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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014. 기억으로 남기 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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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경험으로 기억되기 전에 첫 번째로 새겨지는 기억은 다섯 가지 감각, 즉 오감이 기본인 것은 맞다. 마치 빈 캔버스에 처음으로 붓질을 하는 것과 같다. 아기가 처음 눈을 뜨는 순간, 빛과 형태가 들어올 것이고,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가 기록되고, 피부에 온기가 느껴지면 가장 초기 감각기억의 일부가 된다. 그러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은 기본적인 감각 데이터일 뿐이다. 즉 감각적 입력은 단지 시작일 뿐이고,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과 같은 감각 정보는 감각기억에 잠깐 포착되기는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대부분은 거의 즉시 사라진다고 한다(2)(3)(4).

이러한 감각 데이터 중 일부만이 중요하게 취급되고 인코딩이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 단기기억(Short-term Memory)이나 작동기억 혹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으로 전송된다고 한다. 그리고 두뇌의 주의력은 기억되는 내용을 결정하게 되는데, 감각이 지속적인 기억이 되는지는 사람들이 어디에 주의력을 기울이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다. 사람들이 집중하는 것일수록 인코딩 되고 저장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무엇인가가 관심을 끌면, 특히 그것이 참신하고, 긴급하고, 감정적으로 충격적인 것이라면, 사람들의 두뇌는 그것을 기억에 남는 것으로 표시할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첫 번째의 ‘직접경험’이 그 생생한 입력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 감각들은 혼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각은 재료이지만 두뇌는 즉시 그 재료들을 섞어, 타이밍, 리듬, 심지어 감정까지 더하는 요리사와 같다. 특히 감정은 중요하다. 어떤 경험들은 감정에 의해 깊이 흔적을 남기게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큰 소리가 무섭게 들릴 수 있는데, 그러면 ‘두려움’이 ‘큰 소리’라는 기억을 더 강하게 묶어준다. 감정은 기억이 인코딩 되는 것과 보존되는 것을 향상시킨다. 사람들이 얼마나 흥분하거나 두려워하는지, 그런 것과 같은 감정적 각성은 경험이 깊이 각인되어 나중에 잘 기억되는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무섭거나 즐거웠던 순간이 확실히 기억되는 것처럼 감정 상태가 극적으로 바뀌면 기억이 의미 있는 일화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더 높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의 두뇌는 큰 감정 변화를 기억의 경계로 표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다가 갑자기 기쁨이나 두려움, 또는 향수를 느낀다면, 그 감정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은 마치 책에 책갈피를 끼어 놓고 그 곳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작용한다는 것이다. 기억을 긴 영화라고 생각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냥 흘러가겠지만, 영화 속에서 갑작스러운 공포나 예상치 못한 행복함에 놀라는 것처럼 감정적인 일이 발생하면 두뇌는 “이 부분은 중요하니, 별도의 일화로 저장하자”라고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순간들이 되돌아볼 때 선명하게 남는 것이다. 말은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어도 사람의 두뇌는 매우 특별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강한 감정 변화는 기억을 조각조각 내서 어떤 순간은 다른 순간보다 더 쉽게 기억하게 만든다. 감정의 변화는 기억 속의 Storytelling에 자연스러운 한 부분을 만들어내며, 그래서 어떤 순간들은 평범한 시간의 흐름보다 더 선명하고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Daniela Palombo의 “Exploring the Facets of Emotional Episodic Memory(1)”와 같은 리뷰에서는 사람들의 경험이 단순이 이벤트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으로 물든 생생한 기억으로 저장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Daniela Palombo는 감정이 사람들이 개인적인 경험을 인코딩하고 저장하고 회상하는 방식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강한 감정을 담은 기억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다시 떠올릴 때 더 생생하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것이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한다. 때로는 감정으로 인해 기억이 선명하게 되지만, 때로는 그 감정 때문에 기억이 왜곡되거나 과장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직접경험’은 만들어 진다. 즉, 감각적 데이터와 감정적 요소가 없다면 그 데이터는 그저 지나가는 순간들 속에 묻혀 사라지는 삶의 실질적인 순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의 기억이 완전한 영화처럼 저장되지 않는다고 한다. 두뇌는 사진같이, 감각이나 감정 같은 조각들을 저장하게 된다. 나중에 그 기억들을 떠올릴 때, 두뇌는 그 장면을 재구성하고 때로는 빈틈을 소위 ‘Filler’라는 것으로 메우기도 한다. 그래서 영상이 아니라 스냅사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서 빈틈을 메울 때 원래의 기억과 약간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주어지게 된다. 그리고 두뇌가 스냅사진처럼 기억하기 때문에 ‘직접경험’을 분해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물론 이 때 경험을 일화적인 이야기로 만들 때는 Filler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꿈은 다르다. 꿈도 기억의 일부이지만, 꿈은 영화처럼, 움직임과 흐름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꿈은 매혹적이다. 마치 두뇌가 저장된 조각들을 재구성하는 방식과 같다. 꿈을 꿀 때 두뇌는 단순히 오래된 사진을 물끄러미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각, 청각, 그리고 감정을 움직임으로 혼합하여 그 조각들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실제 기억이 영화처럼 저장되지 않았음에도 꿈이 마치 영화처럼 연속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1) Exploring the Facets of Emotional Episodic Memory: Remembering “What,” “When,” and “Which”, Daniela J. Palombo, 202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41128

(2) The Seven Sins of Memory, Insights From Psychology and Cognitive Neuroscience, Daniel Schacter, Harvard Univ. 1999, https://www.researchgate.net/profile/Daniel-Schacter/publication/13099436_The_seven_sins_of_memory_-_Insights_from_psychology_and_cognitive_neuroscience/links/0c96052f3f81c5ece0000000/The-seven-sins-of-memory-Insights-from-psychology-and-cognitive-neuroscience.pdf

(3) Episodic Memory: From Mind to Brain, Endel Tulving, 2002.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https://pubmed.ncbi.nlm.nih.gov/11752477/

(4) Memory,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2017, https://plato.stanford.edu/entries/mem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