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공간학과 HRI(Human-Robot Interaction)
생각해 볼 수 있는 기본 개념은 우선 “Proxemics(근접공간학)(1)”이다. ‘Proxemics’는 1963년 Edward T. Hall(8)이 도입한 것으로 사람들이 상호작용 과정에서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지각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여기에는 거리에 대한 문화적, 개인적, 상황적 규범이 포함된다.
HRI(Human-Robot Interaction) 분야의 연구에서 사람들이 로봇이 자신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을 어떻게 용인하는지 구체적으로 조사했다고 한다. 이 개념은 종종 HRI ‘Proxemics(2)’라고 불린다.
우선 Takayama와 Pantofaru는 반려동물이나 로봇에 대해 이전에 가졌던 개인적인 경험과 그 경험이 포함하고 있는 친화적인지 혹은 신경질 적인지 그런 성격적인 특성이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기 전에 로봇이 얼마나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는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3)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Neggers는 편안함이 근접성뿐만 아니라 각도나 측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사람들은 로봇이 뒤에서 지나갈 때 보다 앞을 지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4).
그리고 개인 공간에 대한 3D 모델과 같은 최근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주변 공간 안에서 어떻게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개인적 공간이 있으며, 이 공간이 얼마나 큰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이 공간을 형성하는지 파악하려고 한다.
이러한 것에 관련된 모델링은 보이지 않는 공간을 좌우뿐 아니라 상하 방향으로도 연구(10)하는데, 이는 인간이 3차원적인 거리감을 인지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렇게 모델링을 구성하는 이유는 설계자는 스트레스, 혼잡함, 불편함을 유발하지 않는 기술이나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스템, 로봇, 스마트 환경, 자율 주행 차량, 증강 현실 등이 세상을 점점 더 변화시키면서 이 분야는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모두 인간의 몸 근처에서 움직이고, 반응하고, 나타난다. 이러한 기술들이 수용되고 신뢰받기 위해서는 인간의 편안함을 정확하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 공간, 즉 집, 거리, 직장, 심지어 주변 공기까지 침투함에 따라 기술과 그와 같이 구성된 환경이 인간을 더욱 존중하고, 더 섬세한 인지력을 가지고 작동할 수 있도록 이러한 편안함을 주기 위한 모델링은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기술이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워질수록 개인의 편안함에 대한 연구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
“Come Closer(11)”와 같은 연구는 로봇의 외적인 행동 양식, 즉 속도, 접근 방식, 말을 한다면 그 어조, 또는 표현력 등이 사람에게 내향적이거나 외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인식하는 패턴을 발견했다. 로봇이 진정한 성격이나 내면의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로봇은 사람들에게 예측 가능하고 이해하기 쉬운 행동으로 다가올 필요는 있다. 사람들은 로봇과 상호작용할 때, 자연스럽게 인간의 범주를 사용하여 로봇을 이해하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설계자들은 이러한 이해를 연구하여 로봇, 특히 공공장소에서 작동하는 로봇은 사람들에게 불편함이나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들이 느끼는 내향적 로봇은 보통 움직임이 느리고, 거리를 약간 유지하며, 갑작스러운 접근을 피하고, 부드럽거나 최소한의 동작만 사용합니다. 반면 사람들이 느끼는 외향적 로봇은 더 가까이 다가오거나, 더 빠르게 움직이거나, 더 활기찬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실제 성격이 아니라 단순히 설계자에 의한 프로그래밍된 동작 패턴과 상호작용 방식일 뿐이다.
사람들은 사람과 비슷하게 행동하는 패턴을 통해 상호작용에 관련된 상황을 이해한다는 단순한 진실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이러한 패턴을 활용하여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고, 로봇이 안전하고 정중하며 존중하는 태도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한다. 목표는 로봇을 인간화 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존재하더라도 인간의 환경이 자연스럽고 평온하며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어려움을 감수해야 하는데, 왜 그래야 할까? 가시적인 집사 같은 하인이 없어서 그럴까?
