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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02. Ubicomp에서 Calm Technology로

사람들은 예전부터 새로운 컴퓨터와 같은 기술적 산출물들을 발명하고 소유하게 되면서 매우 기뻐했다. 신기하기도 하고 화려하고 멋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컴퓨터라는 것이 사람이 손으로 하는 것보다 엄청나게 많은 일을 짧은 시간 안에 완수해 주기도 하고, 도저히 머리로 생각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계산해주기도 했다. 무지막지한 량의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엉킨 실타래처럼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한 문제를 쉽게 그것도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해 주었다. 겉모습도 화려했지만, 그것이 너무나 기쁘고 신기했던 것이다.

이러한 신기함이나 화려함은 지금까지도 계속되어 오고 있는데, 그런 기술적 산출물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감탄하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도 있다. 그렇게 사람들을 감탄하게 만들고, 가지고 싶게 만들고, 신기하고 화려하게 만들어야 사람들을 기술적 산출물 쪽에 노예로 묶어 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이 현상이 당연한 것이 아닌데, 기술적 산출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현상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신기함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기술적 산출물로부터 가지던 신기함이 사람들로부터 사그라지게 되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적 산출물들을 색깔만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새롭게 등장해서 다시 신기함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그래야 그들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반복이 짧은 시간 안에 수없이 일어나다 보니 사람들이 어떤 기술적 산출물에 대한 문화적 습관이 정신적인 부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 다른 말로 해서 이것이 수없이 반복되다 보니 사람들은 평생을 동행하는 동반자에게 화려함과 신기함 만을 요구하게 되는가 보다. 그래서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흔한 슬로건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은 그런 미래에 올 세상의 목표가 된 것 아닐까?

디지털 도구들은 발달하고, 기술적 산출물은 점점 더 좋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그 기술적 산출물들을 사용하기 위해 더 많이 배워야 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 기술적 산출물들에게 종속되기도 한다. 이런 기술적 산출물들은 그 수도 점점 많아지고, 또 점점 더 기능도 많아지고, 지금껏 보지 못했던 신기한 눈요기도 보여주면서 매우 작아서 항상 손에 들고 다닐 정도까지 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기뻐하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기술적 산출물들에 종속되면서 사람들의 일상의 많은 부분을 그 기술적 산출물들이 빼앗아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여유마저 빼앗겨 버린다. 여유가 없다는 것은 쉼이나 휴식이 없다는 것이다. 또 어떤 기술적 산출물들은 사람들의 일상의 흐름을 거스르기까지 한다. 그것은 사람들을 기술적 산출물의 노예로 만들어야 자신들의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자꾸 사람들을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어떤 경우는 거스르다 못해 역행하게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이 살아가야 한다지만, 거추장스럽고 사람들의 생활을 오히려 방해하는 기술적 산출물이 어떤 면에서는 슬슬 싫어 지기 시작한 것이다.

기술적 산출물의 목록을 일일이 만들자면 무수히 많은 것들이 주변에 있다. 크기별로 다르고, 기능별로 다르고 그에 따라 가격도 많은 차이를 두고 있게 된다. 이렇게 수 없이 많은 기술적 산출물들이 있지만, 주로 거론되고 토론대상이 되는 대상들은 컴퓨터 시스템에 의해 제어되거나 컴퓨터 시스템 자체, 혹은 컴퓨터 시스템과 관계가 있는 산출물들이 된다. 이러한 기술적 산출물들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기술적 산출물들을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기술적 산출물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할 때쯤 기술적 산출물들이 고장이 나기 시작한다든가, 아니면 또 다시 새로운 기술적 산출물을 접하게 되어 무엇인가 멋있게 보여서 그들을 알아가기 위해 또 다른 새로운(?) 씨름을 하기도 한다.

하여간 기술적 산출물을 알아가면서 기술적 산출물과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기술적 산출물을 활용하여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산출물 자체를 알고 싶어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의식의 대부분, 즉 집중력이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을 기술적 산출물이 대부분 잡고 있을 때도 있다. 원래 사람들이 사는 것이 기술적 산출물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물론 해야 할 일을 수행하기 위해 기술적 산출물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도구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부담감을 기술적 산출물이 사람들에게 준다. 도구에게 거꾸로 점령당한 기분이랄까? 영화 ‘Terminator’에서도 그런 역행하는 지배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는 기술적 산출물은 단지 도구일 뿐일 경우가 많다. 도구라는 것은 무슨 일을 할 때 그 일을 완성하기 위해 보조적으로 일의 진행을 도와주는 것인데 이 보조적인 도구가 정작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보다 더 신경 쓰게 해서 수행해야 하는 일들을 방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Mark Weiser는 좋은 도구는 사람들이 도구를 사용하면 할수록 점점 사람들의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을 빼앗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더 집중하고 전념할 수 있도록 진정한 몸의 일부가 될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고 했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해야 할 일을 해 가면서,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을 해 가면서 조용히 여유를 가지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보면 디지털 환경을 구성함에 있어 개념적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Calm’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무엇인가 차분하고 평온하고 여유가 있는 느낌을 준다. 잔잔한 호수를 보면서 느끼는 그런 기분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Calm Technology는 사람들에게 딱딱한 기술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새벽녘 호수에 물 위를 덮고 있는 안개처럼 신비하고 거추장스럽지 않게 조용히 다가오는 기술 혹은 이미 주변에 존재하는 기술, 결국 그러한 편안함으로 사람들에게 여유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러한 단어가 주는 의미를 Ubicomp(3)이라는 단어에서는 쉽게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Mark Weiser는 Ubicomp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이해를 우려해서 이 Calm Technology(1)(2)라는 표현으로 더 확장했다고 한다. Calm Technology, 무엇인가 매우 심오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1) Designing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December 1995, https://calmtech.com/papers/designing-calm-technology

(2) The Coming Age of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October 1996, https://calmtech.com/papers/coming-age-calm-technology

(3)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pp. 94-10, Sep.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