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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004.15. 컴퓨터는 어떻게 경험을 발견하고 창출할까?

컴퓨터는 더 이상 지위의 상징이나 부의 상징이 아니다. 주변에 흔한 것이 컴퓨터가 되었고, 일상적인 도구가 되어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었다. 이렇게 흔한 컴퓨터지만, 그리고 사람이 만들어 냈고, 사람의 지시를 따른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이런 컴퓨터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작동 방식은 거꾸로 배울 만한 것들도 있다고 본다. 한때는 나와는 거리가 먼 특수한 기계처럼 보였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존재했던 컴퓨터가 이제는 나의 일상 속으로 아주 가깝게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들은 끊임없이 쏟아지는 문제에 직면한다. 어떤 것들은 거의 즉시 해결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것들은 해결하기에 약간의 인내심과 시간이 필요한 것도 있고, 심지어 계획을 세우고 끈기를 가지고 수행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문제를 풀어가는 일련의 단계나 규칙, 즉 근본적인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구조화된 패턴을 “해결 방법론”이라고 부르며, 이런 규칙은 문제를 풀어가는 핵심적인 부분이 된다. 흥미롭게도 컴퓨터 역시 작업을 수행할 때마다 자신만의 “해결 방법론”을 사용하고 그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나의 두뇌는 삶의 경험을 통해 수집되고 형성된 방대한 자료와 정보의 저장소이다. 이 방대한 자료는 무작위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주했던 도전과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된 특정 구조로 정리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내 머릿속 지식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필요할 때 다시 떠올릴 수 있으며, 내 정신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리된다. 어떤 의미에서 내 자료와 정보의 구조는 일상의 흐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매일 문제에 직면할 때, 어떤 사고와 지식 패턴은 반복을 통해 강화되고, 어떤 패턴은 새로운 학습을 통해 형성된다. 이 두 패턴이 합쳐져 내 두뇌 속에 독특하게 성장하는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낸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때, 내 두뇌는 본능적으로 이 프레임워크를 탐색하여 활용할 관련 자료와 정보를 찾아내곤 한다. 컴퓨터 또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컴퓨터도 보유한 데이터의 양이 늘어날수록 더 스마트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러한 유사점이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탄생한 토대의 일부일 것이다.

인간과 기계 모두에게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부분의 데이터는 특정 구조, 즉 당면한 문제와 이미 저장된 지식 사이의 연결된 관계로 구성된다. 사람들에게 이는 과거 경험과 새로운 상황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고, 컴퓨터는 데이터 세트를 연결하고 자체적인 “해결 방법론”을 적용하여 답을 출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심오한 차이가 있다. 사람의 두뇌는 깨어 있을 때만 이러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으며, 과거 경험을 기억하고, 변환하고, 심지어 망각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 통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반면 컴퓨터는 의도적으로 기억을 지우도록 지시를 받지 않는 한 기억을 지우지 않는다. 이러한 차이는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는 것이 단순히 정확성이나 효율성의 차원을 넘어, 지식을 저장하고, 검색하고, 활용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제껏 언급된 ‘문제’라는 것은 생각하고, 해결해 가기 시작하고, 해결의 끝을 봐야 하는 그런 것들이 모두 해당된다. 예로써 알 수 없는 우주의 변화에 대한 문제도 그 범위 안에 넣을 수 있고, 단순하게 저녁밥을 먹는 것도 문제의 범위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우주의 복잡한 거시적인 문제보다도, 교통 혼잡을 피해서 목적지까지 제 시간에 가야만 하는 일상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게 된다.

내가 기억 속에서 하나의 경험을 찾아내 분해하면서 “경험의 발견”을 하려면, 가장 좋은 상대는 일상에서 겪는 단순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얼마든지 쉽게 기억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단순한 문제 속에도 충분히 기억을 시뮬레이션 할 만큼 많은 단계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나가기 시작해서 버스를 타고, 전철로 환승해서 직장에 도착하고, 내 책상에 앉을 때까지 거치는 단계를 생각해 본다면, 도대체 몇 단계나 있을까? 한 50단계? 아니면 그 이상이 존재할까? 처음 경험할 때는 이렇게 복잡하고 많은 단계를 거친 문제라도 반복적인 생활 속에 몸에 익게 되면 거의 수십 단계 아래로 생각되는 것이 오히려 당연한 것이다. 점점 더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는 경험들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끝내는 하나의 선명한 기억만으로 남을 수도 있다.

그런데 컴퓨터는 반복적으로 그 일을 해도 반드시 최초에 겪었던 단계를 항상 똑같이 밟아가면서 일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역으로 적용하면, 즉 경험했던 문제들을 더 많이 조각조각 낼 수 있다면, 그래서 ‘단위경험’이나 ‘조각경험’까지 찾아낼 수 있다면, 그런 수많은 ‘단위경험’이나 ‘조각경험’을 가지고 창출할 수 있는 ‘간접경험’의 기회는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경험의 발견”과 ‘경험의 창출’을 더 조직적으로 잘하는 것이 컴퓨터이다. 컴퓨터는 사람들과 매우 가깝게 지내야 하기 때문에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들에 대해 더 많은 자료와 정보를 가지게 되고, 더 많은 문제 ‘해결 방법론’을 이용해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사용하는 것은 컴퓨터가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에 대해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수집해 놓은 데이터(경험)를 활용하고, 또 그 데이터들을 절묘하게 조합해서 그 서비스의 중심에 있는 주인공에게 보다 나은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배워 볼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