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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004.16. 두뇌 어딘 가에 있을 잊혀 진 그 무엇을 찾아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두뇌의 능력 중 그 일부분만을 사용하면서 살아간다”는 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구 분야의 발표에서는 인간의 인식 능력 수준까지 도달하는 장비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렇게 인간의 머리는 심히 오묘하고 보다 더한 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두뇌가 가지고 있는 능력의 일부분만을 사용하다가 죽는다면, 왜 사용하지 않는 부분은 계속 존재하는 것일까? 사용하지 않는 것은 퇴화되어 버린다고 배웠는데, 잘못된 생각일까? 아니면, 사용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의 두뇌가 사실은 나도 모르게 다 사용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면서 만들어진 자료와 정보가 머리 속 어딘 가에는 있을 것이다. 사실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했고, 느끼지도 못했던 것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모르는 것은 그와 유사한 경험이 없거나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약간의 시간을 가지고 차근차근 만들어진 자료와 정보를 찾아보면 “먼 기억 속의 사람”처럼 뒤늦게 나타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까 어떤 자료와 정보는 자주 닦아서 반짝반짝 빛이 나고, 어떤 자료와 정보는 한번 머리에 입력되고 난 뒤에 사용하지 않아 빛이 퇴색되어 어느 구석에 고립된 자료와 정보도 있게 된다. 한번 고립된 자료와 정보는 연결고리를 잃게 되면 사라지는 경험이 되는 것이다.

반복적인 하루의 생활이 많은 자료와 정보들을 고립되게 만든다. 생활자체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창출을 시도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복적인 삶이 창출을 오히려 막는 방해꾼 역할을 하게 된다. 그래서 기억 속에 경험한 일들을 끄집어 내어 단계별로 분석하는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일상 속의 아무 문제나 선택해서 단계를 만들어 ‘두뇌동작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두뇌를 움직이게 하는 간단한 방법]에서 거론한 적이 있다. 큼지막한 단계들을 만들고 그 다음에 그 아래 단계를 만들고 점점 더 세밀한 단계가 만들어 가는 방법을 설명했었다. 그래서 기억을 더듬어 가다 보면, 몇 단계로만 여겨졌던 기억에서 더 많은 ‘조각경험’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음의 예를 보면, 아빠의 뭉뚱그려진 행위와 딸 아이의 의식적인 단계별 행위에서 아빠의 자료와 정보와 어린 딸이 가지게 될 경험(자료와 정보)의 차이를 느끼게 될 것이다.

『어느 날 아침, 아버지와 어린 딸이 세수도 하고 이도 닦기 위해 세면대 앞에서 칫솔을 들고 서 있다. 어린 딸은 이제 갓 이 닦는 법을 배워 서투른 동작으로 이를 닦으려고 하고 있다. 이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던 아버지가 어린 딸에게 말한다. “앞니는 위에서 아래로 닦는 것이야. 이렇게…” 아버지는 앞니를 두어 번 위에서 아래로 닦는 것을 보인다. “알았지?” 어린 딸은 아버지를 따라 서투른 동작으로 천천히 닦는다. 아버지는 계속 “위, 아래, 위, 아래…”라고 하면 어린 딸은 “위, 아래, 위, 아래…”로 열심히 이를 닦게 된다. 아버지는 자신도 이를 닦아야 되는 것을 잊어버린 듯 어린 딸이 이 닦는 모습을 신기한 듯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번뜻 정신이 났는지 시계를 보고 나서 출근 시간에 늦지 않게 바쁘게 앞니를 닦기 시작한다. 눈은 여전히 어린 딸을 보고 있다.』

내가 나의 하루의 모든 경험을 끄집어 내서 소위 “장소와 일 그리고 맥락” 전략을 사용하여 장소와 일감들, 그리고 그 때의 자각된 맥락적 요소들, 그리고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들을 구분하여 기록한다면, 하루에 거친 단계가 엄청난 수의 단계에 이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다른 아이디어를 집어넣어 보려고 한다.

사람들의 하루도 만만치 않은 많은 문제들의 연속이다. 그 문제에 맞닥뜨리면 알고 있는 경험으로 해결하든지, 혹은 어쩔 수 없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 일을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위에서 하루에 경험한 일들을 단계별로 찾아내서 이야기를 만들면 아주 훌륭한 긴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이야기 안에 많은 문제들이 나타났다가, 해결되고, 또 나타났다가 해결되는 것이 반복된다는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라고 불리는 것이 무엇인가 내가 힘을 써서 넘어가야 할 언덕이 될 수도 있고, 산이 될 수도 있고, 아예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루의 긴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어떤 순간에는 특별한 디바이스나, 특별한 시스템, 특별한 공간, 특별한 로봇으로 인해 멋있게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미래를 그려보면 떠 오르는 장면들이 대개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부분이나, 영화에서 보고 기억된 장면이 거의 대부분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장면 속처럼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하고 상상해 볼 수도 있다. 아예, 램프 속 지니처럼 무엇인가가 튀어나와 내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주었으면 하고 바랄 수도 있다.

처음에는 조금 편안한 방법,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방법, 알아서 이루어지는 방법으로 생각이 들다가 나중에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영화 아바타나 스타워즈, 마이너리티 리포트, 서로게이트, 터미네이터, 백투더퓨쳐 등 도저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방법으로 일이 해결되었으면 하고 그 시나리오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의 생각되는 실질적인 차원을 넘어서 그냥 상상 속에 생각되는 그런 방법들, 꿈에서나 이루어질 법한 그런 방법들이 나의 하루를 기록한 긴 이야기 속에 덧붙여지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은 이루어질 수가 없어! 어떻게 이런 일들이 이루어질 수 있겠어?”, 이렇게 스스로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상상하고, 공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모두 적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변한 하루는 분명히 내가 지낸 하루이지만, 전혀 다른 하루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하루를 일주일, 한달, 일년으로 확장하고, 장소도 다른 나라, 다른 공간, 다른 별의 이야기 등으로 조금 확장을 하면 나의 새로운 세계의 Storytelling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유사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제품을 개발할 때도 이 전략을 많이 사용한다. 그림을 보면, 환상적인 최종 버전 v(F)을 개념적 디자인 단계에서 만들어 놓고, 현실적인 버전 다운을 하여 제품 개발 계획서를 작성하게 되면, 미래의 제품의 로드맵까지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최종 버전 v(F)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는 사람의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는 그 능력에 따랐는데, 위에 제시한 방법으로 ‘두뇌동작 시뮬레이션’으로 훈련을 한다면 보다 더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v(F)를 가진 사람은 v(F-i)를 당연히 가질 수 있지만, v(F-i)만을 가진 사람은 바로 다음 단계의 미래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v(F)를 가진 사람에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로 무시하지만, 무시당할 사람은 자신 스스로라는 것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