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나’만을 위한 디지털 공간을 집사 같은 똑똑한 에이전트(2)라고 하지 말고 집사 같은 ‘동반자’라고 부르면 어떨까? 즉, 매일 나와 같이 살게 되는 디지털 공간이 나를 위해 내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그런 순간에 나의 요구와 필요를 위해 무엇인가 준비하고 실행하는 그런 집사 같은 동반자라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내가 어디를 가든지 나와 항상 같이 있고, 나를 항상 살펴보고 있다가, 나의 습관들과 내가 남긴 여러 형태의 삶의 흔적들, 심지어 나의 내면적인 상태까지 이해하며, 나의 본질적인 마음까지 알아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나를 지원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조력자이며 친구 같은 디지털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미래에는 왜 이런 동반자와 같은 디지털 공간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것이 실용적이고 인간적이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 번 고민해 볼만하지 않을까?
매일 내 휴대폰은 여러 개의 디지털 공간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제공하는데, 즉 앱으로, Feed로, 많은 서비스가 펼쳐져 제공된다. 각각의 앱은 편리함도 주고, 재미도 주고, 또는 즐거움도 주고, 그리고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디지털 공간들은 나에게 여러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기도 한다. 네비게이션은 내가 가야 할 곳을 알려주기도 하고, 캘린더는 나의 일정을 알려주기도 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는 틈틈이 남는 시간을 재미로 메워 주기까지 한다.
이런 삶의 흐름이 겉보기에는 더 좋아진 것처럼, 더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다양한 디지털 공간들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은 그 만큼 새로운 부담을 더 안겨주게 된다. 더 많은 비밀번호를 기억해야 하고, 자주 개인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하고, 수십 가지의 알림 규칙을 관리해야 하고, 어떤 메시지가 중요한지 판단해야 하고, 한 서비스에서 다른 서비스로 시선을 옮기기 위해 나의 주의력을 자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환으로 인한 ‘Mental Jump’가 나의 습관이나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흐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나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공간들은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나의 하루의 모든 순간의 상황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 동반자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고민거리의 시작이었다. 지금 나를 둘러 싸고 있는 주변의 디지털 공간들 중에는 개별적으로 나와 관계된 일들을 잘 수행하고, 게다가 탁월한 것도 있다. 심지어,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이런 디지털 공간들은 무엇보다도 내가 지속적으로 일관된 삶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자신들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나의 집중력을 자주 빼앗아 간다. 모든 서비스는 내가 선호하는 선택만을 하도록 나를 유도하고, 모든 알림은 나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3). 심지어 빼앗긴 나의 집중력을 다시 모아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삶의 흐름 쪽으로 돌아오는데 실패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내가 그들을 통제하고 있다고 느꼈겠지만, 내가 나의 본래의 삶의 흐름을 바꿔 그들이 유도하는 대로 나도 모르게 그들이 원하는 흐름으로 갈아타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무엇인가가 거추장스러워지거나 원래 내가 하려는 일에 거스르는 일이 발생하면 그 때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문제는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줄 것 같은 도구들이 이런 일들을 반복적으로 내가 하게끔 만든다는 것이며, 이렇게 바뀐 나의 삶의 흐름은 원래대로 돌아오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절된 삶의 흐름을 매끄럽게 만들고, 원래의 나의 길로 돌아오는 것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 되고 말았는데, 이것은 그들이 내 삶의 흐름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내가 꿈꾸던 미래의 삶은 이렇게 내가 원하지 않는 그런 방향으로 나를 유도하는 디지털 공간들로 꽉 찬 세상이 아니다. 일상적인 요구와 필요가 스트레스로 변하기 전에 미리 알고 지원하고 도와줄 수 있는 내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항상 나와 함께 동행하며, 모든 것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그런 집사와 같은 동반자 역할을 하면서, 이제 이런 단절이나 다른 의도로 접근하는 디지털 공간들 속에서 내 삶의 흐름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살아있는 하나의 디지털 공간을 가지고 싶다.

