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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92.IV.03. 에필로그

Mark Weiser 박사가 Ubicomp을 제안했던 XEROX PARC는 대단한 곳이었다. 세계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 ‘알토(Alto)’가 있었고, 이더넷 통신, 비트맵 그래픽, 마우스, 그리고 스몰토크(Smalltalk) 프로그래밍 언어에 이르기까지, 현대 퍼스널 컴퓨터 산업의 근간이 된 수많은 기술이 이곳에서 태어났다.

1970년 설립 당시 이 연구소의 미션은 단순히 컴퓨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정보를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이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목표 덕분에 공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이 어우러지는 학제 간 연구가 가능했고, 그 토양 위에서 ‘Ubicomp’이라는 거대한 아이디어가 싹을 틔울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뼈아픈 역사적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XEROX는 수많은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도 정작 그것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는 데는 번번이 실패했다는 것이다. Ubicomp 역시 XEROX의 다른 발명품들처럼 기술적 승리에만 그치고 말 것인지, 당시로서는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Mark Weiser 박사는 단순히 컴퓨터를 제안한 것이 아니라, 컴퓨팅에 대한 철학 자체를 바꾸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것은 컴퓨터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과 주의력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대신 일상 생활의 백그라운드로 조용히 녹아 들어 사람들의 삶을 묵묵히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이 이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기술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게 되고, 오직 사람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Ubicomp은 컴퓨터를 더 강력하게 만들거나, 화려하게 만들거나, 또는 흥미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컴퓨터를 더 겸손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일 누군가가 컴퓨터나 컴퓨터 디바이스 등을 이렇게 구현하고 있지 않다면, 그 제품은 Ubicomp에 관련된 결과물이 될 수 없다고 여겨야 한다.

기술이 자신을 낮추고 배경으로 물러날 때 비로소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다는 Mark Weiser 박사의 비전, 그 ‘겸손한 기술’에 대한 철학은 기술 만능주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여전히 가장 인간적이고 사려 깊은 통찰로 다가온다.

▪ Mark Weiser’s Quest for Calm Computing, Hans Sandberg, 2025, https://medium.com/%40h4sweden/mark-weisers-quest-for-calm-computing-9d21a40fcbb8

▪ Was Weiser Right?, Gsentak, 2020, https://medium.com/digitalshroud/was-weiser-right-774f3fd239fb

▪ Ubiquitous Computing, Jacob Teodoro, 2020, https://medium.com/%40jacob.teodoro1/ubiquitous-computing-3763bd100347

▪ Mark Weiser, the father of ubiquitous computing, Calm Technology, 2007, https://calmtechnology.wordpress.com/2007/02/04/mark-weiser-the-father-of-ubiquitous-compu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