로 반응하여 PTS만을 위해, PTS를 위해 돕는 공간이 없어지는 듯한 기분을 가지게 만든다.

또한 번역이 듣는 사람에게 혼란을 주는 것도 있는데, 컴퓨터과학계 분야에서 사용하는 ‘Virtual’이 그 예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Virtual’을 ‘가상(假想)’이라는 단어로 번역하여 사용한다. 그래서 ‘Virtual Reality’를 ‘가상현실(假想現實)’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한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가상’의 뜻은 네이버 사전(https://dict.naver.com)에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여 생각함” 또는 다른 한자로 가상(假像)이란 단어만 봐도 “실물처럼 보이는 거짓 형상”으로 나와 있는데, ‘Virtual’이란 ‘가상(假想)’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아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Virtual’이란 표현의 의미를 실제로 존재하는데 눈에는 보이지 않은 대상이라고 정의를 내린다. 가끔 ‘Digital’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어서 ‘Virtual’과 ‘Digital’을 가끔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가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그렇다면 ‘Virtual’을 ‘가상’이라고 번역한다면, 다른 의미로 번역을 해 버리는 결과가 된다. “그래도 대세에 지장은 없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작은 의미의 잘못된 전달이 어떤 피해로 돌아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Virtual’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그대로 원어를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의미는 이미 언급한 것처럼, 컴퓨터과학계 분야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그 의미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존재하는데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을 부를 때 사용되는 표현”이라고 보면 된다.

이러한 차이점을 굳이 밝혀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것 때문에 지금껏 소통해온 틀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나의 표현을 달리한다고 무엇이 많이 바뀔까?”라고 물을 수 있다. 일상 대화에서는 아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미, 행동, 경험이 얽혀 있는 공간인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런 세계에 들어서면 이러한 차이들이 점점 누적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모호한 표현과 잘못된 정의 하나로 인해 수많은 오해가 싹틀 수 있고, 도대체 MASERINTS가 무엇이고, Ubicomp이 무엇이고, 무엇을 하는 것들인지, 그리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살아간다는 것인지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내 삶의 흐름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따라서 흔히 사용되는 이러한 표현의 의미를 명확히 하는 것은 단순한 학문적 작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기능하는 단어들을 신중하게 구별함으로써, 혼란을 피할 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 안에서 수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삶아가는 사람들 삶 속의 경험에 대해 그 깊이와 미묘함, 그리고 섬세함을 보존할 수 있다. 그리고 MASERINTS가 진정으로 인간 중심적인 공간, 삶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고 풍요롭게 하는 공간이 되려면 바로 이러한 깊이와 미묘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새로운 세상’은 무엇일까? 모든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할 수는 없더라도 미래에 어차피 살아야 할 디지털로 꽉 찬 새로운 세상에 대해서는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미래의 새로운 디지털 세상, 디지털 공간에 대해서는 그 의미와 경계를 확실히 알면서 맞이해야 하지 않을까?

Ubicomp이라고 줄여서 사용하는 ‘유비쿼터스 컴퓨팅’도 ‘유비쿼터스’라는 단어와 ‘컴퓨팅’이라는 두 개의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단어가 합쳐져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표현하는 단어가 되었다. 이것은 마치 ‘간접경험’으로 인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에 이제 올 미래의 경험을 이미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유비쿼터스 컴퓨팅’이란 표현이 주는 의미를 명확히 알고서 앞으로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 Ubicomp이 점점 더 강력해지는 세상으로 접어들면서, 표현의 명료성은 단순히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 필수적이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생각이며 아마 도전이 될 수도 있다.

MASERINTS처럼 일상의 백그라운드에서 수많은 상호작용이 조용히 펼쳐지는 디지털 공간이 가지는 지능에서 선택될 수 있는 표현은 큰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려고 한다. 미묘한 의미 차이는 기술을 이해하고, 기술의 가능성을 상상하고, 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Storytelling으로 긴 여정을 시작하면서 끝이 다른 목적지가 되어서는 안되지 않을까? 처음은 같은데, 끝이 다르다면, 매우 위험한 것이 아닐까? 다른 길이 엉뚱하게 가서는 안되는 절벽을 향해 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