협업 작업 중 개인 공간 침범에 대한 연구도 있다. 로봇이 예상치 못하게 또는 너무 빨리 나의 개인적 범주 내의 공간에 들어올 때 불편함이 어떻게 증가하는지 보여주는 연구이다. 여기서 사람의 개인적 범주 내의 공간이란 몸 주변의 눈에 보이지 않는,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을 뜻하는데, 로봇 같은 것이 갑자기 그 영역에 들어오면, 당연히 불안하거나 방어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5).
2024년 Yamanaka 등이 수행한 체계적 문헌 검토에서는 25개의 HRI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사람들이 로봇과 인간 사이에도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지만, 로봇은 감정적 모호함 때문에 더 강한 불편함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12).
프라이버시, 공간 제어 및 편안함
건축 환경, 특히 사무실 환경에서 개인 공간에 대한 인식은 편안함에 영향을 미친다. VR 기반 연구에 따르면, 물리적 크기가 동일하더라도 공간 배치가 듬성듬성하거나, 개인실이 있거나, 바깥 풍경이 보이는 경우 사람들이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개인적 공간의 존재감이 크게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3).
스마트 빌딩에서는 센서와 차지하는 공간에 대한 데이터가 특히 공간이나 행동이 모니터링 될 때,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영역이 디지털 공간에서조차 침해(14)당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보다 광범위한 HRI 맥락에서 프라이버시는 물리적 차원뿐만 아니라 정보적 차원에서도 우려 사항으로 대두된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로봇은 사생활 침해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15). 그래서 아주 친하고 신뢰하는 친구에게는 사생활 침해라는 것을 덜 느끼듯이, 과연 디지털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그런 삶 속에 편안하게 동행하는 동반자 디지털 공간이 될 수 있겠는지는 많이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아마 디지털 공간을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의식에서 사라지게 할지 그 방법이 그런 해결책 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기술이 주는 스트레스
기술이 주는 스트레스를 ‘Technostress(6)’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사람들의 삶에 만연한 기술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 불안, 불편함을 의미한다. 특히 기술이 사행활을 침범하거나, 기술이 방해가 되거나, 끊임없는 관심과 주의력을 요구하거나, “온라인 상태”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 때 더욱 심해진다. 전통적으로 디지털 과부하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이 개념은 물리적인 기술 디바이스의 사용이 개인 공간을 침범하는 경우로 확장될 수 있다.
기술이 주는 스트레스는 사람과 새로운 기술의 도입 사이에 발생하는 부정적인 심리적 관계로 정의된다. 인간이 주변 환경 속 기계에 물리적으로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 있는가 하는 반면, 기술이 주는 스트레스는 사무실과 가정에서 현대 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된 행동의 결과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야이다.
절충과 수용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관점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수용 가능성(Acceptability)”이라는 개념에 대한 연구가 있다. 이는 사람들이 기술적 균형이나 절충을 어떻게 판단하고 용인하는지, 편의성과 개인정보, 사생활, 공간 또는 통제력의 상실을 어떻게 비교하는지를 보여준다(7).
Edward T. Hall의 저서 “The Hidden Dimension(9)”에서 근접공간학(Proxemics)은 사람들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인식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이다. Hall은 이를 “The Hidden Dimension”이라고 부르는데, 사람들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공간 사용에 대한 무의식적인 영향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네 가지 공간 영역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첫째, 친밀한 거리로 정의되는 것은 약 45cm까지의 접촉가능한 거리를 나타내며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을 위한 거리이다. 둘째, 개인적 거리로 정의되는 것은 약 46~137cm까지의 거리로 가까운 친구들 사이에서의 거리를 나타낸다. 셋째, 사회적 거리로 정의되는 것은 약 137~366cm까지의 거리로 지인이나 공식적인 상호작용을 위한 거리이다. 넷째, 공적 거리라고 정의된 것은 약 366cm 이상의 거리로 연설이나 대중 소통을 위한 거리이다.
