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인 TK Gibson은 사람들의 심리적 현상인 ‘사라지는 것’을 ‘시각적 불변성(Visual Invariant)’이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의식 속에 있던 대상이 시간적 그리고 공간적으로 고정되고 그 대상에 대한 것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알고 있는 것으로 전환되어서 의식 속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항상 구석에 있는 소화기는 처음에는 빨간색으로 보여서 구석에 있는 것을 알지만, 항상 변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불이 나서 그 소화기가 필요해도 의식 속에 남아있지 않게 되어 그 소화기가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TK Gibson이 말하는 ‘시각적 불변성’은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거나 주변을 둘러보든 ‘시각적 경험’의 어떤 부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부분들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두뇌는 그것들을 배경처럼 여기고 그것들이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에서 사라지게 한다. 그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들이 사람들의 의식에서 사라진다고 할 수 있는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두뇌가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굳이 일깨워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TK Gibson은 사람들이 정지된 스냅사진 뿐만 아니라 움직이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관심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의 두뇌가 ‘시각적 혼돈’에 압도되지 않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환경의 부분들을 걸러 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이것을 ‘시각적 불변성’이라고 불렀다.
위에 언급한 소화기 예를 가지고 설명한다면, 처음에 방에 들어갔을 때 두뇌는 [소화기 > 빨간색 > 중요 > 모서리]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같은 위치, 같은 모양, 같은 조명에서 소화기를 백 번이나 보고 나면 “이걸 계속 떠올릴 필요 없어! 변하지 않으니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불이 났을 때는 백 번이나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에 대해서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시각적 불변성’의 까다로운 부분이다.
‘시각적 불변성’은 세상의 소음을 걸러내도록 도와주지만, 때로는 그 ‘걸러짐’이 중요한 것들을 가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두뇌의 필터링의 사각지대가 되는 것이다. 즉, ‘시각적 불변성’은 배경 음악과 같은 것이다. 음악이 바뀌면 알아차리지만, 음악이 변하지 않으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TK Gibson이 ‘시각적 흐름(Optic Flow)’이라고 부른 것의 안정적인 부분이다. 사람들이 걷거나 고개를 돌릴 때 세상이 사람들 주변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거나 관점과 관계없이 같은 패턴을 유지하는 것은 ‘시각적 불변성’이 된다. 눈은 여전히 그것을 보지만, 두뇌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은 그것을 놓아주는 것이다.
여기서 ‘시각적 흐름’과 ‘시각적 불변성’은 서로 연관되어 있지만,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시각적 흐름’은 사람들이 움직일 때 보이는 ‘시각적 움직임’의 패턴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 걸어갈 때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고, 옆에 있는 것은 지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두뇌가 시야에서 사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함으로써 세상을 움직이는 자신의 움직임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시각적 불변성’은 어떻게 움직여도 동일하게 유지되는 ‘시각적 흐름’의 일부이다. 예를 들어, 문 옆을 지나가도 문의 모양은 변하지 않는다. 항상 직사각형이다. 이 변하지 않는 모양이 바로 ‘시각적 불변성’이다. 두뇌는 이를 이용하여 사물의 본질을 이해한다.
사람들이 걷거나 고개를 돌릴 때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변한다는 의미이다. 벽이 옆으로 움직이고, 나무가 커지고, 그림자가 이동한다.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음에도 세상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바로 ‘시각적 흐름’이다. 그리고 그 흐르는 시각적 장면 안에서 ‘시각적 불변성’은 견고한 닻과 같다. 즉, 사람들에게 안정성을 제공하고 움직이는 동안에도 물체를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되는 부분이다.
결국, 사라진다는 것은 그 사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뇌가 “다시 확인할 필요 없음!”이라는 명목으로 분류하여 그 사물을 기억 속에 저장해 두는 것이다. 마치 무엇인가를 ‘지각 자동조종장치(Perceptual Autopilot)’에 놓는 것과 같다. ‘지각 자동조종장치’는 두뇌가 일상적인 지각을 자동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간단히 표현한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 ‘자동조종장치’로 조종되는 비행기가 조종사의 끊임없는 조종 없이 안정적으로 비행하는 것처럼, 두뇌는 익숙한 광경, 소리, 움직임을 자동으로 처리하여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걷거나, 운전하거나, 방 안을 헤매는 동안 모든 세부 사항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인식이 ‘자동조종장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효율적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로 마음을 가득 채우지 않고도 순조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것은 사물뿐만 아니라 패턴, 색상, 그림자, 심지어 사람까지도 될 수 있다. 변하지 않는 모든 것은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다시 떠올리지 않는 한, 다시 불러오지 않는 한 의식에서 서서히 사라져 버린다.
이 아이디어를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을 디자인하는 데 적용하면, 사람들이 무엇을 놓치고 알아차리지 못하는지 알면, 잊혀 진 것들을 적절한 시기에 부드럽게 다시금 부드럽게 보여줄 수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PTS의 의도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MASERINTS는 조명을 살짝 바꾸거나 소화기와 같은 안전 장치를 기억해야 할 때 미묘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지각, 즉 사람들이 무엇에 주의를 기울이고 무엇이 조용히 사라지는지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 소화기가 있다”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니라 PTS가 자신의 의도를 MASERINTS가 제공하는 단서를 가지고 스스로 삶을 살아가면서 지나는 한 순간처럼 자신이 스스로 알아가는 것이다. MASERINTS는 자신이 PTS에게 지원과 도움을 제공했다고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
‘시각적 불변성’은 두뇌가 의식적으로 신뢰하고 무시하도록 학습하면서도 여전히 반응하는 안정적인 ‘시각적 단서(Visual Cues)’ 역할을 함으로써 VAFF(Virtual Affordance)를 형성할 수 있다.
