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딜레마
현재까지 나온 기술적 산출물 중에는 사람들에게는 사용할지,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대상들이 있다. 그리고 TV나 오디오나 전화 같은 것은 이제 백그라운드로 사라질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차지하고 있던 나의 공간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밥을 먹기 위해 아직까지는 식탁이 필요한 것 같고, 머리를 말리기 위해 작은 헤어드라이어기가 필요한 것 같고, 빵을 굽기 위해 토스터나 오븐이 아직까지는 필요하다는 생각인데, 아마 곧 사라질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기술적 산출물들은 본래의 용도로 나에게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나의 공간을 차지해도 된다는 그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나는 그들이 나에게 지원과 도움을 주더라도 물리적이라도 나의 백그라운드로 사라져 그들 때문에 잃었던 나의 공간을 회복하고 싶다. 그러나 그들이 아직까지는 그 공간을 차지해야 한다면,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다른 특별한 지원과 도움을 나에게 공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지금의 ‘로봇 청소기’, ‘로봇 강아지’, ‘로봇 비서’나 ‘로봇 웨이터’와 같은 물건들이 비록 신기하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도움도 되고, 재밌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것들이 자신의 공간을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말 그대로 그들은 사람들의 물리적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Mark Weiser는 가능하면 사람들의 주변 환경 속으로 그 기술적 산출물들을 사라지게 하자고 하는데, 사람들은 거꾸로 자신들의 공간에 그 기술적 산출물들이 나타나 자신들의 관심과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을 내어주려고 하고 있다.
물론 TV와 식탁, 냉장고 등도 사람들의 물리적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맞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정한 나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기술적 산출물들이 있지만, 내 주변에 돌아다니는 로봇은 더 많은 나의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컴퓨팅 관점에서 보면, 이는 간과되기 쉬운 개인 공간의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설령 공간을 잃더라도 이러한 디바이스들이 주는 편리함이나 기능을 위해 컴퓨터 디바이스에게 나의 공간의 일정 부분을 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잃어버리는 나의 공간과 내가 얻을 수 있는 지원과 도움에 대한 가치 사이에 분명히 존재하는 상충관계가 있게 된다. 이러한 상충관계를 유발하거나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심리적 요인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