나는 그저 내가 원하는 삶의 흐름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내 곁에는 내가 피곤하고 지칠 때는 나를 품어 주고, 내가 혼란스러울 때는 나의 결정을 지지하며, 실제로 필요할 때까지 조용히 뒤에서 지켜봐 주는 그런 디지털 동반자(1)가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이런 집사 같은 동반자 역할을 할 디지털 공간을 제공해 줄 그런 체계를 MASERINTS(Master Agent Synchronizing Experiences, Realities, Interpreting Neural Traces & Shadows)라고 부르려고 하는 것이고, 이제부터 이 MASERINS에 대한 ‘개념적 디자인(4)’을 Storytelling으로 시작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 만을 보호해주고, 나에게 지원과 도움만을 주는 하나의 디지털 공간을 구성해 보려고 한다.
단순히 기능만 나열하는 디지털 공간이 아니라, 또 그 기능으로 시작하는 것을 그저 찾아가 서비스로 이용하는 그런 디지털 공간이 아니라, 나의 요구와 필요로부터 시작되는 나를 위한 지원과 도움이 되어, 나에게 일상의 삶을 잘 감겨진 실타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디지털 공간, 살면서 겪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단서와 실마리를 툭툭 던져 압박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넛징 하며 슬쩍 암시를 주기도 하고, 나를 이해하고, 나와 관계된 수십가지의 결정과 행동을 나를 위해 관리해 주는 동반자로서 말이다. 더군다나 이 디지털 공간은 나에게 해답을 제시하기 보다는 내 스스로 문제의 해답을 찾게 하기 위해 나를 그 방향으로 유도하며, 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만족감을 가지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그래서 아래 그림에서 보여주듯이 적어도 이러한 정보의 제공만큼은 사람들의 일상생활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를 주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그림은 일상생활의 흐름이 끊어지며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정한 시공간적인 소비를 해야 함을 나타낸 것이고, 두 번째 그림은 흐름에 약간의 과정은 거치지만, 일상생활의 흐름이 거의 끊어지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 안에서는 두 번째 그림처럼 원래 가져야 하는 삶의 시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집사 같은 동반자라면 나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도 아닐 것이고, 받을 서비스를 위해 나의 일상 생활을 단절시키는 그런 존재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단지 ‘나’만을 위해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고, 이런 디지털 공간이 미래의 나의 디지털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이 디지털 공간을 구별하여 MASERINTS라고 부르려고 한다는 것이다.
언급된 각주의 내용
(1)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Mark Weiser, John Seely Brown, 1996, https://veryinteractive.net/pdfs/weiserbrown-thecomingageofcalmtechnology.pdf
(2) The World is not a Desktop, Mark Weiser, November 7, 1993, https://www.dgsiegel.net/files/refs/Weiser%20-%20The%20World%20is%20not%20a%20Desktop.pdf
(3) Attention economy, https://en.wikipedia.org/wiki/Attention_economy
(4) 개념적 디자인이라는 단계는 제품연구개발에서는 매우 중요한 단계이며, 결코 사소하게 다루어 져서는 안되는 단계이다. 휴대폰, TV, 자동차, 비행기와 같은 기술적 산출물도 처음에는 이 개념적 디자인을 위해 오랜 시간을 거쳐갔다. 이 단계에서는 마케팅에 관련된 사람들이나 구현팀도 같이 참석할 수 있으며, 어떤 경우에는 제품 테스트팀도 참석하는 경우가 있다. 모든 문서화 작업과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픈한 프로젝트의 진행을 위해 사용할 용어를 통일하기 위한 작업도 한다.
이 외에도 이 단계에서는 제품의 로드맵도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제품을 개발할 때 이 개념적 디자인 단계는 그 어떤 단계보다도 많은 시간을 들여서 집중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단계를 심각하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거치고 지났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보는 휴대폰, TV, 자동차, 비행기와 같이 그런 모양들, 그런 기능들을 가진 기술적 산출물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개념적 디자인에 대해서 추가적인 정보를 원하면 다음의 웹링크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 Product Development Process: The Seven Stages Explained, Emilia Korczynska, 2025, https://userpilot.com/blog/product-development-process/
> The Critical Role of Conceptual Design in Product Success, https://www.designandproduct.co.uk/the-critical-role-of-conceptual-design-in-product-success/
> What Is Conceptual Design? 4 Essential Steps To Create A Concept Design, https://www.numi.tech/post/conceptual-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