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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C015. 기억의 생동감

사람들이 어떤 것을 “생동감 있다”라고 말할 때, 단순히 팔레트의 물감처럼 이것 저것들을 섞어 놓았다는 의미가 아니다. 감각 데이터와 감정 자체는 여전히 정적(1)이며, 소리는 그저 소리일 뿐이고, 이미지는 그저 이미지일 뿐이며, 느낌은 그저 느낌일 뿐이다. 만약 사람들이 그것들을 단순히 쌓아 올린다면,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살아있는 경험이기 보다는 콜라주에 가까울 것이다(2).

이러한 조각들을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무엇인가로 느껴지는 이유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3). 생동감은 한 순간이 다른 순간으로 이어질 때 시작된다. 발걸음은 소리를 따라가고, 얼굴이 돌아보고, 기억은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움직임은 나중에 덧붙여 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음에 올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대하고, 이어가고, 앞으로 나아간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방향성이다. 경험은 어딘가로 향할 때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스쳐 지나간 시선이 걸음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호기심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감정은 추진력을 제공한다. 두려움은 사람들을 뒤로 잡아당기고, 욕망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며, 주의력은 중요한 것에 집중하게 한다. 방향이 없다면 아무리 풍부한 감각적 자극이라도 정지된 채로 남아 있을 뿐이다.

또한 경험 속에 존재하는 감각도 중요하다.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그 순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때, 사람들은 정지된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 상황 속으로 다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관점이 바뀌고, 몸은 그 자리에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내면의 존재감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왜냐하면 순간에 존재한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것이지, 시간 밖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동감’은 단순히 재료를 섞는 것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섞는 것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이지만, ‘생동감’은 시간이 흐르고, 기대감이 형성되고, 감정이 에너지를 주고, 자아가 장면 속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생겨난다. 움직임은 경험이 더 이상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는 무엇인가가 될 때 나타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생동감’이라는 단어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화려하게 만들다” 또는 “역동적으로 만들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뜻이며, 삶은 결코 정지해 있지 않는다.

(1) Cognitive Neuroscience: The Biology of the Mind, Michael S. Gazzaniga, Richard B. Ivry, G.R. Mangun, 1998, https://www.goodreads.com/book/show/170016.Cognitive_Neuroscience

(2) Cognitive Psychology, Ulric Neisser, 1967, https://antilogicalism.com/wp-content/uploads/2017/07/cognitive_psychology_classic_edition.pdf

(3) Episodic simulation of future events: concepts, data, and applications, Daniel Schacter, Donna Rose Addis, Randy L Buckner, 2008, https://pubmed.ncbi.nlm.nih.gov/184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