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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01. 프롤로그: 사람들을 해독하는 디지털 포식자

디지털 중독(1)과 ‘알고리즘 조작(2)’은 개발자들 만이 나누던 기술적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사람들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사람들의 습관을 형성하는 조용한 힘이 되었다. 모든 터치, 멈춤, 시선, 망설임은 작은 단서가 되고, 디지털 포식자는 이러한 단서를 통해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더 오래 머무를지 알아내려고 한다.

이러한 예측은 사람들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표현하지 않는 무언의 미묘한 감정, 주변의 가시적인 상황과 맥락, 그리고 마음의 변화에 ​​따른 미묘한 움직임과 최종 결과적 결정 같은 패턴에서 비롯된다.

이 모든 조각들이 수집되고, 분석되고 추측으로 변환되어, 나중에 제안, 추천, 알림, 그리고 유혹의 형태로 사람들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 중에 어떤 절제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러한 능력은 마치 사람들이 말하기도 전에 사람들의 필요를 이해하는 부드러운 손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마치 기술이 사람들의 하루를 관리하거나 사람들이 이미 찾고 있던 것을 찾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은 원래 미래의 디지털 공간이 지향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Mark Weiser의 Ubicomp이나 Calm Technology, 그리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MASERINTS라는 디지털 공간이 지향하고 있는 바처럼 사람들을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그런 공간이 되기 위해 필요한 시스템의 활동이어야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사람들은 위와 같은 미래의 디지털 공간이 가져야 하는 지향점을 하찮게 여기고, 상업적인 ‘부’를 차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이기적인 의도와 가치관에 따라 사람들의 시간, 관심, 욕망 등 무엇인가를 사람들에게서 빼앗아 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기적인 동기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그런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 시스템은 결국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필요가 아니라 설계자의 마음만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해서, 앱이나 웹사이트, 추천 엔진 등에는 그것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가치관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기술은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일 수 있다. 표면적인 인터페이스, 즉 버튼, 색상, 메뉴는 깔끔하고 친근해 보일 수 있고, 겉보기에는 단순하거나 무해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안내하고, 제안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숨겨진 목적이 결국 배후의 포식자를 위해 작동되게 하는 잘못된 길로 빠지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모든 디자인 선택 뒤에는 인간의 결정이 숨어 있다. 누군가는 다음 영상이 시작되기 전까지 영상이 자동 재생되는 시간을 정하고, 누군가는 휴대전화에 알림이 몇 번 전송되도록 할지 결정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는 사용자의 휴식을 돕는 것이 목표인지, 아니면 최대한 오랫동안 온라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인지 결정한다.

이러한 선택은 사람의 손에서 나오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설계자의 욕구를 반영하게 되어 있다. 만약 설계자가 주로 이윤 추구에 초점을 맞춘다면, 시스템은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반대로 설계자가 진정으로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면, 시스템은 더 부드럽고, 존중하며, 덜 침해적일 것이다.

다시 말해, 디지털 세상은 저절로 친절해지거나 해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이기적인 의도를 가진 사람은 사람들의 행복을 진정으로 우선시하는 서비스를 만들 수 없는 것이다.

시스템의 구조, 기능, 또는 숨겨진 목표 중 일부는 항상 설계자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작용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용자로서 사람들은 편리함과 압박감, 서비스를 받는 것과 이용당하는 것 사이에서 늘 긴장감을 느끼는 것이다. 기술은 복잡할지 모르지만, 그 도덕적 방향은 단순하다. 기술은 설계자의 마음이 향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디지털 중독”이나 “알고리즘 조작”과 같은 용어가 학술 논문에나 나올 법한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어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은 사람들 대부분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경험들을 단순히 지칭하는 것일 뿐이다.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 앱이 나를 너무 잘 아는 것 같은 묘한 느낌, 벗어나고 싶어도 무엇인가에 끌려들어가는 듯한 느낌 등이 바로 그러한 경험들이다.

이러한 용어들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용히, 꾸준히, 그리고 주로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의 생각과 선택을 형성하는 익숙한 현실에 붙여진 이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