VAFF는 항상 ‘출구’를 의미하는 빛나는 문이나 ‘안전’을 의미하는 특정 패턴과 같이 일관되고 친숙한 요소를 주변에 배치함으로써 주의를 끌지 않고도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두뇌는 이러한 불변성을 조용히 흡수하여 길을 찾거나 행동하는 데 활용한다. 마치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고 손잡이로 문을 여는 법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간단히 말해, ‘시각적 불변성’을 사용하여 VAFF를 백그라운드에 조용히 심어 직관적이고 잠재 의식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다.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다.
TK Gibson은 ‘시각적 불변성’이라는 용어를 직접 사용한 적이 없다. 그가 언급한 것은 “지각의 일관된 패턴, 즉 두뇌가 방향을 잡는 데 사용하는 시각적 대상의 변하지 않는 구조”에 관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TK Gibson은 주변 세상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고, 사람들의 두뇌는 지평선이나 발 밑의 바닥과 같은 이러한 안정적인 특징들에 조용히 의존하여 사람들이 어디에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한다.
Mark Weiser의 논문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에서 언급한 ‘시각적 불변성’은 안정적이고 변하지 않는 지각적 특징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에서 기술이 의식에서 부드럽게 물러나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 하지만 기술은 PTS를 지원하기 위해 항상 존재해야 한다. Mark Weiser는 Gibson의 개념을 차용하여 ‘시각적 불변성’이라고 부르며, 동일한 심리적 원리를 강조한다. Gibson의 이론은 사람들의 지각이 변하지 않는 구조에 완벽하게 적응하여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수년간 매일 걷는 길에 움직이지 않고 그곳에 서있던 거리 표지판은 결국 인지에서 사라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MASERINTS는 이 원리를 의도적으로 채택한다. 기술이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면, 예를 들어 자동으로 조절되는 조명이나 거추장스럽지 않게 부드럽게 나타나는 알림처럼, 더 이상 ‘기술’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기술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대상이 되는데, 마치 매일 걷는 길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PTS는 환경이 바뀔 때마다 “내가 도움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환경은 단순히 자신의 필요에 맞춰 조정되고, 기술은 배경 속으로 사라진다. 마치 연산이 아닌 편안함으로 해석되는 조용한 동반자처럼 말이다.
MASERINTS의 디지털 공간이 조용히 상황을 바꿀 때, 예를 들어 어두워지면 조명을 조절하거나, 따뜻할 때 방을 시원하게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아, 지금 MASERINTS가 나를 돕고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별하게 느끼기 보다 그냥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변화가 자연스럽고, 마치 환경 자체가 자신에게 맞춰진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기술의 작동에 대해 생각하는 대신, 그저 그 결과, 즉 평화, 편안함, 안정감을 즐기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은 존재하는데 눈에 띄지 않는다다. 마치 조용한 동반자처럼,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배경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Gibson의 불변하는 지평선이나 사람들의 마음이 끊임없이 배경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적 흐름’처럼, MASERINTS는 차분하고 공간적인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PTS는 노드, 센서, 알고리즘을 인지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경험의 ‘정당성’만을 인지한다. 그 조용한 조화 속에서 디지털은 삶 속으로 녹아 드는 것이다.
Gibson은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일 때 어떤 것들은 걸을 때 지평선처럼 고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알아차리지는 못하지만, 안정감을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 MASERINTS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센서, 컴퓨터, 알고리즘 등 모든 것이 백그라운드에서 작동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저 공간이 자신에게 맞춰진 것 같이 느낄 뿐이다. 조명이 조절되고, 온도가 적절하게 느껴지고, 알림이 부드럽게 전달된다.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 들어 고요하고 자연스러운 경험만 남긴다.
MASERINTS가 잘 작동할 때는 모든 장치, 전선, 소프트웨어의 작동 방식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대신 모든 것이 매끄럽고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느껴질 뿐이다. 마치 모든 악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것처럼, 이 때는 각 악기를 따로 듣는 것 같지 않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아! MASERINTS가 조명을 조절했구나”라고 생각하는 대신 그저 “방이 편안하네”라고 느끼는 것이다. 기술은 스스로를 감추고, PTS가 느끼는 것은 안락함, 균형, 그리고 편안함이다. 그것이 바로 “조화”인 것이고, 기술을 사라지게 하는 기술인 것이다.
TK Gibson의 ‘시각적 불변성’에 대한 참고자료
■ Optic Flow: Perceiving and Acting in a 3-D World, B Rogers, 2021,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7869175
■ Ambient optic array, https://en.wikipedia.org/wiki/Ambient_optic_array
■ Optic Flow: A History,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8652193
■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 Calm Tech, Then and Now, John Seely Brown, https://medium.com/re-form/calm-tech-then-and-now-deddb05697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