Hall은 이러한 거리가 단순히 물리적인 간격이 아니라 심리적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거리는 편안함, 친밀감, 그리고 사회적 신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영역이 문화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미 사람들은 더 개인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반면, 라틴 아메리카나 아시아 문화권 사람들은 서로 가까이 있는 것을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규범을 오해하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근접공간학(Proxemics)은 누군가가 너무 가까이 서 있을 때 단순히 공간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급된 각주의 내용
(1) Proxemics, https://en.wikipedia.org/wiki/Proxemics
(2) A Review on Human–Robot Proxemics, S. M. Bhagya P. Samarakoon, M. A. Viraj J. Muthugala, A. G. Buddhika P. Jayasekara, 2022, https://www.mdpi.com/2079-9292/11/16/2490
> Human-robot proxemics: Physical and psychological distancing in human-robot interaction, Jonathan Mumm, Bilge Mutlu, 2011,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21473447_Human-robot_proxemics_Physical_and_psychological_distancing_in_human-robot_interaction
(3) Influences on Proxemic Behaviors in Human-Robot Interaction, Leila Takayama, Caroline Pantofaru, 2009, https://www.leilatakayama.org/downloads/Takayama.HRIProxemics_IROS2009_prepress.pdf
(4) Determining Shape and Size of Personal Space of a Human when Passed by a Robot, Margot Neggers, Raymond Cuijpers, Peter Ruijten, Wijnand IJsselsteijn, 2022, https://pure.tue.nl/ws/portalfiles/portal/200985002/Neggers2022_Article_DeterminingShapeAndSizeOfPerso.pdf
(5) Personal Space Intrusion in Human-Robot Collaboration, Jessi Stark, Roberta R.C. Mota, Ehud Sharlin, 2018,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23668797_Personal_Space_Intrusion_in_Human-Robot_Collaboration
(6) Technostress, https://en.wikipedia.org/wiki/Technostress
(7) The power(s) of observation: Theoretical perspectives on surveillance technologies and older people, W Ben Mortenson, Andrew Sixsmith, Ryan Woolrych, 2018,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756081/
(8) Edward T. Hall, https://en.wikipedia.org/wiki/Edward_T._Hall
> Nonverbal communication, https://en.wikipedia.org/wiki/Nonverbal_communication
> Proxemics and Communication Styles, https://www.interexchange.org/blog/international-participants/proxemics-and-communication-styles
(9) The Hidden Dimension, Edward T. Hall, 1969, https://kulturiskvlevebi.weebly.com/uploads/1/8/3/7/18376403/hidden_dimension_1.pdf, https://www.academia.edu/43785083/The_Hidden_Dimension_Edward_Hall, https://archive.org/details/hiddendimensionhall00hall
(10) Beyond the Plane: A 3D Representation of Human Personal Space for Socially-Aware Robotics, Caio C. G. Ribeiro, Douglas G. Macharet, 2025,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92765692_Beyond_the_Plane_A_3D_Representation_of_Human_Personal_Space_for_Socially-Aware_Robotics, https://arxiv.org/abs/2506.13937
(11) Come Closer: The Effects of Robot Personality on Human Proxemics Behaviours, Meriam Moujahid, David A. Robb, Christian Dondrup, Helen Hastie, 2023, https://arxiv.org/abs/2309.02979
(12) Characteristics of Personal Space during Human-Robot Interactions: A Systematic Review, Risa Yamanaka, Toshiya Akiyama, Allan Paulo Blaquera, Leah Anne Christine Bollos, Hirokazu Ito, Yoshihiro Kai, Chiemi Still Yoshida, Tetsuya Tanioka, 2024, https://www.scirp.org/journal/paperinformation?paperid=133423
(13) The effects of social density, spatial density, noise, and office views on perceived personal space in the virtual workplace, Crescent Jicol, Gerry Taulo, Cora Goldie, Tayfun Esenkaya, 2023,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368493569_The_effects_of_social_density_spatial_density_noise_and_office_views_on_perceived_personal_space_in_the_virtual_workplace
(14) Worker Privacy, Evaluating the Impact of Workplace Occupancy Technology, https://coworkr.co/worker-privacy
(15) Privacy in Human-Robot Interaction: Survey and Future Work, Matthew Rueben and William D. Smart, 2016, https://robots.law.miami.edu/2016/wp-content/uploads/2015/07/Rueben_Smart_PrivacyInHRI_WeRobot2016.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