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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03. 차분한 삶 속에 스며드는 디지털 도구

Ubicomp(3)을 이야기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나고, 또 자주 거론되는 표현이 바로 Calm Technology(1)(2)라고 했다. Ubicomp이라는 표현을 만든 Mark Weiser 박사가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나타냈다면 미래의 디지털 공간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면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결국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은 Ubicomp의 본질을 나타내며 사람들에게 그 공간 안에서의 상호작용의 진정한 의미를 더 확실히 전달해 줄 수 있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Ubicomp을 이야기할 때는 마음 속에 Calm Technology를 간직하며 이야기한다.

’Calm’이라는 것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잔잔한, 조용한, 차분한, 평온한”이란 형용사적인 뜻과 이들에 대한 명사형으로 되어 있다. 한 마디로 무엇인가 거추장스럽지 않고, 당연히 거스르지도 않고 그냥 평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여기에 기술, ‘Technology’라는 단어를 합치면 Calm Technology가 되고, 붙여서 풀이해 보면 Calm Technology라는 것은 결국에 사람들의 삶 속에 거추장스럽지도 않고, 삶의 흐름을 거스르지도 않고, 그냥 삶을 즐기는 가운데, 혹은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그렇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Calm Technology가 나의 일상 속의 여유를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제목에 “차분한 삶 속에 스며드는 디지털 도구”라고 표현한 것은 차분할 수 없는 사람들의 삶이지만, Calm Technology로 디지털 환경을 구성함으로써 사람들의 삶이 차분해질 수 있고, 계속해서 사람들과 같이 동일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디지털 도구들이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녹아 든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Ubicomp의 개념을 만들어 낸 Mark Weiser는 Ubicomp의 다른 표현으로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 표현은 Ubicomp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이해를 고쳐주고 보다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즉 Ubicomp은 컴퓨터를 모든 곳에 내장해야 하므로 인간의 삶에 방해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Calm Technology가 필요한 접근 방식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Mark Weiser는 “Designing Calm Technology(1)”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Calm Technology의 설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Calm Technology는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설계 문제일 수 있으며, 이제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Mark Weiser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는다.

“Calm Technology를 설계하는 방법을 배우면서, 단순히 사물로 가득 찬 공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 또한 풍요롭게 할 것이다. 세상이 서로 연결되고 내장된 컴퓨터로 가득 차게 되면, Calm Technology는 인간 중심적인 21세기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러한 구절들은 Calm Technology가 Ubicomp, 즉 컴퓨터가 도처에 존재하는 세상의 도전 과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Calm Technology라는 개념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Ubicomp을 인간 중심적으로, 그리고 방해받지 않도록 만드는 방법에 대한 더욱 발전시킨 정교한 접근 방식에 대한 것임을 보여준다.

Mark Weiser는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2)”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러한 구절들은 Calm Technology가 Ubicomp에 필수적인 설계 철학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Ubicomp은 컴퓨팅 기술을 주변 환경 곳곳에 심어 놓고 여기저기 있는 기술들이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관심과 주의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을 상황으로 이루어진 삶이 흘러가는 맥락 속에서 지원받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Ubicomp이라는 패러다임 혹은 기술적인 발전으로 인한 사람들에게 주는 효과를 단지 사람들이 사는 주변에 하드웨어를 많이 설치한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끌어내리려는 장사 속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보다 정확한 개념을 던져 준 것이다.

물론 컴퓨팅이 주변에 ‘Ubiquitous’하게 되기 위해서는 많은 하드웨어(컴퓨터 디바이스들)가 필요하다.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드웨어를 여기저기 펼쳐 놓는다고 그런 미래의 Ubicomp 환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래서 명확한 Ubicomp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 마음 속에는 Calm Technology라는 표현이 주는 의미를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Ubicomp 환경을 이루는 것은 확실하게 매우 어렵다. 바꿔야 할 것도 많고 연구해야 할 것도 많다. 지금껏 컴퓨터과학계와 관련하여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설계와 구현 방법을 살짝 방향을 틀어 구현한다고 만들어지는 그런 간단한 시스템도 아니고 또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세상도 아니다. 왜냐하면,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이 디지털 공간을 설계하게 될 설계자의 사람 됨됨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사람들이 기술적 산출물을 사용하기 위해서 아직도 기술적 산출물에게 100%에 가깝게 다가 가야만 하는 기술적 산출물들이 대부분인 세상이다. 그렇다면 거꾸로 컴퓨팅이나 기술적 산출물들이 사람들에게 아주 가깝게 다가오는 그런 시스템을, 또는 그런 디지털 공간을 설계한다는 것이 쉬울 수가 있을까? 사람에게 가깝게 다가온다는 것은 사람들의 삶 속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쉽다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매우 단순하게 여기는 격이 된다.

더군다나 전혀 ‘나’에 대해 모르는 설계자가 구상한 디지털 환경이 ‘나’라는 존재를 위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는 디지털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지원과 도움을 기술적 산출물의 기능에 맞춰 생각하는 과거의 생각에 묶여 있는 것이다.

전혀 다른 사람을 위해서, 다른 이들을 위한 어떤 섬김도 해본 적인 없는 설계자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섬기는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는 디지털 공간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까?

(1) Designing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December 1995, https://calmtech.com/papers/designing-calm-technology

(2)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October 1996, https://calmtech.com/papers/coming-age-calm-technology

(3)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pp. 94-10, Sep.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