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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003.02. 지각(知覺)의 여섯 번째 문을 향하여

사람은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이라는 다섯 가지 익숙한 감각을 통해 세상을 지각(知覺)한다. 이 감각들은 외부 세상으로부터 자료와 정보가 신경계로 유입되는 어쩌면 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적 자각을 경험하고 형성하기 위해 익숙한 문과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다섯 가지 감각을 현실로 통하는 유일한 관문으로 받아들인다지만,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과 반응을 조용히 형성하는 또 다른 지각의 층, 즉 숨겨진 문이 하나 더 있다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것은 갑작스럽게 단서와 실마리를 찾은 듯한 명쾌함으로 사람들 내면으로부터 나타나기도 하고, 마치 갑자기 떠오르는 듯한 깊은 깨달음으로 나타나서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숨겨진 문을 직접 볼 수는 없었지만, 그 문과 함께 살아왔고, 그 문을 통해 반응했으며, 자신도 모르게 그 문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을 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마술도 아니고 신기한 능력도 아니다.

이렇게 가능한 또 하나의 다른 감각의 문은 다섯 가지 감각적 데이터들이 입력되어 처리되고 기억될 때 동시에 생성될 수 있는 여섯 번째 감각의 문을 형성하는 것은 아닐까? 즉, 이 받아들인 경험들 중에 여섯 번째의 감각을 위한 내면적인 입력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 여섯 번째 감각의 문은 역사적으로 초감각적 지각이나, 텔레파시, 또는 초자연적 현상과 같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는, 아니 될 수 없는 능력들을 지칭하는 맥락에서 자주 사용되어 왔다(1).

하지만 이 개념은 그저 초자연적인 힘으로 돌리기에는 무엇인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즉, 두뇌 자체 내에서 이루어지는 더 깊은 수준의 정보 처리 과정이라는, 전혀 초자연적이 아니고, 인지적인 관점에서도 재해석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각(知覺) 및 인지(認知)에 대한 이해는 오감(五感)이라는 기본 감각이 단지 단순화된 모델일 뿐임을 인식하고 있다. 두뇌는 전정감각(前庭感覺)이라고 불리는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감각과, 자기수용감각(自己受容感覺)이라 불리는 공간적으로 알게 되는 지각, 그리고 외부 세계와 관계가 있었던 전정감각이나 자기수용감각과는 달리 몸속 깊은 곳의 내부 생리적 상태를 두뇌에게 전달하는 내부수용감각 등 수많은 감각 및 인지 정보를 통합하여 사람들의 삶의 경험을 구성한다고 알려져 있다(2).

아마도 여섯 번째 문은 내부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능력, 즉, 입력된 감각 데이터들과 감정적 데이터가 합쳐져 ‘직접경험’을 구성하고, 나누어져 있는 데이터들이 재조합과 재해석을 통해 생겨나는 지각의 한 방법일 수도 있다. 이 새로운 조합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무엇인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여섯 번째의 감각이라는 것이 아닐까?

다섯가지 감각을 데이터의 입력으로 본다면, 이 데이터가 두뇌 내부에서 변형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두뇌는 수동적인 카메라처럼 단순히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 기대, 감정, 패턴 인식과 결합하여 지각을 능동적으로 재구성하고, 재조직하며, 재구성한다. 실제로 기억에 대한 연구에서 기억에 저장되는 내용을 결정하는 속성인 소위 ‘기억용이성’이 순간순간의 주의력이나 유발효과와는 독립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지각과 기억시스템 간의 다이내믹한 상호작용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3)(4).

다섯 가지 감각을 통해 입력된 자료와 정보의 기억을 ‘직접경험’이라고 부른다면, 이 새롭게 조합된 자료와 정보는 ‘간접경험’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이러한 ‘간접경험’은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마치 과거의 ‘직접경험’에 뿌리를 둔 것처럼 기억되어, 그 경험으로 세상에 반응하게 만들어 나 스스로를 놀라게 한다. 이는 데자뷰와 같이 두뇌의 작동 착오에서 생긴 것과는 다른 것이다. 이는 저장된 조각들을 체계에 의해 능동적으로 재구성하여 또 다른 의미 있는 반응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는 것이다.

MASERINTS에서는 경험을 3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직접경험(Direct Experience)’, 둘째, ‘대체경험(Alternative Experience)’, 셋째, ‘간접경험(Indirect Experience)’이 그것이다.

‘직접경험’은 실제로 겪으면서 혹은 다섯 가지 감각에 의해 외부로부터 직접 입력되는 경험을 말한다. ‘대체경험’은 ‘직접경험’에 대한 것을 책을 읽는다든가, 멀티미디어를 통해 시각적인 교육을 받는다든가 하여 얻어지는 경험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대체경험’도 ‘직접경험’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직접경험’이란 말을 주로 쓴다.

‘간접경험’은 이런 ‘직접경험’들을 구성하면서 가지고 있는 인상, 어떤 기억들, 어떤 패턴들, 그리고 연상되는 것들로 이루어진 무수히 많은 작은 단편화 된 ‘조각경험’들을 가지고, 다른 가능한 조합을 가지기 위해 작은 경험들을 무작위로 모아서 재결합한 후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이 ‘간접경험’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여섯 번째 문이라는 생각이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재조합과 재결합은 개별적인 입력만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가져보지 못한 새로운 통찰력, 반복되어 심어진 본능, 직관 그리고 수많은 반응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간접경험’은 두뇌에서 개별적인 ‘조각경험’으로 저장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재구성, 즉 과거 경험의 파편들이 새로운 의미 구조로 결합되는 순수하게 내적인 프로세스에 의해 창출된 경험을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이는 역시 내면에서 일어나는 여섯 번째의 감각, 즉 육감(六感)이라는 것이 ‘간접경험’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이런 분류는 공식적으로 나와 있는 분류체계는 아니다. MASERINTS 안에서만 존재하는 분류법이다.

(1) Extrasensory Perception, https://en.wikipedia.org/wiki/Extrasensory_perception

(2) Do We Have A Sixth Sense? Farrago, 2016, https://umsu.unimelb.edu.au/news/article/7797/2016-03-21-do-we-have-a-sixth-sense

(3) The Resiliency of Memorability: A Predictor of Memory Separate from Attention and Priming, Wilma A. Bainbridge, 2017,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28393220300798, https://arxiv.org/abs/1703.07738

(4) 기억은 감각별로 저장되지 않는다, 서울대사람들, Nature Communications, IF 15.7, https://people.snu.ac.kr/8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