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도 Mark Weiser의 글인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에서 Mark Weiser를 소개할 때 사용한 표현 중에 “Embodied Virtuality”라는 표현이 있다. 와 닿은 의미보다 번역하기가 매우 어려운 표현이다.
Ubicomp이 탄생한 1990년대 초를 되돌아보면, Mark Weiser는 컴퓨팅이 일상생활에 녹아 든 세상을 묘사하기 위해 두 가지 다른 용어를 사용했다. 더 유명한 용어는 물론 “Ubiquitous Computing”이다. 하지만 Mark Weiser는 1991년 ‘Scientific American’에 기고한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1)” 라는 글에서 “Embodied Virtuality”라는 또 다른 표현을 소개했다. “Embodied Virtuality”라는 표현은 Mark Weiser 자신이 1991년에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Embodied Virtuality’: Mark Weiser가 재해석한 디지털 세계
Mark Weiser가 1991년 그의 글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에서 ‘Embodied Virtuality’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했을 때, Mark Weiser는 당시 기술계에는 아직 마땅한 단어가 없었던 무엇인가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표현이 담고 있는 아이디어는 Mark Weiser가 제시한 Ubicomp Vision의 핵심이며, 컴퓨터, 정보, 그리고 일상생활 사이의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재정립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를 담고 있다.
1991년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컴퓨터를 책상 위에 놓여 관심을 요구하는 커다란 베이지색 상자 형태로만 접했다. 당시에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직접 마주봐야 했다. 마치 기계 앞에 서서 작업을 하는 것과 같았다. 자리에 앉아서 필요한 작업을 하고 나면, 자리를 떠나는 식이었다. 컴퓨터가 마치 독립된 상자처럼 작동했기 때문에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 상자에서 완전히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세계를 만드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VR(Virtual Reality)이 제시한 약속이었다.
물리적 세계가 사람들은 제한한다면, 컴퓨팅은 완벽하게 만들어진 공간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Mark Weiser 주변의 기술계는 헤드셋, 만들어진 합성 환경, 그리고 완전한 디지털 몰입에 대한 희망으로 들떠 있었다.
그러나 Mark Weiser는 이러한 열광에 동참하지 않았다. Mark Weiser는 사람들이 컴퓨터가 만들어낸 세계 속으로 사라지는 미래는 Mark Weiser가 원하는 세상과는 정반대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Mark Weiser에게 컴퓨팅은 사람들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삶의 배경에 부드럽게 스며들어 사람들이 실제 환경, 관계, 그리고 해야 하는 일에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했다. 이러한 확신에서 ‘Embodied Virtuality’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VR이 사람들은 디지털 세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라면, Embodied Virtuality는 디지털 정보가 사람들의 세상에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었다. 보는 바와 같이 이는 거의 정반대의 개념이었다. 사람들이 ‘Virtual’한 것으로 꽉 찬 만들어진 공간에 들어가는 대신, ‘Virtual’한 것이 벽, 테이블, 노트, 옷 그리고 공간 등 물리적인 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다.
Mark Weiser는 ‘Embodied’라는 단어를 선택함으로써, 한때 추상적이고 화면에 국한되었던 정보가 일종의 물리적 존재감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일하고 거대한 존재감이 아니라, 삶이 이미 펼쳐지고 있는 바로 그곳에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수많은 작고 조용하며 작업에 적합한 디바이스들이 분산되어 존재하는 것이다.
환경 자체가 표현력을 갖게 되어, 굳이 알리지 않고도 디지털 정보를 드러내고, 주의를 요구하지 않고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다. Mark Weiser가 제시한 작은 디바이스들, 즉 탭, 패드, 보드는 이러한 새로운 물리적인 이동을 보여주는 예시에 불과했다. 진정한 아이디어는 컴퓨팅이 데스크톱을 벗어나 세상의 일부가 되어, 하나의 볼거리가 아니라 일상 경험의 부드럽고 평범한 사실이 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Embodied Virtuality’은 John Seely Brown과 함께 개발한 Mark Weiser의 후기 저서인 ‘Designing Calm Technology’(3)와 분리될 수 없다. ‘Calm Technology’는 ‘Embodied Virtuality’의 심리적 대응물, 즉 정보가 부드럽게 사람들에게 다가와 생각이 집중되는 순간의 중심부와 주변부를 오가며 삶을 압도하지 않고 지원하는 세상을 설명한다. 다시 말해, ‘Embodied Virtuality’는 정보가 세상에서 어떻게 형태를 갖추는지 설명하고, ‘Calm Technology’는 사람들이 그 정보와 함께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설명한다.
‘Embodied Virtuality’라는 표현은 Mark Weiser의 깊은 꿈을 드러낸다. 이는 컴퓨팅과 사람의 삶을 다시 연결하고, 사람들을 스크린의 굴레에서 해방시키며,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의 세상에 참여하도록 하려는 열망을 나타낸다. 그는 미래의 컴퓨팅이 디지털 환상으로의 후퇴가 아니라, 더욱 풍요로운 현실 세계로의 회귀, 즉 디지털 정보의 존재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삶, 일, 사고, 움직임에 훨씬 더 깊이 통합되는 미래를 지향한다고 말하고자 했다.
Mark Weiser의 이 표현은 오늘날에도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이는 애초에 슬로건으로 의도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철학적인 발상이었으며, 컴퓨팅을 사물에서 환경으로 바라보는 관점으로의 전환을 조용히, 그리고 일찍이 묘사하려는 시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Embodied Virtuality’는 단순히 과거의 용어가 아니라, 센서, 스마트 환경, 증강된 공간, 그리고 상황이 이루는 맥락에 대한 자각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지원 등 현재 사람들을 둘러싼 기술들을 이해하는 하나의 관점이다. 이 모든 것들은 ‘Virtual’한 것들이 물리적 현실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조용히 공존하는 Mark Weiser의 Vision을 담고 있다.
언급된 각주의 내용
(1)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Scientific American, 1991, https://www.lri.fr/~mbl/Stanford/CS477/papers/Weiser-SciAm.pdf
(2) 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 Mark Weiser, 1991, https://calmtech.com/papers/computer-for-the-21st-century
(3) Designing Calm Technology, Mark Weiser & John Seely Brown, 1995, https://calmtech.com/papers/designing-calm-technology